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과 ‘MASGA’, 한반도 안보의 방정식

입력 : 25.08.27 15:05|김성진 |댓글 0
美 ‘번스-톨레프슨·존스법’…‘MASGA’ 추진 시 걸림돌
美 해군부…‘MASGA’ 관련 선박 규제 완화 우회 통로 가능성 언급
韓, 국익을 고려한 대(對) ‘America First’, 중·러·일 관계 설정 필요


이달 초 美 해군부가 우리 방위사업청과 미국의 해군력 강화를 위한 군함 건조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韓·美 조선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선박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과 美 해군부는 다음 달 중순 美 워싱턴에서 워킹-그룹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정상회담에선 양국이 상생할 전략적 방책의 하나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호응을 받으면서 추진에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의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mendment)’과 ‘존스 법(Jones Act)’은 MASGA를 추진하는 데 상당한 한계로 작용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정상회담 간 대한민국(이하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할 것이며, 미국의 인력이 미국 내에서 직접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번스-톨레프슨법’과 ‘존스 법’은 미국 내에 있는 조선소 이외에서 건조된 군함(軍艦) 또는 상선(商船)은 구매할 수 없다. 즉, 美 군함이나, 군함에 사용되는 주요 구성품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따라서 이번에 실무 협의 과정에서 나온 표현은 美 군함의 해외건조를 제한하던 현행법을 연내(年內)에 한시적으로나마 우회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예상되는 행정명령엔 한국에서 함수(艦首)와 함미(艦尾) 등 군함의 각 블록을 생산한 다음 이를 다시 미국 조선소로 가져가 최종 조립하는 방식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다만, 美 의회에선 관련 법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데 찬성하는 의견도 많이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시설을 확장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에 한시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군함 건조 등이 가능하도록 우회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의 관련 소식통은 “한국에서 미국 군함 블록의 생산이 가능해질 경우, 전투함에 비교해 보안 관련 기준이 덜 엄격한 군수지원함 등의 비 전투함이 우선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미국은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 296척인 함정 보유 수를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매년 퇴역하는 함정 등이 있기에 향후 30년간 364척을 새로 건조해야 하지만, 미국 조선소의 낙후된 현실로 인해 한국과 일본 등의 협력이 없으면,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美 해군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군함 보유 수량의 확보가 시급해진 만큼 관련 사안(事案)이 탄력받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는 한반도가 직면한 안보 현실의 불확실성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에 앞으로 시작될 실무 협상에서 상당한 노력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우려가 섞인 시선들이 많다.

정상회담이 우려했던 바와 다르게 ‘MASGA 프로젝트’와 ‘트럼프의 北·美 정상회담 개최 주도 요청’ 등과 잘 연계되면서 한반도 평화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위한 비전과 기대감 등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에 관한 공약 및 공동 발표문, 문서화 서명 등으로 연계되진 않았다. 다시 말해 이전과 큰 차이 없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선의에 의존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는 측면에서 염려스럽다. 더욱이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른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韓·美 연합 대비태세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한 방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韓·美 외교장관 회담에선 ‘완전한 북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DPRK)’가 양국 공통의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선 여기에 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증액을 포함해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을 비롯한 ‘동맹 현대화’와 ‘동맹의 역할 확대’를 자신이 원하는 ‘韓·美 동맹의 미래상’으로 완성하고자 한다.

트럼프가 이 대통령에게 “(기회가 되면) 중국에 갈 때 같은 비행기를 타자”고 했다. 이는 호의적인 여담이라기보다 한국도 미국과 함께 대중(對中) 정책에 한목소리를 내야 함을 에둘러 나타낸 표현이지 않나 싶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은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했고, 최근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며, 러·중을 뒷배로 삼아 ‘핵보유국’임을 내세우고, ‘핵 군축 회담’을 고집하고 있다. 김정은이 워싱턴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관련 사안을 오판하게 할 수 있기에 염려스럽다.

韓·美 간 정상회담이 양국 최고 지도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안보 측면의 불확실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익‧안보는 임기응변과 수사(rhetoric)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진정 국익을 추구하려면, 트럼프가 내세우는 ‘오직 미국(only America)’만을 뒤따라갈 게 아니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아내 매듭지어야 한다.

정글(힘)의 법칙이 난무하는 현실사회에서 트럼프의 종잡을 수 없는 거래의 기술과 미국의 이익만 좇는 일방적 패턴을 뒤쫓기엔 주변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목표와 전략에 몰입돼 급변하는 국제 안보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경제‧안보 양축(兩軸) 모두가 낙오 및 퇴보 당할 수밖에 없다.

어제(27일)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한 관계의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서 기원한 것”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도, 제3국 요인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고 밝힌 내용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美 국방부의 국가방위전략(NDS) 완성본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10월경 예정된 韓·美 국방장관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선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관한 사안까지 폭넓게 다뤄질 것이다. 명확한 국가 안보전략과 원칙이 있는 가운데 ‘America First’와도, 중·러·일 등과의 관계 재설정에도 치열하게 줄다리기해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 좌-우가 따로 없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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