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중소기업 생산 4년째 감소…임금 격차 확대

입력 : 26.10.12 22:22|정영훈 |댓글 0
반도체 수출 92.9% 대기업에 집중


반도체 수출 호조로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생산 감소와 수출 비중 축소를 겪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까지 확대되면서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2020년=100)는 83.9로 전년 동월 대비 4.0% 하락했다. 대기업 생산지수도 118.6으로 1.8%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의 감소 폭이 두 배 이상 컸다. 두 집단의 생산지수 격차는 34.7포인트에 달했다.

자동차 업종의 부진도 중소기업 생산에 부담을 줬다. 8월 자동차 생산지수는 하계휴가와 파업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4% 급감했다. 완성차 생산 차질이 납품을 담당하는 중소 부품업체의 생산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8월 생산 흐름에서도 기업 규모별 차이가 뚜렷했다. 중소기업 평균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지만 대기업은 2.9% 증가했다.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2023년 6.4%, 2024년 0.4%, 2025년 2.5% 각각 하락한 데 이어 올해까지 4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은 2024년 6.4%, 2025년 5.0%, 올해 2.9% 증가하며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8월 누적 수출액은 중소기업이 8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수출액은 5173억 달러로 74.4% 늘었다. 그래프=정호석
 
 
수출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중소기업 수출액은 101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4% 증가했다. 대기업 수출액은 771억 달러로 94.2% 늘어 증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 수출은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해 8월 14.4%였던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올해 같은 달 10.3%로 하락했다.

1~8월 누적 수출액은 중소기업이 8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수출액은 5173억 달러로 74.4%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이 74.6%에 달했다.

수출 격차의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8월 반도체 수출액 468억 달러 가운데 대기업 수출은 435억 달러로 전체의 92.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반도체 수출액은 4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대기업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효과는 제한적인 셈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실적 차이는 임금 격차로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649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20만9000원) 증가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는 384만6000원으로 1.7%(6만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임금은 300인 미만 사업체의 1.69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달 1.66배와 비교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소비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 일시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을 0.15 안팎으로 추정했다. 추가 소득이 100만원 발생해도 소비 증가액은 약 15만원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정처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3%에서 내년 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개선이 중소기업의 생산과 수출, 가계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영훈 기자 banque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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