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대한민국(이하 한국)에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동맹 현대화’를 독촉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정 부분 동참하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우라늄 농축 등에 관한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정상회담 의제로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방, 경제안보와) 韓·美 간 기술 분야 협력이 3번째 기둥”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원자력-조선-인공지능(AI)-퀀텀(양자기술)-바이오 등을 망라한 기술 동맹을 통해 ‘미래형 포괄적 韓·美 동맹’을 만들어 가는 게 동맹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며, “이번 정상회담도 그런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야 한국 원전 산업을 더 활발하게 하고, 사용 후 핵연료나 환경 문제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간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을 확대하는 사안(事案)을 의제로 상정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더불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확대, 국방비를 GDP의 5%로 높이도록 독촉하는 등 경제·안보비용 청구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이 양국이 국익을 추구하는 데 균형을 맞출 카드로 제시하겠다는 방식은 바람직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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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핵연료(Spent Nuclear Fuel·SNF) 재처리’는 ‘사용한 핵연료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 전기 생산에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된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농축하거나,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239의 순도를 높일 경우, 발전용 연료로 다시 쓸 수 있다.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권한 확대 요구는 그간 미국에 끊임없이 요구해 오던 숙원 과제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핵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우라늄 핵연료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있다.
미국은 1974년 한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2015년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 순수한 연구 목적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LEU)은 생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기에 사실상 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은 금지되어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프랑스의 플루토늄 추출 기술을 확보하려던 노력이 미국에 노출되었다. 이후에도 2000년대까지 우라늄 변환 농축·플루토늄 분리 실험 등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았기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자체 핵무장에 관한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은 결과다.
1981년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다가 13년 만에 해제됐다. 지난 4월 또다시 美 에너지부(DOE)가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비핵 3원칙(만들지도·보유하지도·반입하지도 않는다)’을 국시(國是)로 천명한 이래 1988년 美·日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어냈고, 플루토늄 보유량은 46t이 넘는다.
그간 미국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통제를 완화하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잠재력을 갖게 된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최근 우리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의 핵 잠재력은 확보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들도 원자력협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는 사안(事案)’이라는 태도를 보임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사용 후 핵연료 재고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 9536t이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0년(1336t)과 비교하면, 15배가 늘었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재사용하지 못해서다. 2020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보다 사용 후 핵연료 재고량이 많은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불과하다.
25일 예정된 韓·美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등에 관한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할 경우, 경제·안보·기술 협력에 관한 후속 협의 과정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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