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장의 새로운 공포 드론, 한국군의 드론 생태계는?

입력 : 24.12.27 13:57|김성진 |댓글 0
전장(戰場) 최대 공포 ‘포병’…러-우 전쟁 ‘드론=공포의 게임 체인저’
美, 中 양적 증가 대비 2023년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복제기) 전략 진행
北, 11월 자폭 드론 대량생산 시작,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드론 격추법 숙달


이전까지 전장에서는 포병탄이 날아오는 소리에 아비규환의 참상이 뒤따르곤 했다. 포병은 최고의 공포이자 전장 공황(panic)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선 드론이 ‘공포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군사 강대국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이 저가·AI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 하여 실전에 떼(무리)로 운용하면서 현대전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美 A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이 생명을 미끼로 하여 드론을 격추하는 방법이 공개됐다. 한글로 쓴 메모엔 “무인기를 발견하면, 3인 1조로 드론을 유인하고, 한 사람은 7m 거리를, 나머지 둘은 10~12m 거리를 유지한다”며, “유인하는 사람이 서 있으면, 드론도 움직임을 멈춘다. 이때 나머지 2명이 드론을 조준 사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기습 침공한 초기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이 원활하지 않자 원격 조종 항공기 동호인들로 ‘아에로 로즈비드카(공중수색정찰)’를 구성했다. 골판지(일회용) 드론과 민수용 드론에 폭탄(수류탄) 등을 매달고, 감시·공격용 드론을 동시에 띄워 정밀 타격·자폭 공격으로 러시아·북한군, 기계화 부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엔 레이싱 드론(150~200km/H)에 폭약을 결합한 ‘1인칭(FPV-First Person View) 자폭 드론’으로 기동성을 확보하며, 전투 현장을 실시간으로 확인 및 공격하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한 수첩에 드론 대응 방법이 설명돼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이들은 대당 500$(한화 약 75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매월 2만 대를 생산해 1만 대 이상을 전투에 사용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드론 생산회사를 만든 다음부터는 지난 3분기엔 150만 대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을 모방해 ‘란쳇-3’을 제작했고, 월 30만 대를 생산한다는 선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드론의 초기 형태는 1849년 오스트리아-베니스 전투 시 열기구에 폭탄을 매달은 ‘열기구 폭탄(Bombing by Ballon)’이다. 이후 1935년 영국 해군이 현재 형태의 사격연습용 무인 항공기인 ‘여왕벌(Queen Bee)’을 제작했고,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무인 항공기로 ‘수벌(Drone-비행 소리가 수컷 벌의 소리와 비슷)’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캐슬린 힉스(Kathleen Hicks) 美 국방부 부장관은 2023년 8월 중국 해군의 양적 증가를 겨냥해 소형 저가 자율형 드론을 떼(무리)로 만들어 공격하는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복제기)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2024 회계연도에 약 5억$의 예산을 확보했고, 2025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의회에 요청됐다.

이들은 중국군의 ‘양적 우세’에 대응하고자 민간 부분의 도움을 받아 자율조정 함정과 무인 항공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율 시스템’은 저렴하면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최말단 병사에게도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중국을 최대 경쟁국으로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세계 각국에서 개발된 자폭 드론은 최소 200여 종이 넘지만, 한국군은 아직 자폭 드론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미 드론은 각종 전장에서 활발히 운용되고 있고, 자율 및 군집 운행 기술은 혁신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2023년 ‘핵탄두 탑재 수중 무인 드론(해일)’을 선보였고, 지난 8월엔 1000km·100km급 장·단거리 자폭 드론을 선보였다. 11월엔 8월과 유사한 자폭 드론을 소개하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쿠르스크 지역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12월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참혹한 희생을 당하면서 현실을 체득하고 있다.

한국군은 2019년부터 드론 봇을 선보였고, <2022 국방백서>엔 ‘유·무인과 AI 복합전투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2023년 9월 드론 작전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드론 생태계는 취약하다. 인구 감소로 입대 장정마저 부족한 데다 초급간부들의 軍 회피 현상과 12·3 비상계엄 사태는 軍에 대한 환멸을 확산시켰다. 드론의 가성비와 기술 발달을 고려할 때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발전은 지체하기 어렵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선 정찰 드론을 이용해 화력을 운용했고, 2022년 시작된 러-우 전쟁은 드론을 게임 체인저로 만들었다. 미국이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리플리케이터 전략’을 채택했듯이 북한 드론의 양적 우세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한국군 나름의 ‘리플리케이터 전략’이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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