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공사에서 거푸집은 구조체 형상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도와 달리 거푸집 선택이 오히려 품질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새 합판을 사용해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콘크리트 표면이 굳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과거 한 중소 건설업체가 전자회사 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뒤,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신품 합판으로 거푸집을 제작해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그러나 타설 다음 날 기둥 측면 거푸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구조체 내부는 정상적으로 경화됐지만, 콘크리트 표면이 거푸집에 달라붙으며 떨어질 정도로 굳지 않았고, 외관 역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통상 콘크리트는 시멘트의 수화 반응을 거쳐 액상에서 소성 상태를 지나 고체로 경화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강도가 발현되지 않으면 ‘응결지연’ 현상으로 분류된다. 응결지연은 시멘트, 골재, 혼화재, 물 등 원재료 요인과 배합, 기상 조건, 시공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당분이나 유기 불순물이 포함된 재료, 지연형 감수제의 과다 사용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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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사례는 구조체 내부는 정상 경화되고, 표면에서만 응결지연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원재료나 배합, 기상 조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 결과 원인은 콘크리트와 직접 접촉한 목재 합판 거푸집에 있었다.
목재는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헤미셀룰로오스는 열과 산에 불안정해 분해되기 쉽고, 저분자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활엽수 계열 목재는 헤미셀룰로오스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콘크리트 표면 경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멘트의 강한 알칼리 환경에서 목재 성분이 용출되면 수화 반응을 방해해 표면 경화 불량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거푸집용 목재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외선에 의해 성분이 변질·분해되면서 알칼리 조건에서 용출량이 증가해, 콘크리트 표면 약 1~2㎜ 깊이까지 경화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목재 거푸집 사용 시 재발 방지를 위해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활엽수보다는 침엽수 계열 목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합판을 장기간 야외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거푸집 표면을 페인트 등으로 코팅하거나 박리제를 충분히 도포해 콘크리트와의 직접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유로폼, 갱폼, 알루미늄폼 등 시스템 거푸집 사용이 확대되면서 목재가 콘크리트와 직접 맞닿는 사례는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소규모 현장이나 비정형 구조물에서는 여전히 목재 거푸집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재료 특성에 대한 이해와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