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 운영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는 폐지하고, 필수 기능을 분산 이관한다”고 발표했고, 오늘(13일) 국방부는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에 방첩사 해체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첩사의 내란·외환·반란죄와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10개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로, 국방부와 합참 예하 부대를 포함해 방위사업체 종사 요원들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은 합동참모본부와 각 軍 정보참모부 등으로 이관된다. ‘방첩 기능’도 수사 기능을 이관하는 조직이 흡수할 예정이기에 폐지하는 수순(手)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싶다.
방첩사는 1948년 ‘국군조직법’이 제정되고, 대한민국(이하 한국) 국군을 창설한 이래 국가·軍을 보호하는 업무를 전담해왔다. 그간 방첩대(SIS)→육군 정보국 특무대(CIS)→육군보안사→국군기무사→국가안보지원사→방첩사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軍 보안사고와 방첩 수사에 대응할 전문기관·요원들이 필요했기에 최소한의 법적 기능과 기본적인 권한은 유지됐다.
방첩사는 2022년 11월 1일 제정한 ‘국군방첩사령부령’에 따라 직제·직무가 규정됐다. 이에 근거해 국방부 장관의 통제를 받으며, 군사보안과 軍 방첩, 대군(對軍) 정보수집 및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으로 해체가 검토됐지만, 명칭 변경과 인원을 축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음은 전문성과 전문역량이 필요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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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대목은 방첩사의 직제(職制)를 ‘부령(部令)’이 아닌 ‘법률’로 규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법적 절차를 거쳤다면, 여러 차례 명칭이 변경되는 아픔도 겪지 않고, 과도한 정치 개입·권한 행사 논란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국정기획위가 개편된 지 3년 만에 방첩사를 해체하는 명분은 ‘계엄 관여’다. 여기서 고민할 대목이 있다. 지휘관이 문제가 있으면, 문책하거나, 교체하면 되고, 문제점이 있으면, 도려내거나, 환골탈태할 정도로 혁신을 강력하게 실천하면 된다.
여느 조직을 불문하고 업무를 이관 및 해체함은 어렵지 않다. 나중에 그러한 역량을 구축하려면, 오랜 기간이 걸려서다. 北의 간첩 수사나 방첩 활동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에 조직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간첩 수사의 가장 핵심은 ‘전문성’과 ‘비밀(수사보안) 유지’, ‘끈기와 집념’에 있다.
간첩은 일반 범죄와 다르게 신고(제보)자·사건피해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음지(陰地)에서 단서를 쫓아야 하고, 확인돼도 법적 테두리 내로 가져와 위장 잠입 또는 내부 협력자, 연계(연고)자에 대한 확인(식별) 작업 등의 고차방정식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수사 기간이 적게는 5년에서부터 20여 년 이상까지 지체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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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간첩 수사의 최고 전문기관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었지만,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1월부터 대공수사권이 없어졌고,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관됐다. 경찰이 많은 know-how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 범죄 이외에 간첩 수사 등 안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경찰 인력(이하 경력·警力)은 13만972명으로 2023년 13만1046명에서 다소 줄었다.
이 가운데 안보업무에 종사하는 경력은 2255명이다. 대공(對共) 수사, 산업기술 유출, 안보 사이버, 테러·방첩 등을 직접 담당하는 안보 수사 요원이 약 0.86%인 1124명이고, 관리자 및 안보 수사 지원, 신변 보호, 공항·항만 관리 등 간접적으로 담당하는 일반 안보 요원이 전체의 약 0.86%인 1131명이다.
안보 수사 요원은 이전 정부에 비해선 다소 늘어났지만, 전체 경력과 비교하면, 여전히 1%대에 미치지 못한다. 간첩 관련 신고체계에도 큰 변화는 보이지 않으며, 허술하기는 도긴개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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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없어졌고, 방첩사의 방첩 기능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2003년까지 안보신고는 ‘113’이었으나, 이후 정부의 유사번호 정리 방침에 따라 모든 신고 시 전화번호는 ‘112’로 통합됐다. 112시스템의 신고통계는 61개 사건 종별(種別)로 관리하고 있지만, 간첩 관련 신고유형을 별도로 분류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안보사건에 관한 수사 전문인력도 별도로 운용하지 않으며, 운용할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방첩사가 최근 4년간 진행한 보안 조사 건수를 살펴보면, 2021년 224건이었지만, 2024년엔 약 +4.5배가 늘어난 1000여 건을 넘어섰다.
안보 사범에 대한 처벌 현황도 韓·美 연합훈련에 관한 기밀 정보를 넘긴 사례를 비롯해 방첩사가 주도해 적발한 군사·방산 기밀 사건이 대거 포함돼있다. 국정원·방첩사의 국가안보 사범 수사(검거)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는 이유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이 없어진 대신에 정보수집-분석-첩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대공 조사권’을 가졌지만, 법적 한계는 상당하다. 특히 간첩 조사(수사)의 특성상 은밀한 진행함이 기본인데도 구체적인 내용의 시행령은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장 판단에 따른다’고만 돼 있다. 대공 수사의 또 다른 핵심축을 담당하던 방첩사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다수의 안보 전문가는 “방첩사를 해체함은 軍의 안보 분야에 대한 무장 해제와 다르지 않다”며, “방첩사는 간첩만을 잡는 기관이 아니기에 적국(敵國)이 우리의 국가 전략자산에 마음대로 접근할 통로를 열어주는 행위와 같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어서 “방첩사는 軍 내부의 작전·인사 기밀 보호 및 내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잘못된 부분은 도려내야한다. 따라서 무조건 해체보다 기능 개선 및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초 여론조사기관(리서치제이)에서 진행한 방첩사의 간첩수사권 유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58.6%, 반대는 29.9%로서 찬성이 약 2배가 많았다. 국정원의 간첩수사권 부활에 관한 의견도 찬성이 61.9%로 과반을 넘어섰다.
급변하는 국내외 안보 환경(여건)을 고려할 때 방첩사의 3대 주요 기능(수사·보안·방첩)을 분리할 경우, 간첩 수사에 대한 전문성과 전문 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가안보는 감정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인식도 문제이지만, ‘에코 체임버(Eco Chamber·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소통하며, 이들의 말만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에 젖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격”이 되어선 안 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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