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한 리더십···시너지 창출의 요구

입력 : 24.07.30 19:29|이영철 |댓글 0
거두절미하고 화합형 리더십


한국정치의 고질병, 분열정치의 폐단

한국정치를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진영논리의 ‘차이’는 민주주의적 다양성과 자유와 평등을 기대하는 국민적 요구를 생산적으로 담아낼 수 없다. 올바른 민주주의적 차이는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영역에서 상대방을 배타적으로 대상화, 차별화, 계급화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성의 시발점이 되어가도록 상대방의 개성과 고유성을 포용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열림의 사이와 겨를과 짬을 제공한다.

즉 민주주의적 차이는 조율과 협의의 과정만 적재적소에 제대로 투여하면 국가 전반의 존재론적·기능적 특성을 활성화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조할 수 있는 생산적·역동적 구조이자 힘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차이는 나라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존망조차 예측 불허할 만큼 각자의 집단적 이해관계와 투쟁이념을 내세워 국가기관을 다수의 힘으로 사유화하거나 항거와 저항의 대상으로 지형화한다. 

차이를 진영논리로 획일화 또는 표준화하는 정치는 정치현장을 합리주의와 균형감각이 실종되어버린 괴물들의 싸움터로 만든다. 요즘에도 한국국회에서 빈번히 들려오는 ‘아수라장,’ ‘아사리판,’ 그리고 ‘개판’이란 말들도 바로 인간적이지 않은 주체들의 싸움판을 일컫는 말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당들 사이에서 정권 탈취를 위해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동물적 근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입으로, 몸으로, 싸운다. 그러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면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써 들고 법원에도 가고 헌법재판소에도 간다. 정치한다는 소리는 안 들려오고, 다툼한다는 소리만 들려온다. 차이의 가치를 왜곡한 분열정치가 인간적 통치기술인 정치를 비인간화한다. 타인 또는 반대집단과의 차이를 경계대상, 타도대상, 지배대상으로 간주하며, 적법적 범주보다는 탈법적 범주에서 혐오와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지지대상을 우상화하고, 지지대상에게 집단적 신뢰를 약속한다. 즉 이런 정치는 문명사회를 정글화하고, 문명인을 털북숭이로 만들며, 제정신인 사회를 제정신이 아닌 사회로 만든다. 

화해와 화합을 위한 대화와 협력과 합의 

대한민국 사회는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다양하고 조직화 된 정치적 이익집단과 시민운동권의 등장과 함께,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조차도 함부로 행사할 경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는 사회로 변화했다. 물론, 아직도 다수의 국민은 이런 기조가 앞으로도 더욱더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일명 ‘불통’으로 불리는 유아독존형 대통령, 또는 진영논리에 갇힌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과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요구를 조율해낼 수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률로 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함성득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이던 항상 대통령 선거에 필요한 자질과 자원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정치적·경제적 상황과 조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대통령학』(나남출판, 2002), 223).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회전문식 인사나 하고 아비와 자식의 서열도 모르는 패거리를 모아들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요구를 잘 읽어내며, 때로는 부득이하게 일어난 상황을 모든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며 다양한 요구와 주장을 조율할 수 있는 화합형 리더십이다. 

화합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영웅형 리더십보다 조율형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정치는 이제까지 영웅형 리더십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 한국정치는 대통령의 개인적 성격과 리더십에 따라 각각의 모습을 달리했다. 이 가운데에, 한국정치는 비민주적인 장기집권의 전형적인 유형들, 즉 옹고집형, 가부장적 전체주의 형, 권위주의 형, 공격적 집념 형, 그리고 저돌적 해결사 형 대통령들의 리더십에 대항하는 저항적·전복적 정치사를 기록해 왔고, 이 같은 정치사에서 파생되어온 대립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역적·이념적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계속해오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한국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거두절미하고, 첫째 차이를 존중하는 리더를 골라야 한다. 차이를 존중하는 리더는 차이를 대상화하기보다 차이의 다양성에 허물없이 접근할 수 있는 리더이며, 차이의 역동적 힘을 연출하고 싶은 동기를 발현할 수 있는 리더이다. 둘째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귀로 듣기 좋아하는 리더를 골라야 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리더는 주위에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주위의 다양성을 유도하고 조율하지 못하는 리더이다. 셋째 설득과 합의를 유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내심이 강한 리더를 골라야 한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리더는 화합을 위해 수없이 많은 논쟁과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 

유권자들인 국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한국정치를 비민주적인 대립과 갈등구조로 만든 책임은 지역주의적/이념적 진영논리 속에 갇혀버린 국민들에게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기술자들의 전략에 쉽게 노출되어왔다. 잘 짜여진 논리와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정치 전문가들로부터 ‘정치 선진화의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진 국민,’ ‘바보가 아닌 국민,’ 그리고 ‘민주화의 혁신을 이뤄낸 국민’이란 찬사를 들으며, 분열의 배타적 울타리 속에 스스로를 감금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정치기술자들의 입과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 개개인 스스로 ‘맹목적인 추종’ 또는 ‘비민주적 팬덤’ 속에 갇혀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그리고 누가 분열정치를 극복할 거국적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공부하며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냉철한 관찰력과 판단력을 키워야 하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리더십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집단적 이해관계에 구속되지 말아야 하고, 팬덤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균형적 의식을 갖춰야 한다. 
이영철 시인/대학교수
ⓒ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입력
본점: 서울시 신반포로 23길 78-15 스마트미디어센터 (주)제이경제미디어그룹  지점:서울 서초구 잠원동 93-11 서울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서울 아 03492  | 청소년보호책임자 정호석 | 등록일자 : 2014.12.19  | 발행인/편집인 : 정영훈 
서울미디어센터, 보도자료 및 광고문의 : 대표전화 :02-6015-0113 FAX : 0504-039-9806  
경제포커스 뉴스 모든 콘텐츠(기사,사진,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anque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