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AI 수출·설비투자 호조에 경기 개선”…고유가에 소비 회복은 더뎌"

입력 : 26.10.12 20:48|정영훈 |댓글 0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 소비 회복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급증하고 관련 투자가 확대됐지만, 미약한 임금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이 소비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5% 증가했다. 조업일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104.8%를 기록했다. 품목별 일평균 수출은 반도체가 304.9%, 컴퓨터가 497.6% 급증했다.

KDI는 두 품목의 수출 증가에 가격 상승이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수출도 각각 15.3%, 49.1% 늘었다. 8월 수출 물량도 전년 동월 대비 28.8% 증가해 금액뿐 아니라 물량 기준으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정호석 기자
 
 
설비투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7월의 24.6%보다 증가율은 낮아졌지만,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107.7% 급증했다. 일반 산업용 기계와 전기·전자기기 투자도 각각 14.4%, 10.1% 늘었다. 9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도 49.2% 증가했다.

8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해 7월의 3.1%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2.2%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이 주요 완성차 업체의 하계휴가와 파업 등의 영향으로 29.4% 급감한 결과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4.6% 증가해 7월의 3.4%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정보통신업 반등이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KDI는 전산업 생산의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는 전월과 유사한 개선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고용 부진도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개선세가 가계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7월의 1.0% 감소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로는 1.8% 하락했다.

승용차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자동차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19.2% 감소했다. 준내구재 판매도 1.3% 줄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 역시 2.8% 감소해 소비와 밀접한 업종의 부진이 이어졌다.

가계 구매력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임금 상승세가 미약한 가운데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 여건의 개선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경기 개선의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의 3.1%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통신비 관련 기저효과가 소멸한 가운데 통신비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8월 2.6%에서 9월 2.8%로 높아졌다.

국제유가 상승도 물가 부담을 키웠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월 배럴당 88.8달러에서 9월 113.7달러로 급등했다. KDI는 국제유가와 생산비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이 주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경기 하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건설투자는 비주거용 건축을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 8월 건설기성은 1.3% 증가했지만 주거용 건축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누적된 건설비용 상승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았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제 개선세를 이끌고 있지만 가계 구매력 회복은 더디고 물가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회복은 여전히 완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영훈 기자 banque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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