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예정된 韓·美 정상회담 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전략적 유연성 확대 즉, ‘동맹 현대화’가 의제(議題)로 등장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이하 트럼프)가 출범하면서 대북 도발 억제에 전념하던 주한미군의 역할(성격) 확대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와 주장들에 강도(强度)가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에서 보여준 강압적인 방식과 독단적인 의사 결정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의 인식(세계관)을 고려하면, 韓·美 장관들이 합의해도 “내가 요구하는 비용을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테니 안보 문제는 알아서 해결해라”고 할 경우, 이를 뒤집을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동맹국 중 안보협력을 구체화하지 않은 국가는 대한민국(이하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러한 여건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여 만에 처음 하는 韓·美 정상회담이 녹록지 않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더욱이 최근 1차 관세 협상 결과를 각자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불확실성 및 또 다른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이 구체화 될 수도 있겠지만, 핵심 사안(事案)은 안보 의제를 협의하는 수준에 따라 국가 존립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다. 트럼프의 성향상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동맹 현대화’ 수위를 결정할 것이다. 즉, 우리의 의지와 노력 수위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철수(전환) 등이 연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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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어려움은 ‘동맹 현대화’의 범위와 수준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분담금 확대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에 적극적인 동참 △국방비 증액(GDP 5%) 등은 거의 명확하다. 이는 “미국 편에 설 것이냐, 중국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하라는 압박이기에 정부로서도 난감한 처지에 몰릴 것이다. 우리로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선택하면, 대중·대러 외교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엔 변화가 없을 것이며, 병력 감축 역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미국과 대화하고 있고, 주한미군에 대한 우려는 없다”면서 “다수의 상원의원과 대화했지만, 모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사실은 내부의 희망 사항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공개된 美 ‘국방 잠정 전략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은 ‘유일한 기준 위협(pacing threat)=중국’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 제기한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가능성’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이 지난 6월 언론 기고문에서 언급한 “주일미군사령부는 앞으로 수년 내에 걸쳐 통합군사령부로 전환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7월 상호방위조약으로 군사동맹을 맺었고, 이후 우리의 외교·안보전략에서 기본 전제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2010년대로 들어서며 미-중 간 전략·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으로 동북아에도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었기에 어차리 변화는 불가피하다.
현대사회에선 여느 국가라도 독자적인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 특히 북핵 위기와 끊임없는 군사 도발 책동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감정을 자극할 경우, 엄청난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진퇴양난이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한국이 동맹의 역할과 한계를 한반도로 한정하지 말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 중국과 러시아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도 韓·美 동맹의 틀 속에서만 안주하던 시대는 지났다. 미국은 韓·美 동맹이 아니라 美·韓 동맹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의 대외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러·북 대(對) 한·미·일의 진영 대립 구도는 명확해졌고, 미-중, 미-러 간 신냉전 구도는 더 격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러를 뒷배로 삼아 올해 국방력 5개년 계획을 마무리 짓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대중(對中) 교역이 경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해선 중·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즉, 어느 것 하나 손쉽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함에도 막막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고도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나름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해야 할 비상시국이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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