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동맹 강화에도 거듭되는 트럼프의 해외 주둔 미군 철수·감축·재배치 시사

입력 : 25.09.04 15:16|김성진 |댓글 0
중·북·러…전승절 열병식에서 ‘미국 일방주의’ 반대·‘反美 연대’ 과시 
트럼프, “폴란드 이외 다른 국가 주둔 미군은 철수할 수도”
한반도 안보환경·여건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현실적 대책 마련이 시급


지난 3일 중·북·러 3국 정상이 66년 만에 중국 전승절 제80주년 열병식에 나란히 서서 세(勢)를 과시하는 즈음에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또다시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감축·재배치를 시사(時事)하면서 동맹·우방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간 “폴란드는 오랫동안 더 많은 미군을 원했고, 폴란드가 원하면, 더 많은 미군을 보낼 수 있다”며, “우리는 매우 특별한 관계이기에 미군은 폴란드에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서 “폴란드가 NATO 회원국이 내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이 낸 2개국 중 하나다”며, “매우 좋은 일이다”고 평가했다. 폴란드는 NATO 회원국 중 국방비가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4.12%로 가장 높고, 올해는 4.7%로 높였다.

트럼프는 “우리는 폴란드에서 미군을 없앤다고(remove) 생각한 적이 아예 없다”며, “다만,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폴란드 이외에 대한민국(이하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미군의 완전한 철수·감축 또는 병력을 재배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종전(終戰) 진척을 차일피일 미루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손을 맞잡고, 반미(反美) 연대의 세를 과시한 때와 겹친다는 점이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명 규모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韓·美 정상회담 시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친구이기에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며,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기지의 부지 소유권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폴란드에 미군 주둔을 강조한 대목과는 완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감축·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멈추지 않고 있다. 1기 행정부 때도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명을 강제로 무급 휴직했다. 곧 발표될 올해 국방전략지침(NDS)엔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와 미국의 본토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포함됐다. 이외에 북한, 이란 등의 주변 위협엔 동맹국들이 대응하도록 했다.

엘브리지 콜비 美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7월 말 엑스(X·옛 트위터)에서 韓·美 국방장관의 통화를 언급하며, “지역 안보환경에 대응해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고,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며, “공동의 위협에 방어할 준비가 된,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엘브리지 콜비가 강조한 ‘공동의 위협’은 북한보다 중국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달 25일 백악관 정상회담 이후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서 2026 국방비는 올해보다 8.2%가 많은 66조2947억원으로 책정됐다. 국방부는 2035년까지 매년 7.7%씩 늘려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GDP의 3.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최근 NATO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직접 국방비를 GDP의 3.5%로, 간접비를 포함해 GDP의 5.0%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일본에도 GDP의 3.5% 수준으로 올리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대만엔 GDP의 10%까지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승절(3일) 시진핑이 ‘미국 일방주의’를 겨냥해 “인류는 오늘날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결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기념행사를 계기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다자주의 수호자’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였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의 韓·美 연합으로 진행한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에 지난달 12일 美 국무부에서 발간한 ‘2024 국가별 인권보고서’엔 “북한 정부가 사형, 신체 학대 강제 실종, 집단 처벌 등의 만행·강압으로 국가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하고도 지난해 4월의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다뤘던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은 제외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진정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7월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미(對美)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며, “국가수반과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만날 수 있다는 의향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반미(反美) 연대의 군사적 결속이 두드러짐에도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과 Top-down 방식으로 해결하려고만 한다. 한편 NATO 회원국을 비롯해 한국 등 동맹·우호국들에겐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국방비 부담을 확대하는 등 ‘MAGA’ 추구에만 집착하고 있다.

연말 예정인 韓·美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동맹 현대화’에 관한 논의가 상당한 수준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커졌고, 안보의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접근하는 시각을 내부자의 편향된 시선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의 역할·재배치와 각종 관세 등으로 대중(對中)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박도 있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안보 환경과 여건이 변화해서다.

△장거리 타격에 관한 핵심 군사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K-방산 수출의 비약적 발전과 한국군의 재래식 군사 능력이 증대했지만, △美·中 패권경쟁에서 한국의 지정학·군사 전략적 역할 및 태도는 모호하다.

만약 한국이 오롯이 미국 편에 서서 중국에 대항할 수 없다면, 우리가 이전부터 생각해오던 ‘대북(對北)에만 고착된 주한미군’의 미련과 집착은 버려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핵을 제외하곤 북한의 어떠한 재래식 위협에도 오직 우리의 군사력(힘)만으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역량)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지금의 양극화된 국민적 감정을 하나로 모으고, 軍 복무 기간(18개월)은 다시 늘려야 하며, 각종 복지·지원 정책 및 제도는 포퓰리즘이 아닌 장병의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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