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에코-체임버와 ‘동맹과 자주국방’이 주는 한계

입력 : 25.11.10 14:31|김성진 |댓글 0
韓, 1970년대부터 핵확산 금지조약(NPT), 韓·美 원자력협정에 매몰
트럼프의 ‘조인트 플랙시트’ 지체…인-태 전략+경제·안보체제에 구속(?) 
韓, 에코-체임버 극복…‘핵 기술’ 족쇄→‘독자적 에너지 주권’ 확보


1970년대부터 대한민국(이하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韓·美 원자력협정의 틀 속에 빠져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도 ‘원전 연료(우라늄)’를 스스로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조차 재처리할 수 없는 ‘절름발이 기술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줄탁동시(啐啄同時·어미 닭과 병아리가 알의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대 껍데기를 깨다)’할 것이란 보랏빛 전망이 크다.

그간 미국은 “한국의 핵 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극단적 반응이었기에 어떠한 계기가 변화의 조짐으로 바뀌게 했을까? 미국이 완강히 거부하던 ‘핵 주권’ 일부를 허용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트럼프가 에너지 안보 주도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가 러시아에 밀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차세대 원전(소형모듈원자로, 이하 SMR) 가동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마저 러시아에 의존해야 함을 자각하면서다.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가 전 세계 원전 연료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핵연료가 종속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대체 파트너가 절실하다. 한국의 원전 운영 능력과 SMR 설치 수준 및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공급망을 재편할 때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선정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 듯하다. 즉, 고농축 우라늄을 봉인해 지원하든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고수(固守)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우리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2030년이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飽和)되기에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해 8월 美 에너지부는 “한수형 원자로에 美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형 원자로 설계에 미국의 원천 기술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결국, ‘원전(APR1400)’을 팔 때마다 美 웨스팅하우스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게 됐다.

지난 4일 국방부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회복(이하 전작전 전환)’을 직접 언급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같은 날 韓·美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피트 헤그세스 美 전쟁장관(이하 헤그세스)은 “한국은 모범적인 동맹(model ally)으로서 한국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50년 7월 14일 한국은 전작권을 미국에 넘겼고,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처음 공식화한 이후에도 전환 일정은 계속 연기됐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이 제기된 초기부터 검증 단계별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어제(9일) 국방부에 의하면, 양국은 내년도에 그간 지체되던 FOC 검증 진행에 합의했다고 한다.

군사 능력 검증 절차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제1단계)-완전운용능력(FOC, 제2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 제3단계)로 이루어진다. 

제2단계인 ‘FOC 검증’은 ‘연합사령부가 평시 준비뿐만 아니라 전시상황이 됐을 때 전면(全面) 작전 수행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최종 평가 단계’다. 검증이 통과되면, 양국 대통령이 전환연도를 수립한 다음 전환하기 1년 전에 마지막 단계인 FMC 검증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이 조기에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군의 완전한 자율적 운용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군의 정보·감시·정찰(ISR)자산과 분석 결과 및 의사결정 권한이 공유돼야 하지만, 미군의 특성상 거기까지 가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다수의 군사전문가는 “우리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 논의(agenda)는 韓·美 동맹 내에서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문제다”며, “우리가 실제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미군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 권한은 양국이 가져야 하지만, 미국은 쉽게 넘겨주지 않을 거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자주국방’을 원한다고 미국이 가진 세계전략의 틀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기에 ‘완전한 자율성’이 아닌 ‘조건부 자율성’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전작권을 넘겨받아 ‘자주국방’이 시작됐을 때 ‘협력·공동·포괄적 안보’ 개념을 충족하고, ‘국가 주권’을 회복할 만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가엔 의구심이 들게 된다.

헤그세스는 “한국이 대북(對北)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고, 우리는 역내 비상사태 대응 측면에서 유연성을 높일 것이다”며, “역내 모든 위협(all regional threats)”을 강조하면서도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유지 문제는 제외했다.

美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韓·美 동맹을 인-태 전략의 하나로 재편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중(對中) 견제에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SCM에서 부속 논의한 핵심의 하나는 트럼프가 승인한 ‘원잠 건조’다. 우리는 ‘기술 주권’을 원하지만, 미국은 ‘관리가 가능한 한국의 기술 발전’으로 한정하겠다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美 AP통신은 한국 내 조선소에서 美 해군 군함을 정비하는 합의가 “K-방산의 위상을 높이는 소식일 수 있지만, 美 군수체계 일부로 편입되는 구조이기도 하다”며, “이번 합의는 군사협력의 산업화”라고 표현했다. 

지난 韓·美 정상회담 이후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서)’ 발표가 지연되면서 양국 간 접근법과 방향이 다르다는 점은 확연해졌다. 헤그세스는 “트럼프의 약속을 신중히 이행하겠다”고 하면서도 세부 추진 방식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같은 문서’를 두고, 한국은 ‘경제 협력의 수단’으로, 미국은 ‘전략적 관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이 원자력협정 개정과 원잠 건조로 저농축 우라늄 확보 및 재활용 연구 권한을 얻게 되면, K-원전 수출과 발전소 건설-연료 공급-폐기물 관리-포화 직전인 핵연료 재처리까지 ‘풀 패키지 해결’이 가능해진다. 원전시장에선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동북아 안보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전작권 조기 전환-독자적인 원잠 건조-원자력협정’이 어떠한 함수관계로 마무리될는지 우려스럽게 한다.

이번의 조인트 플랙시트는 50년간 이어진 ‘핵 기술 족쇄’를 벗어나, ‘독자적 에너지 주권’을 가질 변곡점이다. 한편으론 트럼프가 우리 기술력과 능력을 인-태 전략과 경제·안보체제의 틀 속에 넣으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의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소통하며, 자신들의 말만 옳다고 착각하는 현상)와 확증편향(確證偏向)을 극복해야 국제정세와 관계의 흐름을 통관(通貫)하고,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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