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경계작전지침서> 상 ‘MDL 기준선 가능한 남쪽으로 판단’
北, ‘적대적 2국가론(2023)’ 선언…2024~, 국경선화(남북 단절) 작업 본격화
韓, 유화정책…“빼앗긴 건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준 건 되찾기 어렵다”
지난 9월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이하 MDL) 침범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개정한 <경계작전 지침서>를 하달한 이후 軍 안팎에서 우려 섞인 반응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MDL’은 ‘1953년 UN군과 중국·북한이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획정한 일명 휴전선’이다. 당시 1292개의 푯말을 설치한 가상의 선(line)을 남북 간 경계로 삼았으나, 현재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200여 개만 식별되고 있다.
그간 UN군 사령부(이하 UN사)-대한민국(이하 한국)-북한이 설정한 기준은 각기 달랐다. UN사와 한국군의 기준선도 60%는 일치하지 않고, 일치한다 해도 수십 미터씩 차이가 벌어진 사례가 있다.
북한군은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남북 단절작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4월부턴 MDL 인근에서 철책과 방벽(防壁) 작업 등을 하면서 MDL을 침범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 19일 외교·통일부 업무보고 간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은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MDL 인근에서 벌이는 남북 단절작업을 비롯한 군사 행동이 자체 방어적인 조치라고 판단하며, MDL과 접경지역을 긴장 관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는 의미다.
같은 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 군사 전문매체에 출연해 “비무장지대(DMZ)가 정치화되는 걸 허용하기 어렵다”며, “한국군과 협력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우리가 먼저 선을 위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에 관해 “미국이 접경지역 내의 군사 활동을 둘러싼 국내의 정치적 논의에 민감하게 관찰(방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염려스럽다고 반응했다.
지난 22일 합참이 전방 부대에 하달한 지침에선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 간 “우리 軍과 UN사의 MDL 기준이 다를 경우, 우리 군이 2015년 작성한 군사지도에 따라 더 남쪽의 선(line)을 기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적용하게 했다.
합참 관계관은 “경계가 불명확한 지역에서 혼선을 막고 남북의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군 지도의 기준선이 UN사보다 남쪽이면, 한국군 지도의 기준선을 적용하고, 반대의 경우엔 UN사 지도의 기준선을 적용하라는 의미 이외엔 다른 해석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즈음에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게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정황마저 포착되면서 우리 軍이 스스로 MDL을 내주는 ‘안보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게 고의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측면 △해당 지침이 “북한군의 주간 작업에 국한될 뿐, 야간 침투 등에 적용되는 군사 작전 기준이 아니다”고 설명한 측면 △“북한군이 MDL을 침범할 경우, 의도가 있을 때로 국한해 ‘경고 사격(대응)’하라”는 측면 모두가 적절한 접근 방식인지에 의구심이 커진다는 점이다.
軍은 정무적 판단 및 행위를 하는 집단이 아니다. 국가가 안보위기(위험)에 직면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즉각 전장(battle-field)에 뛰어드는 전사집단(warrior group)이어야 해서다.
그러나 최근 ‘확증편향의 사고(思考)’와 ‘상대 처지를 이해하는 듯한 정무적 시각’은 軍 고유의 역할과 대군 신뢰에 의구심을 촉발케 하고, 혼란스러운 정체성(identity)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물론, 정책상 MDL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금 원상회복할 대책까지 추가된다면, 다른 문제로 확산하지 않겠지만, 기준선 회복에 관한 추가 대책 및 방안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더 큰 문제로 비화(飛火)할 수 있다. 더욱이 영토의 양보로 평화를 위한다는 성과와 명분은 얻을 수 있겠지만, 더 큰 수준의 국민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그루지야)를 강제점령할 당시 구사한 전략이 ‘물리적인 국경선화 작업’이다.
‘국경선화 작업’은 ‘분쟁선이 물리적 장벽과 통행 통제로 굳어지면서 현실의 경계선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러시아는 조지아 접경지역에서 펜스·감시 장비·표지판과 같은 물리적 행위를 거듭하며, 점차 현실 경계선으로 바꿨다. 최근 북한의 MDL 침범 사례도 자유 민주주의국가에서 전면전을 결심하기 어려운 여건을 빌미로 삼아 가벼운 도발을 반복하며, 확정시키는 ‘살라미 전략(Salami Strategy·큰 목표를 작은 조각 여러 개로 나눠 점진적으로 달성)’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국제분쟁에서도 한 국가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유화적인 태도(수용 여부-항의 방식·시기-후속 조치) 등의 지속은 분쟁·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국제사회를 향한 권리 주장의 근거를 빈약하게 하며, 묵인(acquiescence) 여부는 우리의 영토 권한을 결정짓는 데 부정적인 핵심 정황 증거로 작동함을 인식해야 한다.
반복되는 북한군의 MDL 침범에 정부·軍의 대응이 소극·현실 회피적 대응으로 일관했음이 기록과 조치로 남을 경우, 향후 분쟁 국면에 빠져도 우리의 법·외교·군사적 입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화할 게 분명해서다.
전사집단의 확고 불변한 원칙은 오직 국가 보위를 위한 군사적 판단·평가-임무 수행이 필요하며, 영토 침범을 획책하는 무리(국가 또는 집단)에 대해선 정무적 판단에 앞서 군사적 방법(수단)으로 즉각 대처하는 데 둬야 한다.
한국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누구나 원하는 현실적 담론(談論)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MDL 침범이 급증한 전방지역의 경계작전 약화나, 군사적 대응 자체를 지체시키는 사태로까지 전환돼선 안 된다.
