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이하 MDL)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침범했을 때 “경고 사격이 필요한지에 대한 상황 평가부터 면밀하게 하라”는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복수의 軍 관련 소식통에 의하면,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 10월 말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합참 지휘통제실로 찾아와 “전방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경고 사격을 할 때는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평가를 면밀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軍은 비무장지대(이하 DMZ)에서 북한군이 MDL을 침범할 경우, 사전에 정해놓은 50~100m 등의 기준선을 참고해 북한군이 남하(침범)한 정도에 따라 경고 방송→경고 사격→조준사격 순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계속 남하할 때는 경고 사격과 조준사격을 할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평소에 합참 지휘통제실을 찾은 건 이례적이다”며,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軍이 우리의 영토를 침범한 북한군에 대한 작전수행 절차를 자제하라는 취지로 ‘경고 사격’을 하기에 앞서 ‘상황평가’를 한번 더 고민하라는 의미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고 사격을 하기 전에 면밀히 살펴보라 함은 ‘좋은 말로 타일러 돌려보내라’는 의미이기에 명시적으로 명령하지 않아도 전방 부대 지휘관은 책임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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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역대 정부의 반복된 대군(對軍) 포퓰리즘 정책의 과실(병사 월급 대폭 증액, 초급간부 지원 기피, 중견간부의 엑소더스, 인구절벽과 징집인구의 급감 등)과 함께 軍 내부에 정치적 처신(판단) 기류가 확산하는 등 정체성(identity)이 흔들리는 데다 사기와 전투력 수준은 나락으로 떨어진 작금에 기본 책무마저 ‘정무(政務)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방 부대는 이러한 작전 방침이 하달된 이후 북한군의 MDL 침범 시 상황평가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즉, 대응이 늦춰졌다는 의미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우리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이기에 ‘경고 방송-경고 사격-조준사격’은 절차대로 조치하면 된다. 그러나 해당 지휘관이 즉각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북한군의 MDL 침범을 저지해야 하나?”, “저지하지 말아야 하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책임 소재는?” 등을 고민하며, ‘주관(정무)적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자체가 고민스럽다.
軍은 전사집단(warrior group)이다. 여느 국가에서도 전쟁의 시작이나, 종결(정무·정치 판단)은 정치지도자의 몫이자 책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작전적 수준의 전투(군사적 위험으로부터 영토보존 및 국민 안전)에 대한 대응과 작전수행 절차는 군사지휘관의 몫이자 책무다. 합참은 군령권을 가지고, 적의 도발에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지난 2023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이래 북한군의 MDL 침범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방부가 일련의 작전수행 절차에 관해 “상황평가를 면밀하게 하라”는 직설적 방침은 軍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해 1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 이래 봄부터 MDL 일대에서 철책 보강·방벽(防壁) 설치, 지뢰 매설 등 ‘국경선화 작업’을 통해 ‘남북 단절조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한 결과로 2023년 11월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12월 ‘남북 두 국가’를 선언한 다음 해인 2024년도엔 9회에 그쳤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변화 요인과 배경을 진중하게 재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북한은 고정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육군 중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우리 군인들에게 10여 발의 경고 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도발을 했다”며, “방해 행위가 계속될 경우 군사적 도발로 간주해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다”고 위협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美 북한 전문매체(NK뉴스)는 민간 위성 데이터 업체(Planet Labs·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2024년 4월 DMZ 일대에 숲을 조성하는 광범위한 공사를 시작했고, MDL 가까이의 하천 강둑 바로 위에서 진행됐으며, 42%는 올해 6월 이후 5개월간 집중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DMZ의 약 75% 구간은 나무를 제거하고, 방벽(防壁)·울타리·대전차 장애물 등의 방어 구조물을 설치했다”고 분석했다.
아직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지 못한 25% 구간은 대부분 김정은이 지난주 시찰한 강원도 신축 회양군민발전소에 인접한 남동부 산악지대로서 지난주에 끝난 당 전원회의에선 마감 시한을 연말로 정했을 수 있다.
올해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사례는 총 16회다. 2024년에 대비해 약 1.5배가 늘었고, 13회는 10월과 11월에 몰렸다. 11월 1일부터 23일까지는 10회였지만, 경고 사격으로 돌아간 사례는 6회, 경고 방송은 4회였다.
합참은 11월 이전의 6회 침범 땐 모두 ‘경고 방송-경고 사격’을 진행했지만, 이후엔 “경고 방송으로 북한군이 돌아갔기에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국방부는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MDL을 ‘국경선’으로 인식하기에 협의할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보기에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G20 회의에 참석 간 “북한군의 MDL 침범 간 우리 軍의 대응으로 DMZ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하면서 남북 간 실무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무시하는 가운데 국방부에서 하달된 ‘사실상의 경고 사격 자제 방침’은 우리 軍의 대응 수위만 일방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여당·통일부는 비군사적인 목적의 DMZ 출입은 우리 정부가 승인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UN군 사령부는 이례적으로 “DMZ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는 정전협정에 따른 UN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정전협정 제1조 10항’은 ‘MDL 통과, DMZ 내 이동, 무기 반입 등은 반드시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무장 병력 또는 무기를 이동시키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즉, ‘DMZ 내 민사 행정·구호 활동은 UN군 사령관의 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또한, 헌법 제6조의 ‘조약(정전협정)과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에 위배(違背)될 수 있고, ‘韓·美 공조와 대북정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달 14일 韓·美가 공동으로 발표한 △조인트 팩트 시트 후속 협의의 실무 추진에 대한 보이콧으로 인한 혼선과 美 측의 의구심 촉발 △‘DMZ 내 출입 승인 권한 관련 법안’ 추진에 따른 UN군 사령부의 이례적인 공개 반론 △‘북한군의 MDL 침범에 따른 軍 작전 수행 절차’의 추가 판단 방침 등 일연의 흐름은 軍의 기본임무에 대한 혼란을 가져오고, 급변하는 국제 관계 및 안보정세의 변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을 흩트릴 염려가 있다.
조인트 팩트 시트에 관한 韓·美 실무 협의와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때 韓·美 동맹과 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의 촉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한 軍 작전수행 절차의 정무적 판단(평가) 요구, DMZ 출입 승인 권한 법안 추진에 따른 분란(紛亂) 등은 국민적 염려를 크게 한다. 정파적(政派的) 시각보다 “정부·軍이 어떻게 고유의 영토보존과 국민 안전을 위해 임무(역할)를 수행할 것인가?”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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