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용산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하며, “‘미래전 수행 역량과 합동성 강화’, ‘군복을 입은 시민’으로서의 헌법적 가치가 내면화된 정예장교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와 다양성’을 높이고, ‘민간교수’는 50% 이상으로 확대하며, ‘스마트캠퍼스’와 ‘첨단과학기술 교육’ 강화에 대한 구상도 내놓았다.
지난 7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이 기존 학교의 ‘폐교·폐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각 군이 있는데 그 양성기관이 없어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변했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이하 3군 사관학교)가 존재하는 것과 각 군 장교를 교육하는 기능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의 ‘사관학교 설치법’은 육·해·공군 예비장교를 교육하기 위해 각 군에 각각의 사관학교를 두고, 수업연한은 4년으로 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사관학교 설치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통해 ‘국군사관학교’를 법정(法定) 사관학교로 확정할 경우, 3군 사관학교는 별도의 존치(存置) 규정을 두지 않는 한 법정기관이 될 수 없다. 즉, 법·제도적 측면에서 교육 기능만 남게 돼 독자적인 입학·학사운영 체계를 유지할 수 없어 폐지(또는 폐합·廢合)로 보는 게 타당하다.
△최종 지휘체계와 교육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 지금껏 3군 사관학교는 육·해상과 공중 전장 환경, 수행체계에 부합하는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군3사관학교·ROTC를 비롯한) 각 군 양성기관은 군종(軍種)·출신별 요구되는 장교상(像)을 정립하고, 전문성 배양과 기초군사교육에 관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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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사관학교의 교육체계(책임)는 공통교육(1·2학년)은 국군사관학교장이, 전문교육(3·4학년)은 각 군 참모총장이 통제하는 구조다. 두 개의 지휘 통제·교육체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때 공통·전문교육의 평가·관리 책임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염려스럽다.
러-우·미-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합동성과 전문성, 사이버·우주 영역 등에 대한 첨단교육의 필요성은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군사관학교’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졌기에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구하는 추가 노력이 요구된다. 2011년 육·해·공군 대학은 ‘합동성 강화’ 차원에서 합동군사대학교(합동대)로 통합됐다. 2020년이 되면서 “합동대는 합동·연합작전에 관한 교육·합동 교리 연구에 전념하고, 각 군 대학은 군별 특성에 맞는 전문화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 군으로 분리했다.
문민 통제를 강화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장교의 헌법적 가치를 내면화하게 하고, 위법한 명령에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추진함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관학교 통합을 밀어붙이는 게 문민 통제, 정치적 중립과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①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면, 3군 사관학교 체계보다 무엇이 나아지는지에 대한 연구·분석 자료가 있는지 ②어떠한 방법·수단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인지 ③통합했을 때 어떠한 교육적 성과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rhetoric)는 난무하지만, 합리적 논리 또는 신뢰할만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세 가지 측면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 9월 제25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내 남방한계선(SLL) 이남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수지 반보병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함에도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상응한 조치’는 모호한 수준이었고,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주요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에 대응 조치에 우선해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가속화 한다는 내용은 군 안팎의 시급·타당성을 둘러싼 비판과 논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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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해외 군사 강국 중 군 병력 규모가 20만 명 이상인 주요 국가 가운데 ‘통합 사관학교’를 운용하는 국가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8월 안규백 당시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시 “사관학교 제도를 가진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 주요 몇 나라만 사관학교를 분리해 운영하고, 사관학교를 통합한 나라는 굉장히 많다”고 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더욱이 국방부 및 산하 연구기관의 주장과도 차이가 난다.
