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거미집'과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사자' 작전,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

입력 : 25.06.16 11:19|김성진 |댓글 0
우크라이나·이스라엘의 “인식 전환과 軍·정보기관의 협업”…전쟁 양상 변화
韓, ‘드론작전사령부’ 창설(2023)·민간개발 박차…공백기 대안(代案) 필요


한껏 움츠리고 있다가 번개 불에 콩을 구워 먹듯 펼쳐진 우크라이나의 ‘거미집 작전(Operation Spider's Web, 이하 거미집)’과 드론·정보전이 합쳐 뿜어낸 이스라엘의 ‘사자의 힘으로(With the Strength of a Lion) 작전(이하 사자의 힘)’은 현대 전쟁의 양상을 일거에 바꿨다. 더욱이 새로운 인식으로 전환하며, 기존의 관점을 허물어 버린 이번 작전은 핵무기 보유국만이 강대국이란 인식에 의문을 남겼으며,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하 SBU)이 주도해 1년 6개월여간 치밀한 물밑 준비와 전격적으로 감행된 ‘거미집 작전’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문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담한 전략적 기습이다. 전쟁사 측면에서 공자(攻者·attacker)가 노출되지 않은 채 단 한 건의 충돌조차 하지 않고, ‘종심 타격(deep strike)’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 작전에 투입한 드론(Osa, 일명 ‘말벌’)은 대당 가격이 2,000달러로서 최대 7파운드(약 3.3kg)를 탑재할 수 있으며, 145km/H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기간 작전을 계획 및 진행하는 동안 미국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하 젤렌스키)이 안전보장을 요구하자 “당신은 손에 쥔 카드가 없다”며, 면박을 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사진=militarnyi.com
 
 
우크라이나는 이전부터 장거리 무인 항공기로 타격을 시도했지만, 러시아의 방공시스템에 막혀 실패를 거듭하자 이번엔 드론 부품을 가지고 러시아 내부로 4,300km나 떨어진 벨라야 공군기지 근처까지 침투해 현지(現地)에서 드론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준비 및 수행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물리적 측면만을 과신(過信)했기에 중요한 전략핵 폭격기들을 주변이 노출된 지역 격납고에 위치시켰다. 기초적인 전략·전술적 판단에도 부합하지 않았던 이러한 자만심은 치명적인 오판이 되어 엄청난 피해를 봤다.

우크라이나 SBU의 발표에 의하면, “러시아가 보유한 Tu-22M3·Tu-95MS 등의 전략폭격기 34%가 파괴되었고, 70억 달러(한화 9조 6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자부심을 가지던 핵전력 3축 체제의 핵심인 전략폭격기 상당수가 파괴된 현실은 엄청난 물질·심리적 타격이다. 이는 미-러 간 핵 균형 체제를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요한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시도한 기상천외한 드론 공격이 성공하면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협상 과정에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고, 그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유력한 카드가 됐다. 이제 우크라이나를 힘없는 패자(敗者)라고만 바라볼 수도 없게 됐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의 핵·미사일·방공망과 테헤란의 주요 표적을 일시에 타격했다. 이란에서 보안이 가장 삼엄한 나탄즈(Natanz) 핵시설·국방부 청사 등을 공격했고, 방공망은 빠르게 무력화시켰다. 더욱이 軍 수뇌부를 비롯한 9명의 물리학과 핵·화학·재료공학이 전문인 과학자들을 참수했다. 핵 능력 발전에 필요한 주요 인적 기반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이스라엘은 ‘사자의 힘’ 작전을 통해 이란의 안보·군사 기관 수뇌부에 대한 ‘참수 작전’ 능력을 과시했고 1,500㎞나 떨어진 이란 본토에 대한 장거리 타격력을 입증했다. 이는 이란의 향후 핵 개발 추진과 군사력 운용 등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작전을 준비-시행하는 과정에서 모사드(정보기관)와 치밀하게 협업해 ‘완전 작전’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美 뉴욕타임즈(NYT)·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란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정상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작전 수개월 전부터 이란 내부로 드론을 대거 밀반입했고, 주요 軍 장성과 핵 과학자의 움직임을 계속 식별 및 추적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의 사건을 통해 세 가지 시사점을 느낄 수 있다. 먼저, 비핵국가일지라도 정교한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핵보유국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측면과 그들의 영토 내부가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 공포심을 느끼게 됐다.

둘째, 핵보유국이 가졌던 핵 억제 이론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생겼고, 심도 있는 논제(agenda) 선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핵 억제 이론의 기반은 핵을 보유한 강대국 간 ‘상호확증파괴(MAD)’에 있다. 상대국이 가진 핵 보유 자산을 공격했을 때 곧바로 핵 보복을 당한다는 위험성이 있기에 서로 직접 타격하지 않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전으로 이러한 등식(等式)이 무너졌다. 핵 억제력이 절대적인 무기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핵무기가 가졌던 억제력과 신뢰성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셋째, 우크라이나·이스라엘이 채택한 첩보 수집과 사전준비 작업, 고정밀 표적 선정 및 타격 방식은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그러함에도 우크라이나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러시아의 심리적 허점을 찔렀다는 측면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이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해 군사적 체력(뚝심)이 쇠퇴한 틈새를 파고들었기에 또다시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의 전쟁이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면, 점차 요격 기술이 발달하면서 방패가 우세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최근 트럼프의 우주 요격 시스템인 ‘골든 돔’ 발표도 이러한 구상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번 작전과 같이 상대 국가의 영토 내부로 드론·관련 장비, 특수 정예요원 등을 은밀하게 침투시킨 다음 정밀한 타격을 가한다면, 아무리 견고한 방패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美 육군은 2024년 8월 상비사단에 ‘자폭형(FPV) 드론(Switchblade, 이하 스위치블레이드)’ 1,000대씩을 공급하고자 9억 9000만 달러(한화 1조 38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오래된 무기·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대규모 점검 작업에도 착수했다.

스위치블레이드는 하늘을 날아다니다 표적을 타격하는 체공 자폭 드론으로 전차부대 타격 및 인마(人馬) 살상용으로 사용된다.

아울러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의 제4 보병사단 예하의 전투항공여단엔 ‘잠자리 소대(소형 무인 항공 시스템 혁신 및 표준화 소대)’가 편성됐다. 아마존에서 40달러에 구매한 기본 시스템에 특정 부품을 장착한 저가형 정찰 드론을 생산·훈련하고 있다.

이번에 성공한 ‘거미집·사자의 힘’ 작전은 자국의 단점은 최대한 회피하고, 상대국의 취약한 틈새를 깊게 파고들었다. 즉, 어디에든 드론이 접근할 수 있고, 재래식 무기로도 언제든 표적(軍 수뇌부 또는 핵 과학자)을 정밀하게 선정해 참수할 수 있다는 점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한은 이미 1,000여 대의 자폭 드론 등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 20만여 명, 전방지역에 배치된 장사정포 1,000여 문, 각종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책동,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는 심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복합적인 도발이 예상된다. 

한국군도 2023년 9월 ‘드론 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드론봇 전투체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도 상당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독자 개발 완성은 2030년이 돼야 가능하다. 또 다른 방식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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