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 미·NATO ‘동진 정책’↔푸틴 ‘서진 정책’ 충돌…‘파편화 세계’ 촉발
트럼프의 이란전쟁…마두로 체포 작전에 고무→이란 통치체제의 견고성 간과
한, 공급망 봉쇄 이후 대응 고민(반복)→치밀한 전략 수립+선제적 대응 필요
2022년부터 시작된 유럽과 중동전쟁의 불길이 국제사회로 번지고 있다. 지역 패권과 에너지 공급망 확보, 종교와 이데올로기에서 시작된 문명적 정체성, 여기에 ‘패권적 군사 모험주의’가 등장하며, 세계사에서 찾기 어려운 전쟁과 평화의 대서사시가 날로 새롭게 쓰이고 있다.
이전까지 국제사회는 상식적 수준에서 ‘평화’와 ‘정의’의 수레바퀴가 가동됐지만, 얼마 전부턴 패권국의 심기(心氣)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되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가 ‘동진(東進) 정책’을 진행하자 조지아를 강제 점령(현재의 그루지야, 2008)했고, 크림반도는 강제 합병(2014), 우크라이나를 침공(2022)했다. 이 방식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채택한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의 답습이라고 할 수 있다.
‘동진 정책’은 ‘동서 냉전 이후 미·NATO가 주도해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다. 강한 러시아를 꿈꾸는 푸틴의 서진(西進·완충지대 확보) 정책에 대응하려는 목적이었기에 푸틴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살라미 전술’은 이탈리아 소시지가 짜서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 의미를 빌려 ‘목표를 잘게 쪼개 단계별로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전술’이다.
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하 마두로) 체포 작전이 성공한 데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2월 28일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하 네타냐후)의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작전”을 연계해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적 지형이 다름을 간과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즉, 트럼프의 ‘즉흥·충동적 성향’과 네타냐후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욕심이 맞아떨어진 산물이었다.
네타냐후는 미국 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을 활용해 트럼프를 중동전쟁의 대리자(후견인)로 끌어들였다. 트럼프도 이란과의 핵 협상이 결렬된 데다 이란이 대리 세력(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등)을 지원하며,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자 네타냐후와 손을 맞잡고, 선제 침공했다.
그러나 이란이 굴복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기화하며, ‘에너지 공급망’이 위기에 직면하자 정치·외교·군사적 딜레마에 빠졌고, ‘종전 MOU’는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까지 막히자 연일 위협(공습)하지만, 트럼프의 성향을 파악한 이란은 크게 동요하는 기미가 없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은 행정부 당국자와 트럼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집무실 회의에선 이란 지도자들에 대해 장광설을 쏟아내고, 인간쓰레기·미치광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이란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것 이외 다른 대안(代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귀가 얇고, 즉흥·충동적인 성향이 패권국의 지도자다운 진중함과 신뢰를 떨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이란은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쟁 이후 점차 맷집과 자신감을 키우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강화, 미군기지(거점) 타격, 친미 중동국가들의 전략 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때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기조로 미국의 이익이 아닐 땐 개입하지 않았지만, 이익이 되면, 거침없이 군사력을 동원했다.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군사력(총 5회)을 동원했고, 지난해는 예멘-소말리아-시리아-이란-이라크-나이지리아에, 지난 1월엔 마두로 체포 작전, 2월부턴 이란과 전쟁하고 있다.
미 CNN이 보도한 “미국과 이란의 끝없는 보복전이 미국인의 추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거고, 트럼프가 비판하던 ‘영원한 전쟁’처럼 전쟁이라는 만성적 위기에서 벗어나질 못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비대칭 공격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이란 내부에서 대미(對美) 협상에 반대하는 측이 실질적 주체는 아니지만, 전쟁보단 협상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이란 지도부가 ‘영원한 전쟁’을 지속하기엔 지난 40여 년간의 경제제재로 계속 버티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이란의 ‘버티기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피해 복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점은 변수(variable)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공습 목표가 지하기지(거점) 완파(完破)에 두지 않고, 입구를 차단하는 데 집중돼서다. 이로 인해 무기는 대부분 온전하고, 핵심 장비·부품은 지하시설에 비축돼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지상전을 승인하기도 난감한 정국(政局)이다. 국내 물가의 상승과 지지율 하락, 12명의 장병 사망으로 민심의 이반(離反) 현상은 확산 일로다. 여기에 즉흥·충동적인 데다 일부 측근과만 소통하는 폐쇄적 성향, 군사적 ‘복수 모드’에 젖어 있기에 종전(終戰)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미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공습만으론 이란의 협상 태도를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소모전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안보전략(NSS)·국가방위전략(NDS) 즉,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거라는 우려도 커졌다.
