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케인 美 합동참모의장의 보고에 의하면, B-2 전략 폭격기(7대)와 토마호크 미사일이 가세한 ‘이란 핵시설 폭격 작전(Midnight Hammer)’은 일련의 기만 작전(Deception Operations)과 37시간의 왕복 비행, 수차례에 걸친 공중 급유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작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핵시설 외부로 어떠한 물질도 반출되지 않았다”며, “농축우라늄(이하 HEU)의 반출은 너무 오래 걸리고 위험할 뿐 아니라 무거워 옮기기도 힘들다”고 하면서 미국이 공습하기 이전에 HEU를 빼돌렸다는 이란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피트 헤그세스 美 국방장관(이하 헤그세스)도 “폭격기들이 아무도 모르게 폭격하고, 빠르게 빠져나와 귀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부터, 미국은 지난 16일 야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이란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결속을 외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은 ‘12일의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과 거리를 뒀고, 군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란이 트럼프의 강압적 휴전 제의에 동의한 데는 푸틴의 방관자적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에선 “동반자 조약에 군사협력에 관한 내용은 없고, 이란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믿었던 푸틴의 지원 회피로 방공 체계가 무력화되고, 이스라엘의 정밀한 타격과 무차별적인 폭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란으로선 상당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도 내심 복잡한 심경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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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입장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란을 지원할 경우, 곧바로 화염과 분노의 대명사로 종잡을 수 없는 팽창주의적 리더(expansionistic Leader, 트럼프)가 강력한 경제 제재로 그의 입지를 흔들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와는 수입 원유가격을 협력하는 관계이며, 이스라엘 국민의 20%(200만 명)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현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기 어려운 형국에 따라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을 회피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지금 푸틴은 과거의 영광 재현에 몰입되어 어느 국가와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따라서 그의 처지에선 정치·외교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란이 러-우 전쟁 초기 지원한 자폭 드론(샤헤드-136)과 각종 포탄·탄약·부품 등은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후 엔진과 탄두, 전파 방해 능력을 보강한 ‘게란-2(개량형)’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北·中에서도 포탄·탄약·부품을 비롯해 전투 병력을 지원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美 외교 전문지(FP)는 “러시아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하마스 등 이란이 지원하는 집단을 공격하고, 친(親)이란 성향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몰락할 때도 수수방관하는 데 그쳤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세를 확보해야 하기에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마음도, 여력도 없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국익(國益) 중심 행보는 김정은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해 6월 ‘포괄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명문화한 다음 두 차례에 걸쳐 쿠르스크 지역으로 북한군 15,000여 명을 파병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현안 보고에서 7~8월경 추가로 북한군 공병·건설 인력 6,000여 명이 재파병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은 러·中을 든든한 뒷배로 두고, 트럼프의 압박과 회유에 맞서 각종 제재를 돌파하고, 핵보유국으로서 당당한 위상을 갖겠다는 야심이다. 그러나 푸틴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에 당하는 이란에 대해 군사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속내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특성이 철석같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트럼프의 지원과 관계 회복이 시급한 푸틴이 북한을 외면한다면, 김정은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 ‘새로운 전쟁에 반대하는 정책’을 폈지만, 2기가 출범하며, ‘새로운 전쟁에 개입’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더욱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란 본토를 직접 폭격하는 강수(强數)를 선택했다. 이러한 현실은 中·러를 뒷배로 ‘핵보유국’ 지위와 ‘경제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김정은의 협상 전략에 불리한 전례(前例)가 됐다.
북한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5 연감>에 의하면, 50~90기의 핵탄두를 가졌고, 여섯 차례에 핵실험을 한 비공식 핵보유국이다. 고농축 우라늄(HEU)의 60% 농축률을 보유한 이란과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트럼프의 성격상 유사한 기준을 들이대며, 공세적으로 압박하거나, 강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비롯한 중동 사태에 얽매여 있지만, 이번 사태가 이대로 일단락된다면, 곧바로 김정은과 대화 및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하기 위해 핵 고도화에 집착하는 한편 그들의 의지를 대외에 표출하고자 대남(對南) 제한·군사적 도발을 통해 ‘몸값 불리기’를 시도할 것이다. 지난 1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 6,000명을 파병하기로 합의했음은 북·러 간 ‘혈맹’ 수준의 군사협력 관계를 못 박아 이란과 다르게 푸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문제는 한반도의 대내외적 상황(여건)이다. 미국은 새로운 국방 전략(NDS) 발표에 앞서 해외 주둔 미군 규모의 조정 등 군사 태세 전반을 조정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전쟁 위협이 커지면서 속속 재무장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28,500명)의 일부 철수 및 전환배치를 실행하고자 한다. 주일미군(52,000명)·자위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조직 확대(중장→대장)를 노리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은 날강도”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트럼프 개인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는다. 대미(對美) 메시지 수위를 조절해 접촉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미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 스스로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 다가온다. 급변하는 대내외 안보정세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어떠한 전략이 마련돼 있는지 차분하게 되짚어 보강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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