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전쟁 그리고 국제푸른방패

입력 : 22.03.23 14:54|박현욱 |댓글 7

 
박현욱 선임연구원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e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유엔의 전문기구로서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여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유산(Heritage)에 대하여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형과 무형, 동산과 부동산의 유산을 모두 포함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연속성,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지속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과 관련하여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들은 공동성명서(그리스 및 한국 포함 40개국, 서명 기준일: 2022년 3월 3일)를 내고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우크라이나, 유럽, 그리고 전 세계에 분수령이 될 것임을 지적하고 러시아 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였다. 또한 유네스코는 국제인도법의 준수를 촉구하고, 구체적으로는 정보의 자유를 보존하고, 언론 종사자들을 보호하며, ‘무력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헤이그 협약’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청하였다.

21세기 일어난 믿기 어려운 구식 무기를 앞세운 무력침공 사건은 전세계 지성인들과 문화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20세기를 마지막으로 야만적인 무력행위는 종식되었음을 선포하였으며, 21세기를 맞이하는 지구촌 사람들은 UN총회를 통해 ‘UN새천년선언’을 채택하였다. 극한 빈곤의 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위한 최초의 범지구적 전략으로 2001-2015년까지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 8개를 제시하고 수행하였으며, 2016-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는 인류 공동의 17개 목표를 제시 그 내용과 규모가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도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중에 있다.

21세기 전세계 인류는 또 다시 야만으로의 회귀이냐? 또는 인류공존의 번영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은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말살시키는 야만적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문화유산 또한 그 피해에서 예외적일 순 없다. 문화유산과 관련된 국제기구 중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구는 ‘국제푸른방패(ICBS :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Blue Shield)라고 할 수 있다.

국제법령상 전쟁 중에 ICBS 청색 깃발이 펄럭이면 절대로 폭격해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 국제푸른방패는 '문화 적십자'라고도 불리는 비정부기구로, 전쟁과 자연재해 등 위험 상황에 놓인 문화유산과 박물관, 도서관, 기록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1996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등이 공동 창설했고, 2016년 국제기구로 출범했다.

좀 더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은 문화유산 보호를 전담하는 특수 부대를 결성하였다. ‘건축물, 순수미술 및 아카이브 프로그램(MFAA: The Monuments, Fine Arts, and Archives program)’의 뜻을 담은 기념물 전담반 모뉴먼츠 맨이 탄생했다. 13개국에서 모인 350여 명의 남녀 요원은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건축가, 시인, 고고학자, 미술품 복원전문가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파수꾼이란 자부심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당시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에 폭격의 위기가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세가 역전되면서 북한군 게릴라 소탕을 위한 UN군의 폭격 명령이 있었지만 당시 공군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장군이 폭탄 투하 지점이 국보 해인사와 민족의 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소란 점을 알고는 폭격을 할 수 없었다.

21세기 지구촌 인류는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터를 찾아가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을 구해낼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문화유산에 대한 위협을 가하는 전쟁을 없앨 것인가의 선택이 필요하다. 20세기 구시대 전쟁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들은 그 응당의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21세기 인류는 더욱 현명하게 문화유산을 보호할 21세기적 방법으로 강력하게 그 힘을 합할 것이다. 전 인류 번영의 길에 힘과 지혜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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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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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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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칠 수 없는 소중하고 유익한 정보와 의견입니다.

    2022.03.25|efyoon
  • 생각해보게 하는 칼럼이네요 현 상황과 관련된 글 앞으로도 연재 부탁드려요

    2022.03.25|miniikaka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세계유산 관련 좋은 글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2022.03.24|bandibul9
  • 인류의 공존과 번영은 지속되어야 하며 야만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좋은 내용 깊이 간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03.24|jyleea590
  • 좋은말씀입니다.

    2022.03.24|dewdrop75
  •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후속 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2022.03.24|jongp123
  •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상기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2.03.24|junn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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