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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사면초가 레미콘

기사승인 26-08-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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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四面楚歌)란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린다.”라는 뜻으로 아무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적에게 둘러싸인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위기상황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서 항우가 해하(垓下)에서 유방의 군대에 포위된 뒤 한나라가 초나라 병사들의 고향 노래를 사방에서 부르게 해 사기를 꺾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번 원고에서는 올바른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건설사와 운송사업자 사이에서 사면초가가 된 레미콘 업계의 어려움을 소개하고 해결방안에 대하여도 제안해 본다.

㈜건설미디어사의 월간 「레미콘 아스콘 골재」 2026년 7월호에는 기획취재로 “건설사·운송업자 사이에 낀 레미콘 업계 ‘사면초가’”라는 기사가 실려있다. 기사 내용의 요점으로는 “건설사는 경기 악화를 이유로 레미콘 납품단가 인하 또는 동결을 요구하는 반면, 운송 차주는 운반비 안상을 요구하고 있어 제조사만 원가상승분을 떠안는 구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운송 차주들은 집단행동으로 몇 일간 공급 중단까지 발생시켜 건설현장을 볼모로 운반비를 협상하였는데, 부랴부랴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까지 하여 해결한 바 있지만, 해결은 일시적이고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 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운송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 레미콘 사의 경우 레미콘 운반기사는 레미콘 사의 직원인 것에 비하여, 지입제에 기반한 특수고용직 구조이다. 즉, 지입차량은 한 대, 한 대가 사장인 셈으로 최초 시급제 운영일 경우 태만한 운반 및 노조의 단체행동에 의한 어려움 등의 대안으로 레미콘 사에 속하던 차량을 독립시켜 개인사업으로 만든 것인데, 이렇게 되다 보니 레미콘 운반업자는 품질에는 관심이 적고 차량 유지에 더 힘쓰는(회수수 다량 발생) 상황으로, 혹자는 사업자와 노조원으로서의 이점만 누리는 독특한 구조라고 지칭하고 있다. 특히 레미콘 믹서 트럭 증차를 국가가 통제하여 제한하고 있는 제도이다 보니, 2009년 건설기계수급조절제도 시행 이후 콘크리트 믹서 트럭 신규등록이 제한되면서 경쟁이 차단되었고, 이후 운송사업자 단체가 조직화 되어 집단협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것은 커다란 파워를 발휘하는 ‘운송카르텔’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또한, 레미콘 사와 건설사 간의 관계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는 공동판매제도(일명 공판제도)를 운영하여 지역 단위로 공동구매 및 공동판매제도를 정착시켜 가격은 확보하면서 품질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특징인 반면, 우리나라는 무한경쟁상태에서 최저가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지역 단위로 가격문제를 논의라도 할라치면 불법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레미콘 사는 생존경쟁에서 물량확보를 위하여 덤핑이라든가, 건설사에게 불합리한 로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 등으로 제대로 된 비용을 받지 못하니 결국 레미콘 사가 망하거나 아니면 품질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레미콘 사 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① 운반비 산정을 매년 극한 대치 끝에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가·물가·가동률 등을 반영한 객관적 기준 체계를 마련해     야 한다.
② 대체 운송 수단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증차 제한 문제를      재검토해 공급망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③ 제조사와 운송 차주, 건설사 사이 비용 분담 구조를 재설계해     특정 주체에게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제 3자로서 주제넘은 사항일지 모르지만, 품질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상기 사항에 다음과 같은 것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즉, 모든 것은 변칙보다는 원칙에 입각하면서 기본에 충실하고, 우선적으로 품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첫째로 레미콘 운반 차량의 지입제를 직영 시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도로 변환하여 가능한 한 레미콘 운반차량을 공장소속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운반기사가 레미콘 품질에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가수방지 등 품질향상에 노력함과 동시에 레미콘 운반기사가 슬럼프, 공기량, 염화물시험 및 강도시험용 공시체 제작 등도 함께하며, 특히 매 차 레미콘 출하 후 돌아와서 드럼 내부를 세척하는 것을 1일 2번 정도로 하여 회수수 발생을 줄이는 등 효율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해묵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부분만이라도 일본과 같은 공동판매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필요한 만큼 비용 지불과 적정이윤이 보장되어야지 사진 1에서 지적하는 지나친 과다경쟁에 의한 덤핑과 불공정 관행의 유통질서도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 현장에는 가장 인근의 레미콘이, 그리고 한 개의 공구에서는 한 개의 레미콘 사가 타설되어, 책임소재 및 품질 향상을 기할 수 있고, 또한, 레미콘이 먼 곳에서 도시를 가로질러 운반됨으로써 운반비 증가, CO2 배출문제, 매연문제, 교통사고 위험 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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