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순환(The cycle of life)를 준비하면서

입력 : 19.11.28 15:26|문수만 화가|댓글 0
제20회 문수만개인전, 생명의 순환(The cycle of life)
Gallery Kitanozaka 일본 고베/ 2020년 2월 25일~3월1일


아시아, 특히 한민족의 역사는 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며, 우리 민족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힘의 원천이 되었으며,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로 인해 우리 경제의 초석이 되었다.
 
 
문수만 화가
 
화폐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화폐의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자기 소유의 농지규모가 부의 척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봄에 모내기를 해서 한 여름의 뙤약볕을 받아 벼가 익어가며 가을엔 추수의 결과인 쌀로 도정이 된다. 쌀은 대지가 가져다주는 양식으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탄생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한민족은 평평한 땅과 물이 가까이 있으면 벼농사를 지었다. 인류는 농사를 지으면서 머리가 좋아졌고, 온순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쌀은 생명의 양식인 동시에 평화를 유지하는 인류애의 간접적 산물로 여겨도 될 것이다.한문 미(米)자의 갑골문자를 보면 처음엔 땅의 수평선에 나락이 흩어진 모습이었다가 십(十)에 팔( 八)자 두 개가 겹쳐진 형태가 되었다. 구조를 보면 마치 중심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계획도시의 도로와 흡사하다. 대량의 쌀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큰 평야와 강물이 필요했고, 곡식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쭉쭉 뻗은 도로가 필요했음이 예견되었나 보다. 즉 미(米)자의 사통팔달 형태의 구조와 요즘 내 작업의 구조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결국 쌀이라는 소재를 찾게 되었나 보다.

2018년 인사아트센터에서 ‘고구려 환타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고구려의 역사와 민족성, 유물, 영토를 조사하면서 ‘쌀’이란 소재를 발견하였다. 그 당시 작업의 대부분의 구조는 우리나라 고유의 입체 문양을 360〬로 평평하게 펼치는 형태였다. 그런 구조에 문양 대신 쌀알을 대입시켜 중심에서 테두리로 확장되는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쌀 작업이 시작되었다. 원이 계속 반복되면서 화가의 처지와 닮아 있어 니이체의 철학 ‘영원회귀’의 의미를 부여했고, 그 모노톤의 쌀 작업을 2019년에는 일본 기타노 자카 갤러리에서 개인전으로 발표를 했다.

요즘은 우리나라 여성 한복의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상을 작품에 도입했다. 지금껏 모노톤에 머물러 지루했던 작업시간을 다양한 칼라를 다루는 흥미에 한동안 매료되어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과물을 보면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네오 다다이즘으로 발전시킨 재스퍼 존스(Jasper Johns)의 과녁(Target)과 닮아 있지만, 사실은 추상표현주의 이후의 무채색 회화의 미니멀 아트를 창시한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변화무쌍한 작업에 영향과 용기를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컬러풀한 쌀 작업을 하면서 어렸을 때의 한 가지 사건이 자꾸 생각난다. 10살 정도 때 필자는 동네에 팽이 대장이었다. 나무로 된 팽이의 가운데 홈에다 실제 총알 3개를 박아 넣고, 윗부분의 둥근 고랑에 크레용으로 컬러풀하게 색칠을 해야 팽이가 돌아갈 때 멋있다. 밤에도 훤하게 불이 켜져 있는 양장점 앞에서 꼬마들이 팽이를 돌리곤 했는데, 어느 날 내가 실수로 양장점의 큰 유리창을 깼다.

그 다음날 라면이 20 원할 시절에 쌀 두 가마니 값으로 유리창을 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길 건너서 지켜보았다. 그 이후로 나는 팽이를 모두 다 버렸다. 요즘 그때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뱅뱅 돌아가는 팽이와 쌀 두 가마니 값의 유리창이 오버랩이 되었나 보다. 그리고 팽이를 모두 버려야만 했던 그때의 심정이 요즘 내 처지의 심정과 미묘하게 닮아 있어 씁쓸하다.
 
생명의 순환
 
 
 
영원회귀
 
문수만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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