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가 설계 강도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체·재시공까지 이어질 수 있어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이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레미콘사의 배합설계 책임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중소 레미콘 업체 대표는 콘크리트 강도 미달에 따른 책임 문제를 두고 자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레미콘사의 배합설계 수행이 사실상 중단된 현실을 언급했다. 배합설계 자체를 책임지기 어려운 현실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취지다.
배합설계는 레미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국내 레미콘 산업 구조를 보면 배합설계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점차 약화돼 왔다. 우리나라 레미콘 생산 체계는 일본의 설비와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출발했고, KS F 4009(레디믹스트 콘크리트) 역시 일본 JIS 규격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초기에는 토목·건축 전공 인력을 중심으로 배합설계와 품질관리가 이뤄졌고, 당시 건자재시험연구원(현 KCL)은 전국 순회 교육을 통해 레미콘 품질관리 담당자에게 배합설계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는 시간이 지나며 약화됐다. 전국 단위 교육이 지역 단위로 축소되면서 실질적인 기술 축적이 어려워졌고, 레미콘 품질관리실 인력의 전문성도 점차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품질관리 업무는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제한적인 업무 범위로 인해 전공자 기피 현상이 심화됐고, 비전공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었다.
이로 인해 슬럼프, 공기량, 염화물량 측정이나 공시체 제작·강도시험 등 정형화된 시험은 수행할 수 있지만, 원자재 조건 변화에 따른 배합설계 조정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결국 레미콘사는 배합설계 부담을 외부로 넘기게 됐고, 그 역할을 화학 혼화제 업체가 대신하는 상황이 일반화됐다.
현재 상당수 레미콘사는 혼화제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혼화제 업체에 배합설계를 의뢰하고 있다. 혼화제 업체들은 자체 품질관리 업무와 함께 다수 레미콘사의 배합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적 전문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배합설계의 독립성과 책임성 측면에서는 문제로 지적된다.
배합설계는 본래 레미콘사의 책임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다 보니 설계 품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혼화제 사용을 전제로 한 배합설계가 이뤄질 경우, 최적의 경제성과 품질을 동시에 충족하는 설계가 아니라 특정 재료 사용을 우선한 설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경우 레미콘 품질관리실에 토목·건축 전공자를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콘크리트 기사와 주임기사(기술사급) 배치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배합설계와 품질관리를 현장 내부 책임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레미콘 산업 역시 배합설계 역량을 내부로 회복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KCL이 수행하던 전국 단위 기술교육을 재도입하거나, 레미콘 품질관리 인력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배합설계를 검토·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혼화제 업체가 배합설계를 지원하더라도 이를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레미콘사 내부에 있어야 한다”며 “배합설계 책임이 불분명한 구조에서는 콘크리트 품질 문제와 책임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 중소 레미콘 업체 대표는 콘크리트 강도 미달에 따른 책임 문제를 두고 자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레미콘사의 배합설계 수행이 사실상 중단된 현실을 언급했다. 배합설계 자체를 책임지기 어려운 현실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취지다.
배합설계는 레미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국내 레미콘 산업 구조를 보면 배합설계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점차 약화돼 왔다. 우리나라 레미콘 생산 체계는 일본의 설비와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출발했고, KS F 4009(레디믹스트 콘크리트) 역시 일본 JIS 규격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초기에는 토목·건축 전공 인력을 중심으로 배합설계와 품질관리가 이뤄졌고, 당시 건자재시험연구원(현 KCL)은 전국 순회 교육을 통해 레미콘 품질관리 담당자에게 배합설계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는 시간이 지나며 약화됐다. 전국 단위 교육이 지역 단위로 축소되면서 실질적인 기술 축적이 어려워졌고, 레미콘 품질관리실 인력의 전문성도 점차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품질관리 업무는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제한적인 업무 범위로 인해 전공자 기피 현상이 심화됐고, 비전공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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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슬럼프, 공기량, 염화물량 측정이나 공시체 제작·강도시험 등 정형화된 시험은 수행할 수 있지만, 원자재 조건 변화에 따른 배합설계 조정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결국 레미콘사는 배합설계 부담을 외부로 넘기게 됐고, 그 역할을 화학 혼화제 업체가 대신하는 상황이 일반화됐다.
현재 상당수 레미콘사는 혼화제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혼화제 업체에 배합설계를 의뢰하고 있다. 혼화제 업체들은 자체 품질관리 업무와 함께 다수 레미콘사의 배합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적 전문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배합설계의 독립성과 책임성 측면에서는 문제로 지적된다.
배합설계는 본래 레미콘사의 책임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다 보니 설계 품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혼화제 사용을 전제로 한 배합설계가 이뤄질 경우, 최적의 경제성과 품질을 동시에 충족하는 설계가 아니라 특정 재료 사용을 우선한 설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경우 레미콘 품질관리실에 토목·건축 전공자를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콘크리트 기사와 주임기사(기술사급) 배치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배합설계와 품질관리를 현장 내부 책임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레미콘 산업 역시 배합설계 역량을 내부로 회복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KCL이 수행하던 전국 단위 기술교육을 재도입하거나, 레미콘 품질관리 인력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배합설계를 검토·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혼화제 업체가 배합설계를 지원하더라도 이를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레미콘사 내부에 있어야 한다”며 “배합설계 책임이 불분명한 구조에서는 콘크리트 품질 문제와 책임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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