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태 전략과 한국 핵잠 건조의 함수관계, 동상이몽?

입력 : 25.11.17 15:11|김성진 |댓글 0
韓·美 시각 괴리…원자력협정 개정, 핵잠 실제 건조·운용 과정 만만치 않아
美, 韓 핵잠+핵 잠재력 확보 우려…‘경쟁적 위협’인 ‘對中 억제’ 동참 당연시
美 해군…韓 해군 협동교전능력(CEC) 수출 거부, 비반복비용(NC) 혜택 폐지


지난 14일 韓·美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를 발표한 날 방한한 대릴 커들 美 해군참모총장(이하 대릴 커들)은 “한국의 조선 건조 능력이 美 함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SNN)의 도입은 ‘중국 견제용’으로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중국)’에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릴 커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화학공학)를 졸업한 학사장교(OCS) 출신으로 함대사령관, 전략사령관, 대서양함대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거쳤다. 한국의 핵잠 도입은 한국 해군이 지역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릴 커들은 美 선박을 한국 내에서 건조하려면,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법’을 개정해 관련 규제를 해제 및 의회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부 사항은 명확하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존스법’은 1920년 제정된 ‘美 상선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법’이다. 지난 8월 美 의회는 우리가 제안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 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 동맹국 조선소에서 선박 개조 시 50%의 수입 관세를 면제)’을 발의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은 1965·1968년 두 차례에 걸쳐 제정된 ‘산업 보호법’이다. 조선업을 보호하고, 해군의 군사기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美 의회는 군함의 외국 건조를 금지하는 제한 일부를 완화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지난 7월 美 해군정보국(ONI)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이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내외이지만, 중국은 2325만GT로서 약 233배에 달했다고 평가하며, 위기 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릴 커들은 한국 내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문제엔 “원칙적으로 백악관에 문의해야 한다”면서도 ‘필리 조선소’를 다시 언급했다. “현재의 미국은 조선 능력이 부족하기에 한국의 조선 역량을 배워야 한다”며, “필리 조선소가 상당한 생산 능력·시설을 갖췄지만, 어떻게 활용할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한화 측이 어떻게 지원할지도 조율해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도 미국의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인 중국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기에 “한국 핵잠을 대중(對中) 억제에 활용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한국에 대한 방어 약속을 지키고 있다”며, “최근 전략 핵잠함(SSBN)이 한국에 기항(寄港)함은 이러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로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경우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韓·中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전기(轉機)가 마련됐고, 입장이 다르다고 상대를 배척하는 행위는 어리석다”고 강조함은 조인트 팩트 시트 전반에 깔린 대중 견제 흐름을 국익 차원에서 신중하게 잘 대처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번의 韓·美 정상회담 결과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긍정적이고, 대릴 커들이 국내 조선소를 방문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협의했지만, 고민스러운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지난해 8월 美 전쟁부(해군)는 한국 해군이 이지스함에 탑재하고자 요청한 ‘협동교전능력(CEC) 수출을 거부’했고, 대외무기판매(FMS) 방식에서 적용받아 오던 ‘비반복 비용(NC) 면제’도 폐지됐다.

‘협동교전능력(CEC·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ty)’은 ‘함선과 항공기의 레이더, 광학장비가 탐지한 표적 정보를 고용량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융합·분배해 공유하면서 적의 동시다발 공격을 원거리에서 격파하고자 설계된 전투체계’로 이지스함의 전투력을 증강하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비반복 비용(NC·Non-Recurring Costs)’은 ‘무기 개발에 투자된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무기수출통제법(AECA)으로 외국에서 보전받게끔 비용을 청구하는 제도다. 다르게는 동맹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경쟁국을 따돌리고, 미군의 장비 표준화를 따르도록 하고자 사용하는 핵심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한화 약 37조 원) 어치를 구매할 때 +5%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에 ‘대관소찰(大觀小察)’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아쉽다.

북한이 올해 해군력을 강화하는 행보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한국은 역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은 매우 꼼꼼하게 살펴야 할 사안”이라며, 한국과의 정보 공유 및 상황 인식에 협력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러-北 간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북한이 일부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며, “해저·해상·공중 모든 영역에 무인 체계(드론)를 활용하는 흐름은 상당히 우려되며, 이런 진화된 기술에 의해 피해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방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분쟁’ 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의 역할에 관해선 “중국과 미국처럼 동급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의 충돌은 ‘전력 총동원(all hands on deck)’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이런 상황에 각자의 역할·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순진한 접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즉,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등이 적극적으로 동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이번 발표에 ‘주한미군의 現 수준 유지’가 빠진 이면(裏面)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중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연일 경제 분야를 비롯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이 아직까진 韓·美 간 조인트 팩트 시트의 발표 내용에 관해 침묵하고 있지만, 언제 안면을 바꿀지 모르기에 초미의 관심사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압박 수단으로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며, 북한은 ‘미국발 북한 비핵화(우리 정부에선 ‘한반도 비핵화’)’ 국면을 유리하게 변화시키고자 할 게 자명하다.

이렇듯 중차대한 변화기에 우리 내부의 특정 의견을 전략으로 내세움도 좋겠지만, 모두가 바라는 국익을 추구하려면, ‘무엇이 기본이어야 하고, 선행과제는 무엇이 돼야 할까?’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이후 국가 정책과 국민적 의지를 결집해 필요한 영역(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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