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통해 혈맹으로 평가받던 韓·美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민 대다수는 굳건한 韓·美 동맹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일방·독선적인 고관세 협상 압박,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의 ‘동맹 현대화’ 즉, 주한미군 주둔비용 대폭 확대,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 동참 요구, 외교적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 등이 거듭되면서 비판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이하 한국)에 더 많은 역할과 책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영활하게 처신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북, BRICS(+)·상하이 협력기구(SCO·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와 연대해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은 2023년부터 전략핵무기 개발 및 고도화로 美 본토의 위기를 부추겨 ‘韓·美 핵 확장 억지력’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조만간 발표될 美 국가방위전략(NDS·National Defense Strategy)에서도 여실히 느껴질 것이다.
지난달 25일 브루스 베넷 美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선임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서 선택권을 제한받을 것이다”며, “주한미군은 미국 군대다. 더욱이 한국군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감축(조정)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엘브리지 콜비 美 전쟁부 정책차관은 대북(對北) 억제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조기 전환이 연합전력의 준비태세를 약화할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할 때 한국이 전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일정에 쫓겨 전환할 경우, 자주국방에 유리하다는 시각은 많지 않다.
고대 아테네는 페르시아 제국의 침입에 맞서고자 에게해 연안의 150여 폴리스(Polis·도시국가)들과 ‘델로스 동맹(Delian League)’을 결성해 페르시아를 무력화시켰지만, 또 다른 ‘아테네 제국주의’를 등장시켰다.
아테네가 권한을 휘두르며, ‘페르시아로부터 그리스를 방어’하자는 초심(初心)을 무시한 무력행사와 강압이 동맹국의 분노와 두려움을 키웠다.
이후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관계가 악화하자 공동의 숙적이던 페르시아와 평화 협정을 맺었고, ‘델로스 동맹’은 깨졌다. 결국,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에서 아테네에 승리했지만, 동시에 몰락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終熄)된 다음 미국(그리스의 아테네)은 구소련(페르시아)이 주도하는 공산주의 팽창을 막고자 전(全) 세계에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동맹국들을 주도해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내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수호천사(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최근 트럼프는 고관세로 동맹·우호국을 겁박하며, ‘MAGA·America First’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엔 지정한 곳으로 현금 5500억 달러를 넣으라고 강압한다. 그리곤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5대 5, 이후부턴 수익의 90%를 양보하라고 강요한다. 한국엔 3500억 달러 투자가 현금이라고 한다. 외형만 협상일 뿐 ‘정글의 법칙(jungle law)’이 따로 없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때 중·북·러와 SCO 정상들은 반미(反美) 동맹을 과시했다. 반면에 트럼프는 동맹·우호국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이익을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전의 키다리아저씨는 없어졌다.
한국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안보·경제(통상) 위기 속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휘말릴 염려와 주한미군(기지)이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됨을 우려해야 하는 등 복합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여기에 미국은 ‘韓·美 상호방위조약’이 인-태 지역에서 미군이 공격받으면, 미군과 공격받은 파트너를 방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접근한다.
한국은 6·25전쟁 시 미국·호주·영국·캐나다 등의 동맹국 도움을 받았기에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제한적이나마 동조하거나,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먼저 우리의 국방력이 강해야 한다. 정부의 ‘자주국방’도 같은 의미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싶다. 지난달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50만 명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에 전투병력 위주의 현역 군인은 35만 명을 유지하고, 경계 등 비전투 분야는 아웃-소싱(out-sourcing·제3자에 위탁해 처리)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논제(agenda)가 처음 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십수 년 전부터 미군의 아웃-소싱 방식을 채택해 전투력을 강화·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및 투자 대비 효과, 운영·관리적 측면 등이 뒤따르지 않았기에 실행하지 못했다.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다양한 시각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이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접경지에서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며,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실시한 해병대의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승인했다”며, “군사합의 복원은 서로 밀당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지 일방적으로 중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전작권 전환 분야는 “韓·美 간 합의한 절차·방법에 따라 체계·안정·능동적으로 추진 중이며,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보·첩보 수집 자산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은 없이 무조건 전환하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기에 추가적인 고민과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2025 호국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軍 소식통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이란 측면을 고려해 연기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초급간부들이 軍을 회피하고, 중급간부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군령권의 최고 조직(합참)에서 훈련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 훈련을 줄이는 논의들을 한다는 자체가 염려스럽다. 더욱이 병력이 급감하는 현실에 반복되는 포퓰리즘 정책과 일회성 제도가 軍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전투력 발휘에 문제가 없다는 전망은 해법을 더 어렵게 만든다.
자주국방은 수사(修辭·rhetoric)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군대는 국가 존립의 위기에 투입할 마지막 보루(전사집단·Warrior Group)다. 軍이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하려면, 평시부터 전기전술(戰技戰術)을 갈고닦을 기회(훈련)가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안보(군사)정책·전략, 무기체계와 군사교리, 군사조직 및 구조, 우수한 운영·관리자원을 확보하는 등에서 진전을 보여야 가능성도 커진다.
軍이 소명의식(calling)으로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려면, 상부(上部)가 좌고우면하기보다 본연의 존재 의미와 역할 수행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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