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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모르는 것인가?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기사승인 25-02-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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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경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그중 좋은 경우야 두말할 필요 없이 잘 대처하게 되지만, 불편한 경우이거나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라면 모른 척해 버리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건설공사에서 특히 콘크리트 타설인 경우에는 된 비빔 콘크리트가 품질이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시공성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질게 하여 규정을 위반해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펌핑 전과 후의 콘크리트 슬럼프 계측. 
 
 
위 사진은 국내 모 학회지에 공사기사로 실린 내용으로 펌프 압송 전 슬럼프 모습과 압송 후 슬럼프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내용은 설계된 목표 슬럼프 치는 150mm인데, 압송 전에는 170mm인 반면 압송 후에는 145mm로 25mm의 슬럼프 손실이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슬럼프 시험한 모습을 자세히 보자. KS F 2402(콘크리트의 슬럼프 시험방법)에는 슬럼프 콘을 들어 올리는 시간은 3.5±1.5초로 하여 똑바로 들어 올리고, 300mm 높이에서 주저앉은 길이를 슬럼프로 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슬럼프 측면 사진은 매끄럽게 똑바로 나타나야 하는데, 압송 전·후를 나타내는 사진 모두에는 중간에 링을 두른 것 같은 층이 생겨있다.

이 이유는 왜일까? KS 표준대로 실험하면 슬럼프는 210mm 이상이 될 텐데 이렇게 되면 슬럼프가 불합격되니 슬럼프 콘을 일차로 약간 들어 유동성 있는 부분을 한번 제거하고, 남은 부분으로 목표 슬럼프 150±25mm가 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필자가 오래전부터 지적하니 최근의 일부 레미콘에서는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좌우로 회전하여 여러 개의 링으로 만들어 목표 슬럼프를 맞추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대심도 펌프 압송 혹은 초고층 펌프 압송의 경우는 설계과정에서 시공이 가능하도록 중유동(슬럼프 210mm 혹은 슬럼프 플로 500mm) 또는 고유동 콘크리트(슬럼프 플로 600mm)로 설계해야 하지만, 시공에 관심 없는 설계자가 표 1과 같은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의 규정을 참조하여 아무 생각 없이 설계할 때마다 150mm를 도입하는 것이다. 발주처의 요구로 품질을 확보하면서 저렴화하고자 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게 된다.

결국, 주문은 슬럼프 150mm인데, 타설하는 콘크리트는 210mm 이상이라고 하면 그만큼 차이는 가수하는 방법밖에 해결할 수 없으니 결국은 건조수축 균열이 많이 발생하고, 강도 및 내구성 등 구조체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시공자 역시도 레미콘 품질결함으로 반송 조치하면 레미콘을 보내주지 않거나 또 다른 보복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현장소장 등 윗선으로부터 시공지연을 문책 받을 수 있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모두가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만 정확히 한다고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는데, 만약 현장에서 강도 부족으로 붕괴사고 등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품질관리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운이 없어 그랬다고 하는 재수 탓으로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표1.슬럼프의 표준값(mm)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발주자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설계자에게 지시해야 한다. 그런데 발주자는 관심이 없고 모른다. 그러면 설계자가 알아서 설계해 주어야 하는데, 설계자 역시도 관심이 없고 모른다. 그러면 결국은 감독기관이 나서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먼저 시방서를 개정하여 설계자가 인용할 수 있고, 이를 감독기관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표 1은 십 수년 전 대심도 혹은 초고층의 구조물이 없었을 때의 규정으로 사회가 바뀌면 규정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

즉 표 1의 출발은 콘크리트가 너무 질어지면 건조수축 등 품질 문제가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하여 건축학회 시방서의 180mm 이하의 상한 규정 슬럼프에서 출발하여, 현재에는 토목학회의 규정이 지배적으로 관여하여 철근콘크리트로 일반적인 경우는 80~150mm와 같이 범위로 정하고 있는 것인데, 고심도 및 고층의 특수상황 및 기능공 부족 상황 등은 전혀 고려 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 부분을 콘크리트 시방서에 보충 되어져야 만 설계에 반영 되고, 예산이 잡혀져야 만 시공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최종적으로 중간 잡이 슬럼프와 같은 허위가 사라지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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