2018년도 방영된 드라마(미스터 션샤인)에서 “빼앗긴 것은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준 것은 되찾아 올 수 없다”는 대사가 기억난다.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극하지 않으려는 유화정책은 일견 이해될 수 있지만, 우리의 영토(MDL 기준선)를 양보하는 행위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MDL’은 ‘1953년 UN군과 중국·북한이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획정한 일명 휴전선’이다. 당시 1292개의 푯말을 설치한 가상의 선(line)을 남북 간 경계로 삼았으나, 현재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200여 개만 식별되고 있다.
그간 UN군 사령부(이하 UN사)-대한민국(이하 한국)-북한이 설정한 기준은 각기 달랐다. UN사와 한국군의 기준선도 60%는 일치하지 않고, 일치한다 해도 수십 미터씩 차이가 벌어진 사례가 있다.
북한군은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남북 단절작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4월부턴 MDL 인근에서 철책과 방벽(防壁) 작업 등을 하면서 MDL을 침범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 19일 외교·통일부 업무보고 간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은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MDL 인근에서 벌이는 남북 단절작업을 비롯한 군사 행동이 자체 방어적인 조치라고 판단하며, MDL과 접경지역을 긴장 관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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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 군사 전문매체에 출연해 “비무장지대(DMZ)가 정치화되는 걸 허용하기 어렵다”며, “한국군과 협력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우리가 먼저 선을 위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에 관해 “미국이 접경지역 내의 군사 활동을 둘러싼 국내의 정치적 논의에 민감하게 관찰(방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염려스럽다고 반응했다.
지난 22일 합참이 전방 부대에 하달한 지침에선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 간 “우리 軍과 UN사의 MDL 기준이 다를 경우, 우리 군이 2015년 작성한 군사지도에 따라 더 남쪽의 선(line)을 기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적용하게 했다.
합참 관계관은 “경계가 불명확한 지역에서 혼선을 막고 남북의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군 지도의 기준선이 UN사보다 남쪽이면, 한국군 지도의 기준선을 적용하고, 반대의 경우엔 UN사 지도의 기준선을 적용하라는 의미 이외엔 다른 해석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즈음에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게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정황마저 포착되면서 우리 軍이 스스로 MDL을 내주는 ‘안보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게 고의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측면 △해당 지침이 “북한군의 주간 작업에 국한될 뿐, 야간 침투 등에 적용되는 군사 작전 기준이 아니다”고 설명한 측면 △“북한군이 MDL을 침범할 경우, 의도가 있을 때로 국한해 ‘경고 사격(대응)’하라”는 측면 모두가 적절한 접근 방식인지에 의구심이 커진다는 점이다.
軍은 정무적 판단 및 행위를 하는 집단이 아니다. 국가가 안보위기(위험)에 직면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즉각 전장(battle-field)에 뛰어드는 전사집단(warrior group)이어야 해서다.
그러나 최근 ‘확증편향의 사고(思考)’와 ‘상대 처지를 이해하는 듯한 정무적 시각’은 軍 고유의 역할과 대군 신뢰에 의구심을 촉발케 하고, 혼란스러운 정체성(identity)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물론, 정책상 MDL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금 원상회복할 대책까지 추가된다면, 다른 문제로 확산하지 않겠지만, 기준선 회복에 관한 추가 대책 및 방안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더 큰 문제로 비화(飛火)할 수 있다. 더욱이 영토의 양보로 평화를 위한다는 성과와 명분은 얻을 수 있겠지만, 더 큰 수준의 국민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그루지야)를 강제점령할 당시 구사한 전략이 ‘물리적인 국경선화 작업’이다.
‘국경선화 작업’은 ‘분쟁선이 물리적 장벽과 통행 통제로 굳어지면서 현실의 경계선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러시아는 조지아 접경지역에서 펜스·감시 장비·표지판과 같은 물리적 행위를 거듭하며, 점차 현실 경계선으로 바꿨다. 최근 북한의 MDL 침범 사례도 자유 민주주의국가에서 전면전을 결심하기 어려운 여건을 빌미로 삼아 가벼운 도발을 반복하며, 확정시키는 ‘살라미 전략(Salami Strategy·큰 목표를 작은 조각 여러 개로 나눠 점진적으로 달성)’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국제분쟁에서도 한 국가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유화적인 태도(수용 여부-항의 방식·시기-후속 조치) 등의 지속은 분쟁·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국제사회를 향한 권리 주장의 근거를 빈약하게 하며, 묵인(acquiescence) 여부는 우리의 영토 권한을 결정짓는 데 부정적인 핵심 정황 증거로 작동함을 인식해야 한다.
반복되는 북한군의 MDL 침범에 정부·軍의 대응이 소극·현실 회피적 대응으로 일관했음이 기록과 조치로 남을 경우, 향후 분쟁 국면에 빠져도 우리의 법·외교·군사적 입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화할 게 분명해서다.
전사집단의 확고 불변한 원칙은 오직 국가 보위를 위한 군사적 판단·평가-임무 수행이 필요하며, 영토 침범을 획책하는 무리(국가 또는 집단)에 대해선 정무적 판단에 앞서 군사적 방법(수단)으로 즉각 대처하는 데 둬야 한다.
한국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누구나 원하는 현실적 담론(談論)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MDL 침범이 급증한 전방지역의 경계작전 약화나, 군사적 대응 자체를 지체시키는 사태로까지 전환돼선 안 된다.
2018년도 방영된 드라마(미스터 션샤인)에서 “빼앗긴 것은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준 것은 되찾아 올 수 없다”는 대사가 기억난다.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극하지 않으려는 유화정책은 일견 이해될 수 있지만, 우리의 영토(MDL 기준선)를 양보하는 행위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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