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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구호로 사채 쓴 軍 간부, 병사들 도박·코인 베팅으로 월급 탕진

기사승인 24-10-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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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군사비밀 담보로 돈 빌려준 다음 3만% 이자 갈취

장병 도박 범죄 1년 사이 1.5배나 급증


軍 간부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암구호·피아 식별띠 등을 요구하고는 이를 빌미로 추심(推尋-찾아가 받아냄)한 불법 대부업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일 검찰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는 충청지역 모 군부대에 근무하는 軍 간부 10명에게 “암구호를 알려주면, 대출해 주겠다”고 제안하여 3명으로부터 총 7개의 암구호를 수집했다.

전주지검은 이와 관련해 무등록 불법 대부업자 A씨(37세)와 직원 B씨(27세), C씨(32세)를 군사기밀보호법 및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국군 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가 암구호를 누설한 육군 대위를 적발 및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간부가 지난 1월 상황실의 암구호판을 촬영해 불법 대부업자에게 100만 원을 빌린 것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간부는 기소되어 지난 6월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방첩사는 당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민간인 불법 대부업자들이 대거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자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면서 수사는 곧바로 확대됐다.
 
 
자료=국방부. 그래픽=김성진 기자
 
 
검찰관계자는 수사결과를 발표과정에서 “불법 대부를 위해 군사기밀을 불법 거래하는 신종 유형의 범죄”라며 “A씨 등이 수집한 암구호는 채권 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한 이외에 반국가단체 및 외부 기관 등에 제공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관련자들이 유출 및 수집한 암구호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반국가단체나 외국에 전파될 경우, 국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며 “관련 사범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받게 하고, 불법 수익 또한 환수하도록 사후 처리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첩사와 검·경은 이번에 기소한 불법 대부업자 이외에도 암구호 등을 유출한 軍 간부와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에 불거진 軍 간부들의 일탈과 기강해이가 문제 해결의 본질은 아니다. 병사들도 코인 베팅 등을 포함한 도박 범죄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타면서 軍의 창끝 전투력 유지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전군(全軍)에서 적발된 불법 도박 범죄는 318건이다. 

국민의 힘 유용원 의원실에 의하면, 2022년 병영 내에서 299건이던 불법 도박 범죄는 지난해 440건으로 약 1.5배가 증가했다.

지난해 10월엔 입대하기 전 도박에 중독됐던 병사가 육군 방공부대에서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해 700여 차례에 걸쳐 3억 5,000만 원을 불법 도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2월 육군의 한 병사는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700여 회를 접속해 7,000여만 원을 베팅하다 적발됐다.

전군 군사경찰에 의해 형사 입건된 휴대전화 관련 범죄 중 도박 건수는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4년 6개월간 1,664건으로 전체 범죄의 51.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병사들의 월급이 가파르게 오르며 200만 원을 넘어서자 사설(불법) 대부업체는 현역병을 대상으로 ‘충성론’, ‘병장론’과 같은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연이율이 20% 안팎의 고리대금으로 어떠한 추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내기 어려운 데다 장병들이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다.

2020년 7월 국방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이후 오후 6시 일과만 끝나면, 언제든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병영(兵營)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수십 명이 생활하던 ‘침상형 내무반’에서 고참병이 후임병의 생활을 통제하던 이전의 병영은 없어졌다. 동기 10명이 개인 침대를 사용하는 ‘침대형 생활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녁이면, 상당수 병사가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로 코인을 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휴대전화 앱을 깔거나, 메신저만 할 수 있으면, 상담은 물론 대출까지 쉽게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병장 기준 월급이 205만 원(내일 준비지원금 포함)으로 오른다. 아울러 병사들의 의식주는 모두 국가에서 해결해준다. 

국방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분기 1회 도박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용관리나 재무관리 방법, 금융사기 예방법 등을 알려주는 전문적인 금융교육은 필수 항목에서 제외돼 있다.

육군은 지난해 8월 예금보험공사와 장병 대상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나, 강사 부족 등으로 연간 100개 부대 정도에서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병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사기와 불법 도박 예방 등 전문적인 금융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교육과 통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더욱이 개인회생 여건을 軍이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커지만, ‘軍 본연의 임무와 거리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軍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한 요즘이다. 초급간부들의 지원율은 급감한 데다 중간 간부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겹치며 창끝 전투력 발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병들의 기강 해이 현상은 정무적 판단보다 전투력 발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력한 예방책이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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