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능은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원,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하수종말처리장, 레미콘 공장 같은 혐오 시설도 함께 공존해야 완전해진다. 화장실의 변화를 보더라도 과거에는 냄새와 불결함 때문에 대문간 먼 곳에 두었으나,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실내로 들어왔고, 최근에는 안방 인근에도 필수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마찬가지로 레미콘 공장도 도시 기능의 일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공해와 소음, 도시 미관 문제를 이유로 레미콘 공장은 서울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재개발 현장에서는 불가피하게 현장 배처플랜트(Batcher plant·BP)를 설치하고자 하지만, 기존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업계의 반발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12년 서초구 방배동의 렉스콘 관악공장은 강남 도시순환도로 공사 부지로 수용돼 사라졌다. 이어 서울 레미콘 공급량의 40%를 담당하던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이 2022년 8월 철거됐고, 올해 말에는 송파 삼표 공장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에는 강남구 세곡동의 천마레미콘, 송파구 장지동의 신일씨엠 단 두 곳만 남는다. 나머지는 광주·성남·하남·구리·고양·안양·부천 등 경기 외곽에서 도심으로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남·서초 등에서 5000가구 이상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집중되면서, 레미콘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8·5제(오전 8시~오후 5시 운행제한)’로 인해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공사장까지 운반 시간이 90분을 넘기기 일쑤다. KS F 4009에 따라 레미콘 운반은 90분 이내, 여름철 외기온 25℃ 이상에서는 60분 이내로 제한된다. 타설시간 30분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충족이 어렵다.
이런 경우 해결책으로는 여러 방식이 검토된다. 조립식 공법(PC)로 구조체를 설계하거나, 건조한 재료를 레미콘 운반 트럭에 싣고 현장 근방에서 물을 넣고 혼합하는 건식 레미콘을 채택할 수 있다. 이때는 레미콘 운반 트럭도 기존 에지테이터 트럭에서 믹서 트럭으로 바꿔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생산된 레미콘에 지연제를 첨가하는 지연 레미콘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근처에 레미콘 공장이 있는 것보다 공급 물량, 가격, 품질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 현장 BP 설치, 왜 문제인가
대규모 재개발 현장은 결국 현장 BP를 건설·운영할 수밖에 없으며, 허가를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BP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공사 문제를 넘어섰다.
레미콘 제조사는 현장 BP가 설치되면 기존 공장 납품 물량이 줄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운송기사는 운반 물량이 줄어 일감이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반발한다. 반대로 건설사는 공사 지연과 원가 상승을 막기 위해 BP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BP 설치는 공급 안정성을 위한 임시방편이지만, 업계 간 생존권 충돌이라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 근본적 해결책은 지하화 공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현장 BP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도심 내 현대식 레미콘 공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비산먼지, 소음, 폐수, 도시 미관 문제로 외곽으로 밀려났던 공장을 현대식 설비와 골재 사일로 저장 등 장치를 갖춘 지하 공장화로 전환하고, 상부를 공원 등 시민 친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안방에 자리 잡은 것과 같은 논리로, 레미콘 공장이 도시 기능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우선 급한 대로 현장 BP로 대응한다 해도, 크고 작은 도시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신축, 보수·보강 등에도 레미콘 수요는 막대하다. 공급난을 방치하면 공사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건설사와 시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도심 레미콘 공급 문제는 단순한 업계 갈등을 넘어 도시 계획과 인프라 문제와 직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BP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하화 공장 등 현대화된 시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공해와 소음, 도시 미관 문제를 이유로 레미콘 공장은 서울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재개발 현장에서는 불가피하게 현장 배처플랜트(Batcher plant·BP)를 설치하고자 하지만, 기존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업계의 반발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12년 서초구 방배동의 렉스콘 관악공장은 강남 도시순환도로 공사 부지로 수용돼 사라졌다. 이어 서울 레미콘 공급량의 40%를 담당하던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이 2022년 8월 철거됐고, 올해 말에는 송파 삼표 공장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에는 강남구 세곡동의 천마레미콘, 송파구 장지동의 신일씨엠 단 두 곳만 남는다. 나머지는 광주·성남·하남·구리·고양·안양·부천 등 경기 외곽에서 도심으로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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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등에서 5000가구 이상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집중되면서, 레미콘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8·5제(오전 8시~오후 5시 운행제한)’로 인해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공사장까지 운반 시간이 90분을 넘기기 일쑤다. KS F 4009에 따라 레미콘 운반은 90분 이내, 여름철 외기온 25℃ 이상에서는 60분 이내로 제한된다. 타설시간 30분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충족이 어렵다.
이런 경우 해결책으로는 여러 방식이 검토된다. 조립식 공법(PC)로 구조체를 설계하거나, 건조한 재료를 레미콘 운반 트럭에 싣고 현장 근방에서 물을 넣고 혼합하는 건식 레미콘을 채택할 수 있다. 이때는 레미콘 운반 트럭도 기존 에지테이터 트럭에서 믹서 트럭으로 바꿔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생산된 레미콘에 지연제를 첨가하는 지연 레미콘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근처에 레미콘 공장이 있는 것보다 공급 물량, 가격, 품질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 현장 BP 설치, 왜 문제인가
대규모 재개발 현장은 결국 현장 BP를 건설·운영할 수밖에 없으며, 허가를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BP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공사 문제를 넘어섰다.
레미콘 제조사는 현장 BP가 설치되면 기존 공장 납품 물량이 줄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운송기사는 운반 물량이 줄어 일감이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반발한다. 반대로 건설사는 공사 지연과 원가 상승을 막기 위해 BP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BP 설치는 공급 안정성을 위한 임시방편이지만, 업계 간 생존권 충돌이라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 근본적 해결책은 지하화 공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현장 BP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도심 내 현대식 레미콘 공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비산먼지, 소음, 폐수, 도시 미관 문제로 외곽으로 밀려났던 공장을 현대식 설비와 골재 사일로 저장 등 장치를 갖춘 지하 공장화로 전환하고, 상부를 공원 등 시민 친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안방에 자리 잡은 것과 같은 논리로, 레미콘 공장이 도시 기능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우선 급한 대로 현장 BP로 대응한다 해도, 크고 작은 도시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신축, 보수·보강 등에도 레미콘 수요는 막대하다. 공급난을 방치하면 공사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건설사와 시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도심 레미콘 공급 문제는 단순한 업계 갈등을 넘어 도시 계획과 인프라 문제와 직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BP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하화 공장 등 현대화된 시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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