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통국가화’와 한국산 핵 잠함 추진의 현주소

입력 : 25.11.06 14:17|김성진 |댓글 0
日, 반격능력 가진 ‘보통국가화’…이지스함(10척) 토마호크 400기 조기 도입
日, 美 인-태 전략에 적극 참여…역외균형전략의 핵심국가로 입지 공고화
韓, ‘핵 잠함 건조’ 프로젝트…연료 공급·건조 장소 및 방식 등 난제 산적


2022년 일본은 77년 만에 적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을 보유한 ‘보통국가’를 선포하며, 전쟁의 창과 방패를 모두 갖추고자 한다. 미국은 이를 “인-태 지역의 평화·번영을 위한 담대한 역사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美 패권전략과 역외균형전략의 핵심국가로 자리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보수 세력은 핵 잠함·장거리 미사일로 ‘전략적 동등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이하 다카이치)는 중-북-러의 결속이 심화하는 가운데 ‘핵 잠함 정책’과 GDP 2%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공세적인 반격능력 개발을 한껏 독려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일본 이지스함(7500t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JS 초카이·DDG-176’)이 미국의 장거리 순항미사일(토마호크, 최대 사거리 2500km)을 탑재 및 know-how를 습득하기 위해 美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에 도착했다. 내년 9월까지 승조원 교육·실사격 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일본이 토마호크 400기를 도입해 모든 이지스함(건조 중인 2척을 포함한 10척)에 설치 및 운용하려 함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 시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미국의 안보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이번에 도입한 토마호크는 수상·잠수함 모두에서 발사가 가능한 아음속(음속 이하) 지상공격 무기로 美-日 간 계약엔 지원·유지보수·정비가 모두 포함돼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美 군사 전문매체(The War Zone)에 의하면, 이번의 토마호크는 비행 간 경로를 재조정하고, 적외선 영상으로 고정 목표물을 타격하는 개량 모델이다. 추가 도입될 버전엔 이동 중인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다.

토마호크는 여러 동맹국에서 사용(시험)하는 버전이다. 英 원자력 잠수함엔 이미 배치됐고, 프리깃함(frigate艦·공격형 항공모함의 호위용 군함)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호주는 지난해 美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유도미사일 구축함(HMAS 브리즈번 호)으로 첫 발사 훈련을 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3월 美 동부 해안에서 프리깃함(HNLMS 데 루이터호)으로 시험 발사를 했다.

美 랜드연구소는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경우, 미국은 곧바로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일본도 동맹국으로서 대만 방어에 참여할 것이다”며, “미국은 일본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공동방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능력을 향상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하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은 ‘한국산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 잠함)’의 건조에 동의했다.

지난 4일 국방부에서 제57차 韓·美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피트 헤그세스 美 전쟁장관(이하 헤그세스)과 안규백 국방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어서 “진정성 있는 논의(good-faith talks)·협의(good-faith discussions)가 진행되고 있다”며,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 잠함 건조 장소 등에 관해선 “승인 절차의 세부 사항은 내 소관을 넘어서는 부분이다”며, “국무·에너지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대통령의 약속을 신중히 이행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같은 날 오후 제48차 국무회의에 참석한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美 측과의 협의를 통해 원자력 잠수함용 연료를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에 건조에 들어가면, 2030년대 중후반엔 선도함의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韓·美 외교·국방 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방부 단일 부처 차원을 넘어서 정부 역량을 결집해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SCM 공동성명과 외교·안보 라인 어디에서도 핵 잠함 건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서화 노력은 찾기 어렵다. ‘필리 조선소 건조 대(對) 한국 내 건조’ 이견을 끝내려면, 어려운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이지만, 잘 마무리될 거라는 감성적 인식만 느껴진다.

트럼프는 한국의 핵 잠함 건조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필리 조선소(이하 필리)’에서 건조하라고 한다. 정작 ‘필리’는 상선(商船)·정부 지원의 다목적선 이외에 핵 잠함 건조 실적이 없다. 우리로서는 조지아 구금 사태 등을 고려해야 하고, 시설에 대한 추가 비용 투자 등 엄청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소요 비용·지체 기간 및 기반 시설 재구축, 전문인력 운용의 한계 등에 빠졌다고 외교·안보 환경 변화가 멈추지 않는 데다 핵 잠함 건조의 핵심인 ‘연료 확보’ 방식은 더 안개 속이다.

핵 잠함 연료를 확보하려면, △완전히 봉인된 농축 우라늄을 공급받거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공급 방식이 결정돼도 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연료는 군사적 목적에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美 의회 승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연료 관리·감시체제, 안전·보안 관련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한국은 핵무기 비보유국이기에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맺고, 핵물질이 핵무기·핵폭발 장치로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받고 있다. CSA는 ‘비평화적 활동에 사용되는 핵물질’엔 적용되지 않지만, 우리가 핵 잠함을 도입할 경우, IAEA가 우리의 군사 보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결국, 에너지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원자력협정이 유효한 상황에서 군사적 목적의 핵 잠함을 건조하려면, 별도의 개정과 예외적인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즉, 기존의 원자력협정을 저농축 우라늄 생산, 저장소가 포화 상태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갖도록 개정돼야 한다. 정리하면, 작금의 정치적 선언을 현실화하려면, 상당히 먼 길을 둘러가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핵 잠함을 도입하려면, 원자력협정 개정과 더불어 별도의 새로운 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주의 경우, 핵 잠함을 도입·건조하면서 3국 안보협력체(AUKU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봉인된 고농축 우라늄을 받는 대신에 핵연료의 재처리·재이전을 금지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무기 체계는 잠함이다. 다수의 국내 전문가는 “북한의 핵무기·핵 잠함 위협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우리 잠함이 북한의 항구 주변에 매복해 북한의 핵 잠함을 추적하거나, 유사시 격멸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핵 잠함 건조 소식에 자신들의 외교능력을 질타하면서도 한국이 일본과 핵 잠함 건조 기술을 공유할 책임이 있다고 억지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일본과 외신(外信) 어디에도 우리의 핵 잠함 건조 능력엔 의문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방증(傍證)이지만, 전능화된 ‘현실적 정치력’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어제(5일) 국방정보본부가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 기술을 지원받아 △고체 추진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과 군사 정찰위성 개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복 공격 능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계량형 잠수함 전력화를 준비 및 수중 발사 플랫폼 개발 △로미오(1800t)급 잠수함 개량 및 해상 시(試) 운전 활발 △드론·전자전 대비 훈련과 장비 강화 △하계훈련(7~8월) 간 드론(원격조정 비행물체)·무인기(자동·원격조정 비행기) 활용 확대 등 다양한 도발 책동은 더 명료해졌다.

권위주의 국가(중-북-러) 간 연대가 굳어졌지만, 자유 민주주의국가 간 동맹·우호·적국의 개념은 혼란스럽고, 국제사회는 각자도생 형국이 됐다.

처음 형성된 ‘한국산 핵 잠함 건조’ 추진 프로젝트가 국내 정파 간 아집과 럭비공(정치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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