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다. 아파트 골조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철근과 콘크리트가 함께 구조물의 내력과 내구성을 담당한다. 철근은 완제품을 반입하는 방식이어서 품질 관리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콘크리트는 반제품 상태로 현장에 들어와 시공 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 준공 시점에는 입주자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콘크리트 강도 등 구조체 품질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콘크리트 압축강도 부족으로 구조물의 안전성이 저하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먼 친척 조카가 인근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게 됐다. 건축을 전공한 필자에게 입주 전 사전점검에 함께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카는 마감재의 찢김과 들뜸, 출입문과 가구의 수평·수직 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포스트잇을 붙여 하자 목록을 작성했다. 마감재나 가구 등의 하자에 관해서는 필자가 별도로 확인할 부분이 많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전공과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기 위해 슈미트 해머를 준비해 콘크리트 타설면이 노출된 파이프 덕트 쪽 벽을 여러 차례 타격했다. 슈미트 해머를 이용한 비파괴시험은 정확도에 한계가 있어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충분한 강도가 발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하자 목록에 ‘압축강도에 의심이 갑니다’라고 적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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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조카에게 연락이 왔다. 마감재와 가구 등의 하자는 모두 보수됐지만, 콘크리트 압축강도 문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주택법 시행령에 규정된 시설공사별 하자 범위에 압축강도 발휘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압축강도 부족을 문제 삼으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 제기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압축강도는 건축물의 안전과 내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강도가 부족하면 균열과 처짐, 비틀림 등 여러 하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외벽의 경우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이산화탄소(CO₂) 등 내구성 저하 물질이 침투하기 쉬워져 건축물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지진과 태풍,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외력이 작용할 때도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이 큰 피해를 입거나 붕괴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준공 후 입주 전 사전점검 단계에서 확인하는 시설공사별 하자 항목에는 콘크리트 압축강도 발휘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다. 시공자와 감리자가 건설 과정에서 품질을 철저히 확인해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전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단독주택을 본인이 직영공사로 지었다면 강도 부족 등 하자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자는 다르다.
아파트는 발주자와 시공사가 동일한 건설사인 경우가 많다. 입주 후 하자보증 기간까지 지나면 구조체에 문제가 있더라도 입주민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를 대신해 시공 과정을 감리·감독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현실의 책임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준공 후 약 15년이 지난 아파트가 콘크리트 압축강도 부족으로 지진 발생 당시 큰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콘크리트용 시멘트와 골재, 혼화재료 등을 생산한 원자재 업체일까. 원자재를 이용해 레미콘을 생산한 업체일까. 레미콘을 펌프로 압송해 타설한 전문건설업체일까. 공사를 수주하고 관리한 종합건설업체일까. 국가를 대신해 감리·감독을 수행한 감리업체나 건설사업관리(CM) 업체일까.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작성하고 구조계산을 수행한 건축설계업체일까. 건축허가와 건설사·감리자 등을 관리·감독한 정부와 관련 공무원일까. 아니면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한 입주민일까.
현실적으로는 하자보증 기간이 지났고, 실제 구조체의 강도는 부족하더라도 건설 과정의 서류에는 압축강도가 기준대로 발휘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면 책임을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입주민이 피해를 감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입주민에게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원자재 생산업체와 레미콘 업체, 전문건설업체, 종합건설업체,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건설 과정에 참여한 주체 가운데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건축물의 설계부터 각종 허가, 시공 과정의 품질시험·검사와 감독까지 관리하는 권한을 가진 정부의 책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콘크리트 압축강도를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더라도 실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최종 단계에서 입주민도 구조체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자보증 기간이 지나면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 집값 하락을 우려해 입주민이 문제 제기를 꺼리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저가 수주와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관행 등 관리상의 문제로 실제 구조물의 압축강도 부족이 방치된다면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방부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지휘 책임을 묻는 것처럼, 건설물의 설계와 허가, 시공 품질 관리·감독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으로 내력이 저하돼 피해가 발생한 아파트 문제를 입주민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건설 과정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실질적인 품질 확인과 감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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