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는 6차산업이 활발하다. 벼농사 모내기에 육묘시설도 돌봐야 하는데다 마을에서는 농산물가공에 분주하다. “코로나 사태로 판로가 문제예요. 체험하러 찾아오는 방문객도 드물고요.” 영농조합 대표님의 하소연이다.

6차산업이란 1차산업인 농업, 2차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산업인 유통·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을 말한다.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업인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판매하는 것은 물론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향토 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프로그램 등 서비스업까지 확대함으로써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한편, 6차산업의 국내 공식 명칭은 '농촌융복합산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제정된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농촌융복합산업법)을 근거로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인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인증하여 핵심경영체로 육성하고 있다. 이들 경영체가 서로 연계하여 특화된 농촌융복합산업지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농업의 6차산업화나 농촌융복합산업은 우리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영세한 경지규모를 기술농업으로 극복하려는 농정의 목표도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무한경쟁 시대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한국 농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해답은 농업의 산업적 범위를 확대하여 소득원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농업의 수익성 감소라는 외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활로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의 농촌융복합산업 육성시책이 5년째에 접어들었으므로 그 성과를 짚어보면서 재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은 사업 주체로서, 그리고 정부는 사업 지원자로서 다음 세 가지를 검토할 것을 권한다.

첫째, 다양한 6차산업화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다.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한 기본 모델은 농업인들이 조직을 형성하여 특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그 지역에 소비자와 도시민이 찾아오도록 하는 관광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사업 형태이다. 즉, 지역특산물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채택 가능한 ‘1+2+3’ 방식의 6차산업화 모델이다.

그런데 1차산업인 특산물이 여의치 못한 지역에서는 2차산업인 가공이나 3차산업인 관광을 먼저 추진하면서 나중에 농산물 생산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6차산업화를 도모할 수 있다. 예컨대 임실치즈마을은 치즈 가공으로 낙농업이 활성화되면서 농촌관광까지 연계시킨 ‘2+1+3’ 방식의 모델이고, 단양한드미마을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농촌관광을 시작하여 청국장과 메주, 산머루 등을 특산품으로 발전시킨 ‘3+2+1’ 방식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기존의 지역농업조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인(動因)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농업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화나 협동화를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따라서 그동안 형성된 지역농업조직이 6차산업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여 발전하게 된다면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성과가 될 것이다.

농업의 6차산업화와 직접 연계되는 대표적인 시책이 ‘지역농업클러스터’이다. 클러스터(cluster)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보듯이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업 전개, 기술 개발, 인력 및 정보 교류 등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지역 단위를 말하는데, 농업 부문에서도 지난 정부 때 지역농업클러스터 또는 농식품클러스터사업이 추진되었다. 이들 클러스터사업단이 지역농업 6차산업화의 주체로서 농촌융복합산업지구로 확장된다면 탄탄한 정책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다.

셋째, 기초지자체인 시·군이 농촌융복합산업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식품부가 상향식 농정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를 발굴하여 지자체 매칭펀드사업으로 지원하는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관내의 전통문화와 경관자원을 도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펼치는 것도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농업인들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는 농촌융복합산업지구를 몇 개 육성하겠다는 식의 양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야심찬 국책사업일수록 목표를 내세우고 지역 할당을 추진하는데, 이러한 과욕 행정은 보조금에 눈먼 사업자를 양산하는 시행착오로 귀결되는 것이 경험적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5년 전부터 매월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을 홍보해 왔으며, 지난 4월에는 57번째로 임실생약영농조합법인 대표를 선정했다. 소멸 위기에 처한 가시엉겅퀴를 재발견하여 제품화하고 체험농장도 운영함으로써 농촌경제를 살찌우는 공동경영체이다. 이들 농업인들이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농촌융복합산업의 리더로 왕성하게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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