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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 추진과 ‘우수 인재 확보+합동성 추구’의 역설

기사승인 26-07-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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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카이스트 등 최고 수준 인프라 구축되어 있어”…‘스마트캠퍼스’ 신축

국방부의 ‘3대 명분+당위성’…반대 측+일반 국민의 공감대 형성 필요

미군, ‘골드워터-니콜스법’ 제정…일반 기업, ‘70:20:10 인재육성 모델’ 채택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이하 3군 사관학교) 통합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전 지역의 ‘자운대’에 3군 사관학교를 통합 및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4년간 같은 장소에서 교육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6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하 안 장관)은 당·정 협의를 마친 다음 브리핑을 통해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이 사관학교 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국군사관학교는 대전의 자운대에 위치하며, 창의·융합성의 사고, 전문성과 기술 감수성이 구비된 장교를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운대’는 대전 유성구 일대에 있는 군사교육·훈련시설 등을 통칭하는 관용어(慣用語)로 특정 명칭은 아니다. 이 일대엔 육·해·공군대학과 합동군사대학, 국군의무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정보통신학교 등 20여 개 부대와 군사시설이 집중돼 있다. 계룡대(육·해·공군 본부)와 직선거리로 약 25km 떨어져 있기에 접근성 측면에서 좋다는 논리도 추가했다.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으론 “각 군·사관학교가 병립해 자원이 중복, 분산투자되는 비효율이 심각하다”며, “각 군 사관학교는 약 700~1000명 규모로 일반 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 규모에 불과한 데도 2900여 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3명의 3성 장군을 비롯해 7명의 장성, 약 3000여 명의 지원 인력이 유지되고 있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이어서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한 유수 대학과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최고 연구기관이 밀집돼 최적의 지적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에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조성하고, 최첨단 스마트캠퍼스를 신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방부 관계자는 “대전은 카이스트, ADD 등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며, “첨단 군사교육 허브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우주, 사이버, 전자기 스펙트럼 등으로 전장 영역이 확대되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현대전 양상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첨단기술 교육을 강화하려면, 연구 인프라와 연계가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자운대의 육·해·공군 대학은 공군사관학교(청주)로 옮겨 합동군사대학과 재통합해 합동성 교육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육군교육사령부와 종합군수학교 등은 상무대(전남 장성)로 이전해 육군 교육의 허브가 되도록 발전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10월경엔 공청회를 거쳐 창설과 선발 시기·방식, 시설 조성·예산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역대 정부에서도 사관학교 통합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 시한을연말까지로 정해놓고, 추진하는 데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고위급 다수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교) 출신인 점 △육사교 중심의 폐쇄적인 인사구조를 개선하고, 군종(軍種) 간 합동성을 강화해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 조직체계를 구축하려는 내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방부가 추진하는 논리와 주장이 일반 국민과 사관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측에 당위성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다. 세 가지 측면에서 진중하게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첫째, 국방부는 “합동성의 근간이 국군이라는 정체성”이라며, “국군의 정체성을 갖고 공통교육을 받은 다음 각 군에 걸맞은 교육, 임관 후 병과 교육, 소·중령 시기 합동 교육으로 완성해나간다는 측면에서 처음에 국군이라는 뿌리를 같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다수의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선 “각 군의 양성과정에선 장교화 과정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고, 이후 실무경험과 중견 장교 시기에 합동성을 습득해야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즉, 사관학교는 일반대학과 달리 특수목적 대학이기에 각 군의 소속감과 특성, 정체성부터 확립한 다음 실무(야전) 경험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합동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다수 선진국은 입교 초기에 군인·장교화 과정-임관한 이후 실무(야전) 경험-중견 장교(소·중령) 때 합동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군은 군종 간 전통·정체성, 고유문화를 유지하면서 군종 간 시너지를 통해 더 유연하고 강력한 군대 건설에 성공했다. 해당 군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군을 깊이 이해한 다음 다른 군의 강·약점 등도 알아야 한다는 측면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하고 있음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일반 기업은 ‘70:20:10 인재육성 모델’을 채택해 업무(일)와 학습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70%는 현장 수행 학습(업무 경험)으로, 20%는 피드백 기반 학습(상호작용, 소통), 10%는 형식적 학습(표준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다. 즉, 업무 자체를 학습 현장으로 삼아 소통과 업무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인재육성 개발 모델에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표준 교육을 위해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함은 다소 무리한 논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여기에 학군(ROTC)·학사·3사관학교(3사교) 교육의 통합 및 수용은 장기 대책으로 분류함으로써 본말이 전도된 현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둘째, 국방부는 “(3군 사관학교의) 입학생도 자퇴율이 15%를 넘어서고, 임관 후 5년 차 전역률은 15∼20%”라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즉, 국군사관학교의 신설(新設)은 3군 사관학교의 입학 수준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서 지방의 고등 교육기관(경찰대, 카이스트)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대학교(사관학교)로 진학을 결정함은 평생직장(생애주기)과 연계돼 있다. 국방부가 언급한 바대로 경찰이나, 일반의 기술·전문직은 안정·장래성이 높은 매력적 직업일 수 있다. 장교의 경우는 계급·연령 정년으로 민간보다 빨리 사회로 나와야 하는 데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1~2년마다 보직이 바뀌며, 이사는 유별나게 잦다. 격오지에 근무하면, 자녀 양육·교육·여가생활 등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국군사관학교의 교육 환경을 아무리 스마트캠퍼스로 꾸민다 해도 생애주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선호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국방부는 “여러 전력 소요를 산출 간 군간(軍間) 알력과 중복·분산 투자를 직접 목격했다”며, “미래전은 연합·합동 능력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전쟁에서 큰 실패가 따르기에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문제 인식이 상당 부분 타당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사관학교 통합과 연계시킴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즉,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문제이기보다 합동훈련과 전력 소요에 관한 합동 기획·집행 등의 제도적 정비·개선이 요구되는 사안(事案)이므로 사관학교 통합과는 외떨어져 보인다. 

