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웡카와 설명의무

기사승인 24-07-08 14:35

공유
default_news_ad1

 
이재명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법제처 국민법제관/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올해 초 개봉한 미국영화인 ‘웡카(Wonka)’에서는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주인공 ‘윌리 웡카’가 계약서의 작은 글씨를 읽어보지 못하고 서명을 하게 되어 큰 고생을 하게 되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사실 그 계약에서의 서명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인(動因)의 역할을 하며 재미를 더해주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그 얘기는 달라진다.보험계약을 위시한 금융거래에서는 ‘약관(約款)’이라고 하여, 계약의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체결을 위하여 미리 작성한 계약의 양식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약관규제법 제3조 3항에서는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업자에게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깨알같이 적혀진 약관의 내용을 전부 읽어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로 작성되어 있는 약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약관의 작성주체인 사업자로 하여금 적어도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고객이 계약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규정되었다 할 수 있다.

제3조에서는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여야 한다고 하며(제1항),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제2항)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는 상당히 친절한 태도의 계약당사자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는 약관의 모든 내용을 명시·설명할 필요는 없다. 사업자에게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근거가 있으므로,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인 경우에는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사업자에게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

위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사유로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는 요건은 해당 약관 조항이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는 소송 당사자인 특정 고객에 따라 개별적으로 예측가능성이 있는지의 측면에서 각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위와 같이 살펴본 약관법상의 설명의무는 민법상의 일반적인 계약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의료법상 의사에게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명의무제도 도입의 취지가 이러한 대등하지 않은 계약당사자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민법상의 계약에 있어서도 유사한 상황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민법상 계약이 대등한 당사자간에 체결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법상 계약을 그 구조와 내용에 따라 구분하여 보험계약, 리스계약과 같이 특수한 유형을 가진 계약에 있어서 설명의무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법에서도 신의칙상의 설명의무가 인정될 수 있지만, 보다 강화된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양 당사자는 자신이 체결하는 계약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본인의 책임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체결하는 계약의 효과에 대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계약의 효력뿐만 아니라 변수가 발생했을 시의 계약의 효력까지도 검토해보아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비단 약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검토하는 장치를 ‘설명의무’로써 도입하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웡카는 자신이 체결하는 계약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던 부주의가 인정될 수 있고, 그 경솔함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고 대부분 일방적인 것이 문제이다. 또한 현실에서 웡카와 같은 해피엔딩은 없다.

이재명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법제처 국민법제관/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그래픽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