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확인된 SARS-CoV-2의 감염증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줄여서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전파되어 유행하는 팬더믹(Pandemic)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즉, 중국 우한시를 기준으로 바이러스가 지구를 오른쪽으로 돌아 전파하고, 왼쪽으로 돌아 전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전파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학문 및 기술도 유사한 경향인데, 이번 원고에서는 특히 콘크리트와 관련한 규격 및 제도의 전파에 대하여 기술해 본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북한이다. 내가 북한에 살아보거나 공부해본 적이 없어 틀릴 수 있지만, 콘크리트와 관련한 제반 규격 및 제도는 크게 다른 경향을 나타낸다. 그 이유로 시멘트 콘크리트의 발전에 있어서 출발지는 영국,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부터로, 우리나라인 남한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지구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전파된 반면, 북한은 소련과 중국을 거쳐 지구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전파되었으므로 거리상은 제일 가까울지라도 규격 및 제도는 아주 다르다.
 

원주형 공시체

 
일 예로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용 공시체의 경우로 미국, 일본, 우리나라의 경우는 원주형 공시체로 사진 1과 같이 지름 100 혹은 150mm에 길이 200 혹은 300mm인 것을 이용한다. 반면 영국, 독일, 중국, 북한은 사진 2와 같이 한변 길이 150, 200mm인 입방체를 이용한다. 따라서 Ø150×300mm 공시체로 시험한 콘크리트의 강도를 1이라고 하면 150mm 입방체로 시험한 콘크리트는 1.25가 되어, 즉 우리나라에서 24.0MPa 압축강도라면 중국, 북한에서는 30.0MPa가 되는 것이다.

시멘트의 종류 중 강도 구분에 관련하여서도 우리나라는 보통포틀랜드시멘트라고 하면 28일 압축강도가 425(42.5MPa) 하나뿐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325, 425, 525, 625, 725가 있고, 여기에 조강성을 나타내는 경우는 R을 붙여(예로 425R) 강도 등급을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등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예로 든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결국, 지구를 어느 쪽으로 돌아 규정이 정해졌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는데, 특히 남·북한의 경우는 지구를 반대로 돌아 마주치는 곳으로서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따라서 만약 지금이라도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무조건 한쪽의 규정으로 통일을 주장할 수는 없으니 어느 규정, 어느 제도에 따라야 할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입방형 공시체

 
그렇다면 이와같은 경우의 대책은 없는 것일까? 아마도 이와 같은 문제점은 산업 각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인 국제표준화기구인 것이다. 즉 국가마다 서로 다른 규격으로, 우리나라는 KS. 일본은 JIS, 미국은 ASTM, 독일은 DIN, 북한은 KPS 등으로 한 나라는 자국 나름대로 표준화는 되어있을지라도 국가 간의 차이가 존재함에 이것을 전 세계적으로 통일하고자 하는 것이 ISO인 것이다. 일 예로 ‘시멘트-시험방법-강도측정’인 경우는 KS L ISO 679이고, ‘시멘트의 응결 및 안정성 시험방법’은 KS L ISO 9597로 우리나라의 많은 규격이 ISO와 통합되어 있지만, 현시점에서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듯 콘크리트 관련 규격도 지구를 시계방향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전파되었는데,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차이를 나타내어, 특히 우리나라 남북한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울지라도 규정과 제도는 너무나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남북통일에도 대비하고 세계화에도 동참하기 위하여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ISO 규격으로 하루속히 표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