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늦고 집값 비싸고…청년층, 일본 ‘잃어버린 세대’ 닮은꼴

입력 : 26.01.19 12:09|정영훈 |댓글 0
미취업 기간 1년 길어질수록 임금 6.7% 하락


우리나라 청년층이 과거보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주거비 부담까지 커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현 청년층(15~29세)은 고용률 등 거시지표상으로는 이전 세대보다 고용 여건이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구직 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수시 채용 확대, 최근 경기 둔화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졌다고 진단했다. 경력 형성 초기의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 경우 숙련 기회를 놓쳐 인적자본 축적이 지연되고, 이후 생애 전반에 걸쳐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며 소득이 감소하는 ‘상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한국은행
 
 
실제로 미취업 기간이 1년일 때 5년 후 상용직 근무 확률은 66.1%였으나,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56.2%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현재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도 추정됐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도 과거 세대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이나 취업을 계기로 독립한 청년들이 주로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가운데, 소형 비(非)아파트 주택 공급이 수익성 저하와 원가 상승 등으로 충분히 늘지 못하면서 월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고시원 등 취약 거처를 이용하는 청년층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확대됐다. 최소 주거기준(14㎡) 미달 주거 비중도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늘어나는 등 청년층의 주거 여건은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 재무 건전성 등 생애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주거비가 1% 상승할 경우 총자산은 0.04% 감소하고,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이 1%포인트(p) 늘어나면 교육비 비중은 0.18%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 부채 가운데 청년층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크게 증가했다.

이재호 한국은행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질적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를 개선하고,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영훈 기자 banque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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