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한계선(SLL) 이남 북한군의 ‘수지 반보병지뢰’ 폭발사고와 대응의 구조적 딜레마

입력 : 26.09.30 14:26|김성진 |댓글 0
북한군, 우리 영토 내 ‘수지 반보병지뢰’ 매설·폭발…장병 3명 부상
군 안팎, 대응 조치 지체에 우려 확산→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 양상
정부(군), 수사(rhetoric)<과감한 전략적 결단…“영토 수호엔 양보 없다”


지난 21일 비무장지대(DMZ) 내 남방한계선(이하 SLL) 남쪽 10여m 지점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된 이후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우리 군 장병(3명)이 부상을 당한 지 6일 만에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이하 합참)와 UN군사령부(UN사) 합동조사팀이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초기엔 목함지뢰로 추정됐으나, ‘수지 반보병지뢰’로 정정됐다. 

지난 28일 강동구 합참 전략기획본부장(해군 제독·중장)은 육군 제25보병사단의 현장조사 간 “북한 지뢰로 추정될 뿐,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신철 국방부장관은 29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로 유실된 게 아니라 매설된 게 맞고, ‘국경선 요새화’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30일 UN사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고, 강현우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입장문 발표를 통해 “국경선 요새화는 접경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이라면서 “즉각 중단 및 북측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수지 반보병지뢰’는 두 개의 용어로 구성돼 있다. 먼저 ‘수지(樹脂)’는 ‘나무의 진 또는 합성수지’를 뜻하며, 지뢰의 외부 몸체가 플라스틱 재질을 뜻하고, ‘반보병지뢰’는 ‘사람을 표적으로 하는 대인지뢰’다. 종합하면, ‘수지 반보병지뢰’는 ‘플라스틱 소재로 외부 몸체를 감싼 대인지뢰’다. ‘목함(木函·나무상자)지뢰’는 구소련의 ‘PMD-57 지뢰(600g, 일명 뜨로찔)’와 유사하게 ‘나무상자 형태로 외부 몸체를 감싼 대인지뢰’다.
 
 
그래픽= 김성진 기자
 
 
합참은 “현장조사에 합참·UN사, 정보기관과 작전 병력 등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가했다”며, “지뢰를 탐색하고, 기동로를 넓히는 데 시간이 소요돼 폭발 원점이 아닌 ‘근접 지역’까지만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조사 지역이 DMZ 내 ‘미확인 지뢰지대’로 위험성이 높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오늘 작전은 종료하고, 차후에 재시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인 바 있다.

그간 국방부(합참)는 ‘안전과 피해 장병 트라우마’를 이유로 현장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합참에선 폭발사고가 발생한 3일 후(24일)에 ‘합동 현장조사 TF’를 구성하며, “장병의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UN사와의 합동 현장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혀 논란이 촉발됐다. 

군 안팎에선 “‘북한군의 목함지뢰(추정)를 봤다’는 장병들의 증언이 있었고, UN사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인 데 폭발사고가 발생한 3일 후에야 합동 조사단을 꾸리고, 6일이 지나서야 현장에 조사 인원을 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합참은 “작전 지역이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지역 및 형태와 전혀 다르다”며, “이번엔 군사분계선(MDL)에 근접된 지역으로 우리 병력이 지뢰탐지기를 활용해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다가 폭발이 발생한 지역으로서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기에 UN사와 현장조사 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군 관계자는 “안 그래도 군의 사기가 저하돼있고, 복무 의욕은 떨어진 데다 장병들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조사 과정마저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에도 ‘대군(對軍) 불신’은 더 엄혹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실제 2015년 육군 제1보병사단의 목함지뢰 폭발사고와 비교할 때 이번 육군 제25보병사단의 ‘수지 반보병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한 다음 정부(군)의 대응 조치가 이유 없이 지체되자 의혹이 불어나면서 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문제의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지뢰(목함지뢰 또는 수지 반보병지뢰)가 폭발되었는지 △폭발된 지뢰는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떠한 방법으로 해당 장소에 매설된 건지 △국방부(합참)에서 상응한 조치를 한다는 의미가 (군사적 측면에서) 어떠한 수준(수위)까지를 의미하는 지다. △정부도 어떻게 조치할 건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은 국가 보안(군사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의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정부(군)의 대응방식(수위)은 크게 네 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이동·고정형 대북확성기(이하 대북확성기)의 즉각 재설치와 대북 방송 재개 △2024년부터 북한의 ‘남부국경 요새화 작업’이 시작된 이래 의혹이 제기된 SLL 일대의 지뢰지대 전체에 대해 중장비 등으로 완전히 파괴 및 제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UN 규탄 결의 추진 및 국제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하기엔 세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2015년 당시엔 대북확성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대북확성기가 철거된 상태다.

둘째, 북한이 2024년부터 실시한 ‘남부국경 요새화 작업’은 완성 직전이고, MDL 일대엔 각종 재래식 전력(비대칭)을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서울의 자작 광대극”이라면서 “한국군이 실지 사격을 해온다면,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의 요새화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 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파괴 및 제거 작전을 수행할 경우,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공산(公算)이 커진 데다 우리 정부의 ‘평화’ 기조 및 대북 유화책은 군사적 대응 조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은은 중·러를 뒷배로 뒀고, 핵무기 보유국(자칭)이며, 미사일·드론·방사포 등은 이란의 군사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어려움에 상당한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에 김정은에 대한 친밀감을 표출하며, 접촉하자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하나가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는 빠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이란, 쿠바, 캐나다 등으로 끊임없이 전선(戰線)을 확장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국제 안보 정세(여건)와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 시 김정은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와 같이) 군사적 지원을 미적거리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셋째, 북한이 ‘적대적 2 국가(2023~)’ 기조와 핵보유국을 과시하고, 가차 없는 보복을 운운하는 등으로 겁박하며, 우리를 대놓고 무시하는 이때 ‘최고지도자(김정은)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대안(對案)으로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믿을 곳은 우리 자신뿐’ 이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정부나, 정치권도 감성·희망 고문에 의존하거나, 정치적 수사(修辭·rhetoric)로 국민 여론의 향배를 저울질하거나,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기보다 빠른 그리고 냉정·치밀한 전략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국회는 북한이 의도하는 정치적 공방(攻防, 갈라치기)에 몰입하거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계속해선 안 된다. 군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전사집단’임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 영토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부상(負傷) 당한 장병들을 위해서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부여된 책무(역할)를 다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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