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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란 전쟁 ‘출구전략’과 대(對)동맹 비용·편익의 틈새

기사승인 26-03-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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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조석변이(朝夕變異) 감정↑…동맹국,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병 거부

이스라엘, 이란 가스전 폭격…이란, 카타르·UAE·사우디 LNG 시설 등 타격

韓, 군함 파병 여론 양극화…다카이치 일 총리의 친화력·지혜로운 대처 통찰


미·이-이란 전쟁이 3주 차에 들어섰지만, 출구전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시 미 군사작전의 탁월한 성과에 지나치게 고무된 자신감이 감당치 못할 오류와 복합적으로 연계돼서다.

이번 전쟁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 국가안보전략(이하 NSS)과 지난 2월 국가방위전략(이하 NDS)에서 제시한 본토 방어와 서반구 중심·대중(對中) 견제 정책에 관한 신뢰도에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미국이 역대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는 작전목표가 명확했을 때였다. 승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1950년의 6·25 전쟁, 1991년의 걸프 전쟁을 들 수 있고, 실패한 사례로 베트남 전쟁(1975),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을 들 수 있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선 작전목표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공습 첫날엔 핵 프로그램 등 임박한 위협 제거와 탄도미사일 등의 군사력 파괴→정권 교체에 직접 개입 의지 노골화→핵·미사일·해군력·테러 제거→무조건 항복-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하르그 섬 공습 및 점령(?) 등이다.

미·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역내 영향력 확대 시도가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이었다. 한편 이란은 불가피하게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양측이 서로 자국의 안보를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고들 하지만, 힘의 우위(영향력 확대)를 위한 자의적인 명분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서 특정 국가의 군사·안보력 강화는 지정·지경학적 측면에 따라 경쟁 또는 패권국을 현존·미래 위협인가로 구분할 뿐이다.
 
 
그래프=김성진 기자
 
 
미·이스라엘은 전쟁을 시작할 때 이란의 ‘버티기·옥쇄전략+비대칭 전쟁 전략’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 최고지도자는 지난해 ‘12일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자신의 유고에 대비해 국가 통제·전쟁 지휘부를 4단계 아래까지 지명했다. 47년간 제재받는 이란(신정·神政)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고통을 견디는 강도가 더 강력할 수 있음을 간과한 탓도 있다. 결국, 발목을 잡힌 건 자신들에 유리하다고만 믿은 미·이스라엘이었고, 전 세계는 이란의 인질이 된 형국이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핵시설을 공습당한 이후 철저하게 대비했음을 느낄 수 있다. 미·이스라엘이 공습하자 곧바로 걸프 국가(미군기지)를 공격했고,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해 세계 원유 공급망을 뒤흔들어 놓았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천연가스 시설을 공격하자 곧바로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과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 가스 시설까지 공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강력한 파병 압박에도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그리스, 노르웨이 등은 군사작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 총리(이하 다카이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사작전 동참을 거절했다. 트럼프가 제한된 연합형태를 요구했지만, 동맹국들이 동참하지 않아 외교적으로도 고립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전쟁이 예측과 다르게 장기화하자 동맹국을 끌어들여 미군 피해·비용 부담 등을 강요했다. 동맹국은 강압적 피로감이 누적되며, 무소불위로 보이던 트럼프의 외교적 통제력에 한계가 드러났다. 국가정책의 결정을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따르지 않은 후과(後果)로도 보인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와 동맹국들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 그리고 분노를 가득 담았다. 출구전략(또는 해법)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짜증과 답답함, 곤혹스러운 내심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트럼프의 조석변이(朝夕變異) 성향은 △관세의 무차별적인 증액 △NATO 탈퇴 △유럽·중동·동북아 등에 주둔하는 미군의 즉각 철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결정할 것이다. 머뭇거릴 경우, 안보 우산 철수(중지) 등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트럼프의 파병 요구를 계속 미적거릴 경우, △핵추진잠수함 건조 중지 △원자력협정 개정 불가 △관세 대폭 증액 △‘확장억제(핵우산) 정책’ 중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현 상태에서 중지하는 등을 통한 강압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 발목을 잡히면서 NSS에서 제시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즉, ‘대중(對中) 압박’은 물 건너갔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분쟁에 휘말렸다고 지적했지만, 자신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정보당국 고위 당국자·중동 외교관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이란과 정보 공유 및 군사 협력을 확대해 왔다”며, “위성 사진과 첨단 드론 전술을 제공하고, 방공망 교란 노하우도 전수해 역내(域內) 미국(미군 미사일·레이더 기지)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이-이란 전쟁으로 방공망과 요격 미사일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더 힘들어졌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미국이 스스로 대러 무역 제재를 완화하고, 유가 상승으로 하루에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어 ‘땡큐’다. 따라서 트럼프의 심기가 불편해지지 않도록 ‘미-이란 중재 관리’에 한창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인민해방군(PLA) 대표단이 24일 EU-중국 안보·국방협의회, EU와의 회담에 참석한다. 트럼프의 외교적 통제력에 한계가 드러난 작금에 이들의 빠른 행보는 과거 미국의 ‘키다리아저씨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듯하다.

다수의 국내외 군사전문가는 “이란 정권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지리적 측면에서 유리한 데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고, ‘버티기·비대칭 전략’은 성공적이다. 여기에 장기간 제재를 받으며 생긴 내성(耐性)과 최고지도자까지 제거된 마당에 쉽게 물러설 이유가 사라졌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이스라엘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어려움은 커지겠지만, 이란 정권이 고통을 견디는 능력은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병하는 건(件)은 고민스러운 난제(難題)다. 이란은 원유 공급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우리 수입 원유의 70%는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은 우리의 군함 파병 여부를 강력하게 경고하며, ‘적대 행위’가 될 거라는 점을 연일 내세우고 있다. 다카이치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지혜로운 처신과 특유의 친화력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병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의 뒤끝 있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고 다카이치처럼 미국에 73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도, 다카이치가 보여준 특유의 친화력(스킨십)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의 처지에선 진퇴양난이다. 미국의 안보·통상 압력은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건조 △원자력협정 재개정 △관세 부담 완화 등을 재빠르게 정리하지 않은 잘못에다 트럼프의 군함 파병 요구가 거세서다. 어차피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 않나 싶다. 파병해도, 파병하지 않아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란과의 사전 협의(물밑 접촉)를 통해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개척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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