미군도 베트남전쟁에서의 뼈아픈 패배(철수), 이란 인질 구출 작전(1980)의 실패를 비롯해 각 군 알력과 지휘권의 혼선으로 슬러프에 빠졌으나, 1986년 10월 ‘골드워터-니콜스법’을 제정하며, 재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골드워터-니콜스법’은 ‘미군의 합동군 체계 정착과 통합전투사령부 창설 및 운용에 관한 법’으로 합동군 장교 관리 정책의 개선, 국방자산의 효율적인 사용, 군사작전의 효율성 개선, 국방조직의 관리 및 행정체계 개선 등을 비롯한 합동성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합동 참모체계와 합동 교리·교육·지휘체계를 제도화하고, 합동 직위 미경험자는 장군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군도 한때는 육·해·공군이 따로 움직이며 비효율적이었으나, 단순히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제도·문화 개선을 통해 강한 군대로 거듭나게 됐음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금의 국방·제도 개혁,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 싶다. 더욱이 ‘사관학교 통합’을 종속변수로 고정해 놓고,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여서다. 추동력을 받으려면, △현실에 부합하는 미래 장교상을 제시해 국민 일반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직업군인의 지위와 명예를 존중하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장교에 대한 근무 여건과 복지혜택 등도 대폭 개선하는 노력이 없다면, 성과를 거두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코리언 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대한민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및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문·특수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55%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우리 사회가 소모적인 논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에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240mm 방사포 관련 시설(추정)을 신축하고, 군사적 도발 수위는 끌어올리며, 내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초급 장교 지원율의 향상, 전투력 유지, 미래전에 부합된 연합·합동 능력 배양이라는 목표는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긴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여기에 장교들의 복무 여건 개선·복지혜택(금전적 보상 포함)은 당연한 권리이지 수혜(受惠)가 아니다. 우수장교를 확보 및 양성하려면, △장교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도록 생애주기(직업성)가 보장되어야 하며, △계급·연령 정년제도는 개편하되, 공정한 경쟁 및 진급 관리 시스템 등 산적한 과제부터 개선해 군 내부의 신뢰가 덧대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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