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와 ‘북한 비핵화’ 정책 변화의 전조(前兆)

입력 : 25.01.24 11:27|김성진 |댓글 0
트럼프 2기 행정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팽창주의’ 기조 명확
美 주요 직위자들, ‘북한 핵보유국(Nuclear Power)’ 표현 자주 언급
한국, 정치적인 ‘북한 비핵화’ 구호 탈피…최적의 현실적 대안 마련 필요


지난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시작하는 취임식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정(PA)·세계보건기구(WHO) 재탈퇴를 비롯한 12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임 행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가치 동맹’이 ‘America First·팽창주의’로 변화했음을 알렸다.

그는 기자들과 문답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핵보유국’이란 표현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국제사회의 뚜렷한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임을 확정받게 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표현을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라고 결론짓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표현과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인 핵보유국’이라는 의미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혼란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계속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될 전조(前兆)들이 반복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美 대선 간 공화·민주 양당의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기류가 변화하는 조짐이 처음 나타났다. 8월 중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여러 번 강조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북한과 한국을 모두 포함)’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11월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발언이 여기에 더한 파장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
 
   
지난 14~15일 진행된 피트 헤그시스 국방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21일(현지 시간)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비핵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는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했으며, 마코 루비오는 “핵무기는 김정은에 큰 의미가 있기에 어떠한 제재도 이들의 핵 능력 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핵 정책은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기 해소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해결책이다”며, “아직은 그럴 준비가 안 됐고,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분위기가 1:29:300(하인리히) 법칙 중 작은 조짐들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중간 단계(29)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서다.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지만, 우리의 기반 자체가 완성된 게 아니기에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다. 여기에 국제사회·미국의 장벽은 ‘자체 핵무장’의 추진에 상당한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게 한다.

최근 美 주요 직위자들과 우리 사회 일부에선 ‘자체 핵무장’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핵 동결 또는 핵 군축’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그들의 핵무기를 일부 폐기, 핵 능력·시설을 일부 폐쇄하는 등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의 일부를 제한·차단하기 위해서는 핵 군축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의 대북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부터 대북정책에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 ‘북한 비핵화’ 또는 ‘한반도 비핵화’도 아닌 ‘스몰-딜(핵 동결 및 핵 군축) 형태’로 전환되는 조짐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어떠한 방향인지, 어디까지 양보 또는 동의하기 어려운지 등에 대해 모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불확실한 정국(政局)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가의 정책·전략적 역량을 결집하려면, 최적의 현실적 대안이 조기에 마련돼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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