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권국’ 지위를 위해 K-조선업에 러브콜, 한국의 협상카드는?

입력 : 25.05.15 16:02|김성진 |댓글 0
美 행정부와 상·하 양원(兩院), ‘해군력 확충’에 사활적 노력 집중
英 <클락슨 리서치>…中 70%(4,645만 톤), 韓 17%(1,098만 톤), 기타 13% 
한미우호협회·국제안보교류협회, 프레스센터 <한미동맹 세미나> 개최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과 행정부가 美-中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절대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고자 침체한 해군력을 확충하는 데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한 직후 K-조선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했고, 지난 2월엔 <해군·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NATO 회원국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가들의 조선소에서 美 함정 또는 주요 구성 부품(선체, 상부 구조 등)을 건조할 수 있게 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美 해군 함정의 건조를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스콧 베선트 美 재무장관은 3월 18일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 시 ‘더티(dirty) 15개국’에 中·日,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하 한국)을 포함하고도 조선업 분야에서만큼은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는 4월 초순에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을 저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30일에는 상·하원의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초당적 합의를 통해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이 국제 상선을 80척에서 10년 이내에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용하고자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선박 건조·해상 수송 능력을 보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같은 날 방한한 존 펠란 해군성 장관은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한다”며, “한국 조선업체들이 직접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는 정중한 요청이 뒤따랐다. 
 
 
사진=한미우호협회
 
  
이 법들이 통과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기술과 설계·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 한국이 혜택을 볼 것이 자명하다. 

미국이 K-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한국 등 동맹국들과 협력해 극소수의 선박만 생산하는 美 조선업의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려는 조치다. 동시에 자신들의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로 급성장한 중국의 조선·해운업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때 선박 건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으나, 지금은 상선의 수주(受注) 잔고(남은 건조량)가 29척에 불과할 정도로 침체되어있다. 여기에 美 해군력은 갈수록 약화하는 데 비해 이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하는 현실이 난감한 그들이다.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주도권을 쥔 일본 해군이 미드웨이해전(1942)에서 패배하며, 항공모함(이하 항모)을 비롯한 해군 주력을 잃었다. 이때 전세를 뒤집은 미국의 조선업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미국의 세계 지배력은 핵무기와 해양력 패권이 중심축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 양대 축을 통해 국제사회를 이끌었다.

영국의 해운·시황 전문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Clarksons Research)가 올해 1월 발표한 ‘세계 선박 수주량(누계)’은 총 6,581만 톤(CGT·실질적인 작업량 크기)이다. 여기서 중국은 전체의 70%인 4,645만 톤을, 한국은 17%인 1,098만 톤, 일본 등 나머지 국가가 13%를 차지했다. 1970년대만 해도 세계 선박 톤수의 5%를 차지했던 미국은 최근엔 지지부진하다.

서방(西方)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질서를 지배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선박 건조 능력과 해군력(함정)이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에 성공하자 조선을 함포(강화도 조약, 1876)로 굴복시켰고, 1880년대부터 해군력을 강화해 청일전쟁(1894)과 러일전쟁(1905)에서 승리했다.

美 해군력이 해양 패권을 차지한 대표적인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개전과 동시에 전시 체제로 전환한 미국이 운용한 정규 항모는 7척이었지만, 종전 직전까지 에식스(Essex) 항모 24척을 배치했다. 당시 일본의 항모도 7척이었지만, 종전 직전까지 추가로 투입된 항모는 4척에 불과했다.

그러나 20세기 말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점차 美 조선업은 악화했다. 배타적인 ‘존스 법(Jones Act, 1920)’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함정은 보호받게 됐지만, 일반 선박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했다. 생산성은 처참할 정도로 낮아졌고, 기존 함정의 수리·유지·보수도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반면에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군력을 확충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들의 함정 건조 능력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한미우호협회(회장 황진하)·국제안보교류협회(회장 한용섭)가 어제(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해 ‘트럼프 2기 북핵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전략 구상’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제1세션은 ‘북한 비핵화와 지역통합 억제 강화방안’을, 제2세션에선 ‘한·미 함정산업 협력 강화방안’이 발표됐고, 각계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강은호 전(前) 방사청장이 발제한 내용에 의하면, 미국은 현재 함정 295척을 운용하고 있지만, 평균 선체 연령이 24.2년으로 2010년 이후 진수된 함정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반면에 중국은 현재 370척 이상을 운용하고 있으며, 평균 선체 연령은 14.9년에 불과하고, 2010년 이후 진수된 함정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돌아볼 점이 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400여 년을 장악해 온 해양 패권의 유지가 어렵게 되자 ‘다자간 해군 군축조약’을 통해 미국에 공동 1위를 용인했다. 지금의 미국이 영국의 사례와 같이 중국에 공동 1위를 용인하지 않으려면, 해군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함정 건조는 상당한 비용과 전력화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총력전을 수행해도 소모된 전력을 즉각 대체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강력한 ‘국방 잠정전략지침’을 발표해도 중국을 봉쇄·견제하려면, 해군력의 확충이 절실한 데 지금은 수리·유지·보수 능력 자체가 역부족이다. 따라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K-조선업에 SOS를 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당장 급한 불은 내년 11월의 중간선거다. 무모한 관세 인상으로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줄이고, 쇠퇴한 러스트 벨트에 일자리를 창출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선거 일자가 다가올수록 경제정책 성과가 필요한데 러-우 전쟁·이-하마스 전쟁 휴전협상의 불확실성, 인-파키스탄 분쟁의 해결 등이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그의 관세 협상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중재력은 갈수록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강점은 명확해졌다. 당장 트럼프가 요청하는 K-조선업이 있고, 원자력 기술도 이전의 형·아우 관계에서 벗어나 동지적 관계로 전환된 현실을 어떻게 활용·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에 대한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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