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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의 에세이] 어떻게 사는가

기사승인 22-05-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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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알고 지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무소식이 희소식만은 아니었다. 정년퇴직을 한 후에는 전화도 뜸하여 함께 지냈던 사람들의 소식도 잘 모른다. 더구나 내가 자주 전화를 하지 않으니 전화하는 사람도 적어졌다. 어쩌다 걸려오는 전화도 “요즘 어떻게 사는가?”라고 묻는 안부 전화뿐이다.

‘어떻게 사는가’는 현재 살아가는 형편을 묻는 말일 게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래의 삶이며, ‘어떻게 살았는가’는 과거의 삶이기 때문에 현재 ‘어떻게 사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선행을 행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는 방식도 제각기 달라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는 삶인가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고대 로마인들은 ‘카르페 디엠’이라고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라’고 했다. 시저의 뒤를 이어 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그동안 전쟁으로 고통을 겪은 로마시민들에게 전쟁이 끝난 이제는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세 영역에는 ‘사랑’. ‘일’, ‘놀이’가 있다. 그중에서 놀이는 삶에서 쾌락을 얻기 때문에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지만 늘 즐기며 살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카르페 디엠’과는 달리 ‘메멘트 모리’가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로마인들은 전투에 승리한 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에 탄 장군 뒤에 노예 한 사람을 태워 ‘메먼트 모리’를 외치게 했다. “비록 오늘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지만 언젠가 당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라는 경고의 말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소포클레스는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라고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형 집행 직전에 극적으로 살아난 후, 형에게 쓴 편지에서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고 했다.

『삶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이라는 책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후회하는 네 가지를 “한 번뿐인 인생 왜 열정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왜 인생에서 행복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좀 더 사랑하지 못했을까?”, “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지 않았을까?”라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전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상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고,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의 높이가 삶의 수준이며, 생각의 높이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어떻게 사는가?”라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생각이 깊어진다. 그동안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삶이었는지 알 수 없다. 행복한 삶은 순간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해서 달성되기 때문에 정년퇴직을 하고 작가로서 어떻게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자신도 훌륭해져야 하겠지만 세상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에 변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한호 박사 수필가·문학평론가·전 고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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