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전월 대비 절반 이하로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주택 거래 둔화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2월부터 본격화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에 따른 주택 거래 증가 영향은 오는 2분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45조원으로, 전월보다 1조4000원 증가했다. 2월(3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은 1조8000억원 줄었다.

대출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 둔화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내렸다. 주담대는 2조2000억원 늘어 909조9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전월(3조4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작았다. 전세자금대출도 7000억원 늘어나며 둔화된 양상을 보였다. 반면,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은 9000억원 줄어들며 감소세가 지속됐다.
 

그래픽=주은승

 
박민철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연말·연초 주택 거래 둔화와 신학기 이사 수요 해소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기타대출은 분기 말 상여금 유입과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2월 서울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이후 주택 거래는 급증했다. 2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8000가구로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서울은 6000가구로 월간 거래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 영향은 2분기 중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은행권이 1조4000억원 늘어난 반면, 2금융권은 1조원 감소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대출이 9000억원 줄었다.

기업대출은 감소 전환했다. 3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3월 기준으로 2005년 이후 20년 만의 감소세다. 대기업은 7000억원, 중소기업은 1조4000억원 줄었으며, 이는 운전자금 수요 감소와 함께 은행권의 신용 리스크 관리 강화, 부실채권 정리 등 공급 측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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