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21일 발표한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1.9%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AMRO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글로벌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최근 주요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5%로 전망하며 기존 2.1%에서 0.6%포인트 낮췄다.

AMRO는 한국 경제의 주요 하방 위험 요인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 및 소비 심리 악화를 지적했다. 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능력 문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도 추가적인 경제 리스크로 언급했다.
 

그래픽=주은승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1.9%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AMRO는 국내 식료품 가격 안정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갈등 심화, 이상기후 등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상승, 유류세와 전기요금 조정 등이 물가 상승의 상방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AMRO는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성장 지원과 금융 안정성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수 회복을 위해 통화 긴축 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투기지역과 다주택자에 대한 엄격한 대출 규제는 유지하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정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 세입 확충 및 지출 효율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MRO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제조업 부문의 회복력 강화, 출산율 제고, 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경제가 2024년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반등했으나, 2025년에는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 둔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AMRO 미션단이 한국을 방문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연례 협의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암로 등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의하며 한국 경제 동향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