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공식 엘리트 조직’의 영향력 확대, 김정은 체제에 변수

입력 : 25.04.12 15:28|김성진 |댓글 0
‘지배 엘리트 단일 후견체제’ 확립…김정은 통치방식(견제·감시 기능) 둔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최룡해의 ‘비공식 엘리트 조직’ 확대→체제 불안정
韓, 국방부(합참)·자유화 통합본부(통일부) 긴밀히 연계…안정화 작전 대비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도하는 ‘비공식 엘리트 조직’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권력 내부에 작동하던 감시·견제 장치가 무력화되면서 김정은 체제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보고서 <북한 엘리트 내 권력구조의 변화와 시사점:최룡해 비공식조직의 공식조직 장악을 중심으로>’에 의하면, 2022년 12월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전후(前後)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하 최룡해)이 측근들을 핵심 권력기관에 포진(布陣)시켜 ‘지배 엘리트 단일후견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룡해가 2017년 당 조직지도부장에 취임한 이후 자신과의 직연(職緣·근무한 인연) 관계를 맺은 인사들을 대거 당·정·군의 핵심 보직에 들임으로써 자신이 주도하는 조직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당 조직지도부장은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집행하는 핵심 직책으로써 ‘당 속의 당’으로 평가되며, 권력의 2인자 역할을 한다. 실제 현황에서도 2019년 기준으로 볼 때 정치국 위원 15명 중 절반 이상이 최룡해 계열이었으며, 정무국과 군사위원회 등에도 유사한 비율로 포진된 것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최룡해는 장성택이 실패한 사례와 다르게 자신의 비공식조직을 통해 견제자를 배제하고, 조직 장악력을 공고히 하며, 권력을 장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시 장성택은 경제적 이권을 특정한 계층에 몰아주어 실패했지만, 최룡해는 이권 배분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룡해는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된 이듬해부터 자신이 총정치국장 때 같이 근무한 측근들을 군부 핵심인 총참모장(리영길), 인민무력상(노광철), 총정치국장(김수길)에 등용했다. 당 비공식조직으로는 최고인민회의의장(박태성, 현재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장), 당 규율조사부장(김재룡), 당 경제부장(김덕훈, 현재 내각총리), 당 중앙감사위원회 부위원장(리히용),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원장(리병철) 등이 거론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초기엔 중앙무대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최룡해가 들어서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최룡해를 견제하던 김여정이 2020년 4월 ‘후계설’이 등장한 다음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 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으며, 그와 경쟁하던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당·군에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조용원은 ‘지방발전 20×10 사업(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발표한 지방발전 정책)’에 한정되어 있다.

주목할 대목은 최룡해가 당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이후 고무부인 장성택을 사형시키는 등 집권 초기에 많이 보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의 무자비한 숙청 행위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권력 엘리트 내부의 권력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간석지 침수피해 복구 현장에서 ‘정치 미숙아, 지적 저능아’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받던 김덕훈 내각총리가 당 경제부장으로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또 군사정찰위성 발사 임무에 실패한 박태성 당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장이 이후에도 추가적인 실험 기회를 보장받았으며, 최근엔 내각총리로 임명된 사례에서 상당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최룡해에게 ‘객관적 권위’를 부여하면서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체제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최룡해가 주도하는 ‘지배 엘리트 단일 후견체제’의 확립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김정은의 정통성’과 ‘최룡해의 집행력’ 사이에 균형이 무너질 경우,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권력 내부의 지배 엘리트 간 경쟁이 무력화될 경우, 수령체제의 통치 원리인 견제·감시 기능이 오히려 제약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경제위기의 극복 및 체제의 안정·지속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최룡해에게 ‘객관적 권위’와 함께 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최룡해에 의해 구축된 ‘지배 엘리트 단일 후견체제’는 오히려 김정은의 통치체제 및 절대 권력 행사에 틈이 생기게 할 수 있고, 내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국방부(합참)·자유화 통합본부(통일부)가 서로 긴밀히 연계해 정치·경제·사회·군사적 측면에서 안정화(통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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