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美 국가안보전략(NSS) 발표와 美·中 틈새에 끼인 한반도의 안보정세

입력 : 25.12.09 15:46|김성진 |댓글 0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 공개…“아틀라스 시대” 종언(終焉) 공식화
美·中 국가 안보문서의 개념 변화…‘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제외 의미는?
韓, 서반구 중심·대중(對中) 견제·대만 유사시 ‘전략적 유연성’ 확대 대비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이하 트럼프)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외교·경제·군사 분야 등을 아우르는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이하 NSS)를 공개했다.

美 국가안보전략서(이하 NSS, 표지·목차를 포함 시 33쪽)는 백악관이 주도해 작성하는 최상위 안보전략 문서로 198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 도모, 국익 증진과 민주적 가치실현, 글로벌 도전 과제(기후, 전염병, 테러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검토해 채택하며,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이하 NDS)의 토대이기도 하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이하 바이든)의 NSS와는 내용 측면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 바이든은 북한을 17차례 언급했지만, 트럼프의 NSS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 비핵화’ 문구도 마찬가지였다.

2025 NSS의 핵심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가 철저하게 반영된 ‘신(新)고립주의’를 지향한다. 트럼프는 국제질서가 ‘경쟁적(competitive)’이라며,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를 강조하고 있다.
 
 
자료=2025 국가안보전략서(NSS), 그래픽=김성진 기자
 
 
핵심목표로 △美 본토 방어 △국가 경제 번영 제고 △힘을 통한 평화 △영향력 확대를 내세우기에 강대국 간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미국이 아틀라스(Atlas·그리스 신화에서 어깨로 하늘(지구)을 떠받친 거인)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는 언급에서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어떠한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NSS는 총 4개 장(章)으로서 제1장은 전략의 3대 구성요소인 목표-방법-수단에 충실하게 기술돼 있다. 제2장은 전략 핵심목표로 국가 생존과 국민 안전을, 제3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미국의 최강 경제·군사력과 트럼프가 추진하는 국내정책을 부가 수단으로 적시했다. 제4장은 ‘원칙(America First+힘을 통한 평화·불개입(不介入) 기조)’-‘우선주의(5개 분야)’-‘지역별(서반구·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順)’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문제는 미국의 <2025 NSS>와 지난달 27일 중국이 발표한 <2025 국방백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 이하 백서>에선 계속 포함되던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20년 만에 발표한 대외정책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지대 관련 기존 입장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5년 백서에서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하겠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명시했으나, 이번 백서에서는 해당 표현을 제외하고 “조선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자료=2025 국가안보전략서(NSS), 그래픽=김성진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란 문장 자체를 언급하는 경우가 줄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를 견제하고자 ‘북핵 불용(不容)’을 외치던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의 핵무장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트럼프는 출범한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냈고, 사실상 여러 차례에 걸쳐 핵보유국을 뜻하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라고 지칭했다.

최근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라인 및 싱크탱크들 사이에선 ‘북한 비핵화’가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군축 협상’을 통해 동결 및 감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달 韓·美 공동의 조인트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됐기에 NDS에 북핵 문제가 언급될 거라고 관측하지만,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커졌다.

지난 6일 피트 헤그세스 美 전쟁부 장관은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한국은 이스라엘, 폴란드와 함께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이다”며,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한국은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8일(현지시간)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정책담당차관(이하 콜비)은 트럼프가 요구한 국방비 인상 요구를 “새 글로벌 표준”이라고 칭하며, “국가들이 이에 맞추고 있고,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국이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북한의 비핵화 관련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콜비는 “NSS에 우리는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 어디에서든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모든 것을 홀로 수행할 수 없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동맹들은 집단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이 지출하고, 더 많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도련선’은 1950년대 미국이 구소련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저지)하고자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등 중국 동·남부 해안의 섬들을 연결해 설정한 가상의 방어선’이다. 중국도 이 방어선에 맞춰 해양 전략을 구사하는 대미(對美) 방어선이고,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선이기도 하다.

이번 NSS에서 제1도련선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은 더 커졌지만, ‘북한 위협’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생략됐다. 즉,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는 제공하되,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 책임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위해 우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이 명확해진 작금은 한국의 외교력이 美·中 간 패권적 전략경쟁의 한복판에 내몰린 형국이다.

우리가 ‘자주국방’을 외치는 한편 미국의 NSS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예서 고민과 기대만 하기엔 대내외 안보정세의 변화 흐름이 너무 급박하다. 따라서 네 가지 측면을 진중하게 검토 및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한 우리 고유의 안보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제1도련선 주변의 동맹·안보협력 국가들에 국방비의 증액을 압박하고, 대중(對中) 견제에 군사적 역량을 높이도록 ‘항구 접근권 확대’와 ‘인프라 구축’ 등을 강조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장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와도 연계된다. 트럼프는 우리의 GDP 3.5% 증액을 반기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역외 인프라 허브’로 만들어질 개연성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 1기 땐 북한을 17차례나 언급했지만, 이번엔 ‘북한 또는 북한 비핵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對北)정책 순위가 높지 않다는 의미로 ‘서반부와 인-태 전략, 대만 방어’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조인트 팩트 시트의 문서화, 재가동되는 핵협의그룹(NCG)으로 ‘한국형 확장억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원자력협정 개정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건조 과업을 지혜롭고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고자 韓·日의 국방비 증액과 제1도련선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연계하고 있다. 우리의 역내 안정 기여와 핵잠 건조가 역외 임무의 확장성과 연계된다. 따라서 안보 분야에 특정하기보다 거시적(역내 평화·안정) 관점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넷째, 트럼프가 출범하며, 동맹·안보협력국에 대한 재평가한 첫 표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다. 고강도 압박으로 GDP 5%로 증액하며,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유럽에 대한 그의 불신은 여전하다. “문명적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와 ‘정치적 자유’, ‘이민 정책’ 등 유럽의 주권문제를 우려한 언급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트럼프의 협상 및 결심 방식은 조석변이(朝夕變異)하기에 ‘韓·美 동맹 현대화’의 기본 설계를 끝냈다고, 핵잠 건조를 추진한다고 방심하기는 이르다. ‘문서화 작업’의 구체화를 위한 끝없는 실천 노력과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때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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