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는 연구의 진정한 경쟁력

입력 : 19.07.10 10:21|이인재 교수|댓글 0

사람은 누구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짊어져야 할 일정한 책임이 있듯이, 연구자들에게도 지켜야 할 가치나 도리가 있다. 즉, 연구자라면 연구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석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출판하거나 연구의 성과를 관리·확산할 때 정직하고, 객관적이며 책임있는 연구 수행(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연구 수행의 전 과정에서 연구자가 반드시 알고 준수해야 할 규칙이나 행동양식을 우리는 연구윤리(research ethics)라고 부른다.

한편 연구자가 예상되는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를 알고도 고의적이고, 무모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구윤리를 위반했을 때를 일반적으로 연구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정부나 대학에서는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 부당한 중복게재, 연구부정행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조사위원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 기타 학문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윤리의 위반으로 연구부적절행위(questionable research practice, QRP/detrimental research practice, DRP)가 있다. 이는 연구자가 잘 모르거나 사소한 실수로 또는 부적절한 연구 관행으로 인하여 연구부정행위보다는 덜 심각하게 연구윤리를 위반했을 때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연구자들 중에는 이 연구부적절행위가 연구를 수행하다보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연구부정행위와 마찬가지로 연구자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연구수행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연구부적절행위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다보면 결국 심각한 연구부정행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연구윤리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Publish or perish(논문을 많이 쓰지 않으면 퇴출당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 수많은 연구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적으로 많은 업적을 산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인용 지수가 높은 학술지에 더 많은 논문을 출판하여야 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올바르지 않을지라도 보다 편하고 빠르게 업적을 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연구윤리 위반도 괜찮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연구윤리 위반을 했어도 잘 드러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이익이 더 컸던 경험이 있는 연구자라면 이런 유혹에 더 쉽게 빠질 것이고 더 나아가 필요하면 연구윤리 위반을 당연한 것처럼 여길 것이다.

이런 연구자에게 연구윤리는 보다 빨리 그리고 많은 업적을 산출하고자 하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거추장스럽고 방해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연구윤리를 준수하는 것이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최근 15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연구윤리 위반으로 인한 제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5년 말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수많은 데이터의 조작과 표절 사건, 최근 교수 미성년 자녀의 부당한 공저자 표기와 교수 자녀를 위해 제자 대학원생을 동원하여 논문 대필 강요 등의 사건으로 인하여 박사학위 취소와 교수직에서 퇴출, 벌금이나 구속 등 연구윤리를 위반한 연구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언젠가는 받은 것을 보면, 결국 연구윤리 위반은 결코 연구자 개인이든 연구공동체이든 나아가 국가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연구윤리를 위반하고서라도 자신의 목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른 연구자보다 앞서 새롭고 독창적인 연구 결과를 많이 산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연구 과정 전반에서 연구자가 지켜야 할 진실성(integrity)과 객관성 및 책임을 담보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널리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구자 및 연구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되기 때문이다.

연구윤리는 연구자를 구속하거나 목표 달성을 위한 방해물이 아니라 연구자로 하여금 당당하고 책임있는 연구수행을 위한 든든한 동반자(partner)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마치 운전자가 안전띠를 착용하고 교통 법규를 잘 준수하면서 올바른 운전 습관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목적지에 잘 도착하도록 안내해 주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아무리 처음 가는 복잡하고 먼 거리의 여행이라도 안전하고 즐겁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연구윤리의 중요성과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정확히 알고 책임있는 연구수행의 능력을 갖춰 진실되게 연구를 수행한다면 연구자가 소망하는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연구윤리는 연구자의 바람직한 연구수행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연구 GPS'이며 연구자의 진정한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연구윤리의 준수에서 나온다
이인재 교수 서울교대·연구윤리정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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