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대한민국, 軍의 전투대비태세·혁신책 마련 시급

입력 : 25.01.17 12:33|김성진 |댓글 0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러-북 간 군사적 밀착으로 안보 위기가 심화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이하 한국)이 엄혹한 카오스에 빠져있다. 한국은 산업·정보·세계·민주화를 통해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평가됐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북한발 군사적 위기국면과 맞물리며, 정국(政局)은 더 불안해졌고, 더 혼탁해졌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즉각 모든 위협 책동을 중단했다. 국회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적대적 2 국가’에 따른 의도적인 거리 두기, 선대(先代) 노선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한류(韓流) 유입을 차단하고, 러시아 파병과 사상자 발생에 따른 동요를 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 7일이 지나자 다시금 ‘~파쇼독재의 총칼, 아비규환’이라는 비판 책동 등이 재개됐다. 이들은 지하공작·온라인망을 통한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며,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軍 내부적으로는 직업군인 일부의 처신이 입방아에 올랐다. 묵묵히 헌신하는 대다수 장병의 자괴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화해서다. 軍은 통수권자(상관)를 신뢰와 법·양심에 따라 명령·의무를 이행하는 전문직업 집단이다. 그러나 특정한 정치 권력이나, 무력행사에 가담하는 순간 전문직업 집단으로서의 가치·역할을 의심받는다. 더욱이 사관학교 등은 수십 년간 ‘위·수탁 교육+교환 방문’ 프로그램으로 외국의 군사 선진문화를 습득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독일 연방군은 50여 년 동안 ‘내적 지휘(Innere Fuhrung)’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군인=제복 입은 시민’이 되었다. 이를 통해 비민주·비합법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인격체로서 책임지는 시민이자 전투준비 태세가 완비된 군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軍은 소명의식(Calling)을 갖춘 전문직업 집단으로서 ‘사욕(私慾)’에서 초연해져야 한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징벌로 끝날 사안이 아니기에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첫째, 정치권의 대군(對軍) 포퓰리즘이 반복되고, 軍 인사권에 관여하기에 직업군인 일부를 ‘정치 권력의 눈치 보기와 줄 서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으로 기본적인 전투력 발전·유지, 초급간부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체시켜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로 2025년도 예산에 반영한 처우 개선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또한, 초·중급간부들의 ‘엑소더스(exodus)’도 진행형이다. 軍 사기는 복합적 요인으로 급격히 저하됐고, 창끝 전투력(핵심 계층)의 지원율은 급감했다. 국방의 근간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지만, 정치권은 ‘묻지마 권력 다툼(政爭)’에 여념이 없다. 부모·청년들이 입대 시기를 미루는 작금의 현실은 누구의 책임인지…

둘째, 軍의 전투력 약화가 눈앞이다. 현장 정예요원들은 비상계엄에 지혜롭게 대처하고도 ‘계엄군’으로 평가되었다. ‘한국형 3축 체계’에서 대량응징보복(KMPR) 핵심 요원들의 지휘관에 대한 배신감·불신이 커지며, 전투력 운용에 상당한 손실이 우려되고, 그간의 열정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우리가 총체적 난국인 이때 김정은은 △우리 사회의 혼란과 불안감을 이용한 자중지란(自中之亂)과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앞세우며, 한류 차단 및 주민 결속에 몰입 △러시아의 핵·미사일 첨단 군사 기술을 확보 주력 △美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담판을 통해 핵무기 수준을 동결하고,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되, 군비통제 협상에선 한국을 배제(passing)하는 책동을 벌일 것이다.

특히 美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사태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공화당 전·현직 인사들의 ‘자체 핵무장’ 언급은 사라졌다. 중지됐던 군사훈련을 재개했음은 전투 대비태세 차원에서 다행스럽다. 다만, 러-우 전쟁을 체득한 북한이 도발을 자행할 경우, 즉각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조기에 軍의 기강을 재확립 및 전투 대비태세를 위해 다섯 가지는 혁신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이 軍 인사에 개입하는 현실에서 ‘줄서기 또는 눈치 보기’가 사라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국방부 장관이 가진 장군 인사(진급·보직)권을 분리하고, 美 상원(上院)에서 장군 진급자의 인준 절차를 진행하는 내면적 의미를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 軍의 정치적 중립은 철저히 준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업군인들에 독일군의 ‘제복 입은 시민’의 의미와 올바른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휘관은 부하를 권한으로 통제하기보다 ‘합법성과 보편타당한 논리 구사’를 통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질(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문민 통제 확립 차원에서 국방부 장관·육사교장은 민간인으로 임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육사교장은 어떠한 경우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특정 집단(출신)이 독점하는 조직 체계, 지·학·근무연으로 이어지는 보직·진급 제도는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여 오직 적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권이 軍 조직을 흔들지 말아야 하며, 내부 교육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독일·미군이 한때 ‘불신(不信)’에 내몰렸지만, 환골탈태하는 혁신적 노력으로 민주주의적 가치와 역할, 정체성을 다시 확립했음을 되살필 때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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