△지난 8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합동성’ 강화를 위한 ‘3군 사관학교 통폐합’과 ‘국군사관학교’ 창설 예산은 “3조 원 이상이 든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2027년도 ‘합동성 전문 교육기관(합동대)’의 예산은 전체 요구액(총 209억 원)에서 26%(54억 원)가 삭감된 154억 원이 책정됐다. 교리·교범 연구비는 1.1억 원을 요청했으나, 81%가 삭감된 2080만 원으로, 컴퓨터 기반 교육(CBT) 예산(7300만 원)은 ‘국가재정 여건’을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합동성’ 강화에 배치된 예산책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가 미래전에 대비하고자 ‘합동성’을 강화한다며,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행정사무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사관학교의 ‘2027년도 경쟁률 공개’가 차일피일 미뤄져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어서다.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생도 선발·양성 계획, 예산책정·집행, 행정사무 체계 등의 프로그램은 변경(개선)하지 않은 채 2028년도 첫 입학 일정이 제시됐다. 그러나 8월 공청회 파행, 10월 세부계획 수립과 연내 입법을 추진하면서 올해 입시 행정이 뒷전으로 밀렸다. 10월엔 국방위 국정감사까지 겹쳤다. 결국,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국방부의 ‘군 사관학교 입학 경쟁률’ 게재는 현재까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다수의 교육전문가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폐합에 몰입하면서 행정 분야엔 관심이 없어 입시 정보 공개는 뒷전으로 밀렸고, 경쟁률 공개를 기다리는 애꿎은 수험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4년 예고제는 무색해진 데다 “사관학교 통합처럼 큰 사안일수록 기존 업무체계가 흔들리지 않게 준비했어야 했다. 구체적인 계획(안)도 없이 발표해놓고는 뒷수습하느라고 입시 정보 공개와 같은 기본 업무가 꼬였다면, 정책 실패로 봐야 한다. 경쟁률 공개가 지연되는 원인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어떤 사정도 수험생이 감내해야 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학군사관후보생(ROTC)에 지원한 학생이 과거 병력(病歷)으로 배제된 사안도 진중하게 되짚어야 한다. 모집 공고엔 제한 기준이 없었고, 전문의의 소견(‘군 복무 가능’)은 배제돼 선발 절차의 공정성, 예측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겼다. 문제는 초급 장교 지원율이 급감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때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일률적인 기준을 고집하는 현실부터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외 안보위기는 가중되는 데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밀어붙이며, 초급 장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ROTC 모집에도 허점이 나타난 현실은 군 전투력의 주력 계층(초급 장교) 모집과 이를 뒷받침해야 할 행정사무가 흔들리고 있음을 감추기 어렵다.
‘사관학교 통폐합’ 사안은 사유를 불문하고, 정쟁(政爭)의 대상이나, 행정사무의 실험장이 돼선 안 된다. 오롯이 군사 전략적 논리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세 가지 대안(代案)을 진중하게 검토 및 검증하면서 차분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3군 사관학교 체계는 유지하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합동 교육은 통합 및 확대하는 방안이다. 군종별 고유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예산은 줄이며, (입시 경쟁률 발표 등을 비롯한) 기존 행정사무의 정상 운용, 조직 개편의 혼란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둘째, 3군 사관학교 체계는 유지하되, 학사·교육은 협업체계로, 입학·생활 지도와 군종(軍種)별 전문교육은 각 군 사관학교가 전담하는 방안이다. 반대 측이 주장하는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흩뜨리지 않고, 행정·학습 분야는 협력을 통해 교육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셋째, 국방부가 제시한 2+2 단계별 통합(안)을 채택하되, 공통교육(1·2학년)과 전문교육(3·4학년)의 학습 성과는 각 군 사관학교에서 평가하고, 일정 기간 검증을 통과 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합동 교육·군종별 전문교육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어떠한 대안을 선택해도 다섯 가지는 추가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군종별 전문성 보장 △실질적인 ‘합동성’ 강화 △예산책정·집행의 투명성 △독립기구(외부 조직)에 의한 (단계별) 검증 진행 △통합 전·후 지원율 추이, 생도들의 교육·생활 만족도 수준, 우수 민간교수 확보율, 복무 성과 비교 및 구체적인 개선지표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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