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smart farm)이 새로운 농업 시대를 열고 있다. 도심에서도 싱싱한 채소가 자라는 스마트팜을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지하에 설치된 수직형 농장 ‘메트로팜’이다. 연면적 394㎡ 규모에 엽채류가 매월 1톤 가량 생산되는데, 단위 수확량을 셈하면 노지재배의 40배나 된다고 한다.

필자는 농촌경제연구원 재직 때 미래형 농업으로 네덜란드와 일본의 LED 인공조명 식물공장을 소개했는데, ‘공장’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명칭을 고심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래서 2008년 당시 농림부에 ‘자동화 시설농업’이라고 정책 제안하여 수출농업을 지향하는 첨단유리온실 시범사업이 추진되었다. 국내 스마트팜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스마트팜은 글자 그대로 “똑똑한 농장”이다. 생산자동화는 물론 원격조정까지 가능한 농장인데, 2011년에 KT가 스마트폰으로 농장관리를 할 수 있는 ‘올레 스마트팜’ 앱을 개발해 보급하면서 시사용어가 되었다. 정부도 2014년부터 ICT 융복합 스마트팜을 지원하여 전국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이렇게 스마트팜이 영농 현장에서 앞서가다 보니 스마트팜에 관련된 개념과 용어가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전문가들도 학회에서 ‘스마트 농업’이나 ‘스마트 파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등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다 보니 스마트팜의 개념도 점점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스마트팜은 기술 수준에 따라 대략 3단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초보급은 식물공장 수준으로, 각종 센서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온실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중간급은 온실대기, 토양환경, 작물생육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해 적절히 조치하면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영농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첨단급은 로봇 및 지능형 농기계로 작업을 자동화하고 작물의 영양상태를 진단·처방하며 최적의 에너지관리까지 담당한다.

따라서 스마트팜의 일반적인 개념은 “농업생산에 ICT를 접목하여 원격·자동으로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지능화된 농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핵심은 각종 센서 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 습도, 조명, 이산화탄소 등을 측정·분석하고 자동제어 장치를 구동하여 최적의 생육환경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스마트팜이 시설원예 농업에 보편화되면서 축산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다. 축산 스마트팜은 ICT융합 생산경영시스템으로 가축사육환경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개체관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스마트팜 시스템을 연장하여 농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 및 품질 향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국정과제로 추진중이다. 2022년까지 전국 4곳에 지역 특성에 맞는 첨단농업 핵심거점 단지를 조성하여 생산 집적화, 혁신인력 양성, 기술혁신 기능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팜 임대단지를 조성하여 청년창업을 지원함으로써 고령화되는 지역농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한편, 스마트팜 육성에 대해 농업계에는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스마트팜이 농업의 기술혁신 및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에 원예작물 일부 품목에 집중되어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농산물의 공급과잉 문제는 내수 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되며, 결국 해외 시장을 개척하여 고품질 농축산물의 수출 확대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시설원예 중심의 스마트팜 기술을 노지작물에도 적용하여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도 시급하다. 농식품부는 노지채소 스마트팜 모델 개발을 추진중인데, ICT 강국인 우리의 첨단기술로 스마트팜을 더욱 고도화시킨다는 목표이다. 이렇게 한국형 스마트팜(일명 ‘K-스마트팜’)을 정착시켜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국제농업협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K-스마트팜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수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농식품부는 작년부터 스마트팜 플랜트 수출 상담을 추진하여 카자흐스탄과 계약을 체결하고, 올 4월에 시범온실 조성·운영을 맡을 주관사를 선정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온실을 준공하여 카자흐스탄 국민 주식인 토마토와 오이를 생산하고 고부가가치 작목인 딸기도 재배할 계획이다. 나아가 스마트팜 플랜트 수출과 더불어 농산물 판매·유통사업도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이제 스마트팜은 농업기술 진보의 나침반이 되었다. 줄어드는 경작지, 이상기후와 물 부족, 대규모 병해충 발생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농업의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대안으로 스마트팜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과거 ‘녹색혁명’을 이룩한 우리의 농업기술이 이제 ‘K-스마트팜’으로 세계농업 발전에 공헌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