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에 의한 ‘유라시아 핵 위협 축’이 현실화하면서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이 핵 무력 고도화와 재래식 전투력의 현대화에 집착하는 가운데 美-中 간 전략적 경쟁은 더 격화하고 있다. 러-우·이-하 전쟁의 흐름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변수가 많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이하 트럼프)의 한반도 비핵화 또는 한반도 핵 억제력 이슈는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로저 위커 美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국방투자 계획 보고서>의 ‘힘을 통한 평화’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더 많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만들고 있다”며, “외교적 해법이 보이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억제력만큼은 약화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가 어렵기에 대한민국(이하 한국) 등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핵무기 공유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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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무기 배치 문제는 지난 2023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군사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확산 및 거론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美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이 이미 한국에 위협을 가할 핵무기 전력을 확보했고,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미국의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에 배치하는 단계적 대응을 통해 김정은의 핵무기 생산을 동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美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 3월 11일 발표한 <적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전술핵 전진 배치 필요성>에서 “中·北·러시아를 개별적으로 억지하도록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술핵 능력을 개발 및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냉전 시대엔 소련만이 미국의 유일한 핵 경쟁국이었지만, 이제는 中·北이 모두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졌다며, 이들 각자에 ‘맞춤형 억지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버트 피터스 핵 억제·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中·北을 견제하는 데 적절한 B-61 계열의 전술 핵폭탄과 각종 핵 탑재 순항미사일을 미국령 괌(Guam)과 韓·日 등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군기지가 있는 오산과 군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中·北에 대응하기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6·25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주한미군에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1958년 자주포에 사용하는 M442 핵포탄과 마타도르 순항미사일(MGM-1C)을 반입시켰다. 1970년대엔 700발로 늘렸고, 군산 공군기지의 F-4 팬텀기엔 핵폭탄을 장착했다. 당시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목적은 북한 침략과 유사시 중국의 참전에 대비하는 데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美-中 간 외교 관계가 진전되자 100~200기로 줄였고, 1991년 북한에 핵 개발 명분을 주지 않고자 한반도의 전술핵무기를 전격 철수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표됐다.
지난해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2024년도 연감·SIPRI Yearbook>’에 의하면, 2024년 1월 기준에서 러시아의 핵탄두는 4,380기였다. 중국은 500기이지만, 2030년까지 1,000기로 전망했다. 북한은 50기에서 최대 90기의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미국의 핵탄두가 3,708기이지만, 여기서 전술핵무기는 200여 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100여 기는 유럽에, 나머지는 미국의 전략 비축기지에 보관되어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때 중국의 강한 경제보복과 한한령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던 현실,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따른 확전 가능성도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더해져야 한다. 여기에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임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데다 김정은-푸틴의 밀착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한다고 해도 전술핵무기의 현대화 비용(수천억원)은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이고, 한반도 사태에만 사용한다는 협정이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
한편 세종연구소에서 지난 4월 18일 발간한 <미국의 전술핵 유연 재배치 비용 및 편익 평가>에 의하면, 초기비용을 약 5억6694만 달러~6억7760만 달러(한화:약 7795억~9317억원)로 추정했다는 점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내의 보관시설 역시 1991년 전술핵무기가 철수된 이후 30여 년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후화된 시설의 보강(현대화 및 신축)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이전에 사용했던 지역이 아니라 새로운 보관지역(시설)으로 검토 및 선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음도 고민이다. 중국과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가 당연히 이슈화시킬 정치·외교적 수단에 대한 대응방안의 고민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지혜와 치밀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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