특히 ‘에너지 안보’는 국제 질서 확립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미·이란이 해협을 봉쇄·역(逆) 봉쇄하면서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은 ‘해상 자유’라는 국제 규범을 정치적 관계로 변질시켰고,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엔 틈이 생겼다. 결국, 국제 유가 폭등과 식량·에너지 공급망의 위기로 국제 에너지 물류·공급망은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반도 경제·안보정세와도 직결되기에 진중하게 대처할 사안이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수일 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첩보와 암살 관련 가스라이팅에 전쟁을 시작했고, 이젠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을 타격한다며, 전투기와 미사일, 의무 인력 등을 대거(大擧) 배치하고 있다.
‘곡괭이산’은 2020년부터 건설을 시작했지만, 용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미·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고농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확증이 아닌 추정에 불과하다. 네타냐후의 첩보엔 지난해 6월 ‘12일 전쟁’ 이후 원심분리기 등이 옮겨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지만, 트럼프는 해당 시설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도 신정(神政)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다. 미국의 거듭된 공습에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약 440kg을 보유하고 있고, 핵 역량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협상과 강압·군사적 공습이 이란의 대미(對美) 증오심과 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줬다.
이란 전쟁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원하는 전략적 성과를 얻는 데 실패했기에 ‘모두의 패전(敗戰)’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사심(私心)과 오판으로 시작된 전쟁이기에 예견됐던 결과이지만, 기존의 전쟁 방식과 문법에선 찾기 어려운 대환란의 시험대가 돼버린 모양새다. 비대칭전, 첩보·정보전, 항행 자유, 핵 안전 문제, 물류·에너지 공급망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면서 ‘파편화 세계(Fragmented World)’가 돼버렸다.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역사적 해결’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라크 전쟁(2003)의 반복으로 전략적 고려가 부족한 데다 엄청난 재앙과 후과(後果)를 고민하지 않으면서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 브루킹스(The Brookings Institution)·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도 이번 전쟁을 ‘미 패권의 시험대’ 또는 ‘세계 에너지·안보 구조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강압적 방식·이란 최고 지도자의 미 등장으로 외교적 해법을 찾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아직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산발적인 군사적 충돌과 중재국을 통한 협상 패턴이 롤러코스터 현상을 줄일 거라는 게 중론(衆論)이긴 하다. 그러나 전쟁이 종식돼도 국제 규범은 약화할 것이고, 다극·파편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국제 규범’은 미·중·러 간 경쟁 구도가 심화하면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급변하는 안보정세와 호르무즈 해협(홍해)이 봉쇄될 때마다 대응에 고민하기보다 치밀한 전략으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략적 비축분 확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對)유럽·중동 외교의 강화 △에너지 자원 확보 방안 강화 △K-방산·문화·경제·안보(군사)가 결합된 입체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강한 동맹을 유지하되, 자율성은 확보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전까지 국제사회는 상식적 수준에서 ‘평화’와 ‘정의’의 수레바퀴가 가동됐지만, 얼마 전부턴 패권국의 심기(心氣)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되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가 ‘동진(東進) 정책’을 진행하자 조지아를 강제 점령(현재의 그루지야, 2008)했고, 크림반도는 강제 합병(2014), 우크라이나를 침공(2022)했다. 이 방식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채택한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의 답습이라고 할 수 있다.
‘동진 정책’은 ‘동서 냉전 이후 미·NATO가 주도해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다. 강한 러시아를 꿈꾸는 푸틴의 서진(西進·완충지대 확보) 정책에 대응하려는 목적이었기에 푸틴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살라미 전술’은 이탈리아 소시지가 짜서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 의미를 빌려 ‘목표를 잘게 쪼개 단계별로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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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하 마두로) 체포 작전이 성공한 데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2월 28일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하 네타냐후)의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작전”을 연계해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적 지형이 다름을 간과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즉, 트럼프의 ‘즉흥·충동적 성향’과 네타냐후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욕심이 맞아떨어진 산물이었다.
네타냐후는 미국 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을 활용해 트럼프를 중동전쟁의 대리자(후견인)로 끌어들였다. 트럼프도 이란과의 핵 협상이 결렬된 데다 이란이 대리 세력(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등)을 지원하며,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자 네타냐후와 손을 맞잡고, 선제 침공했다.
그러나 이란이 굴복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기화하며, ‘에너지 공급망’이 위기에 직면하자 정치·외교·군사적 딜레마에 빠졌고, ‘종전 MOU’는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까지 막히자 연일 위협(공습)하지만, 트럼프의 성향을 파악한 이란은 크게 동요하는 기미가 없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은 행정부 당국자와 트럼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집무실 회의에선 이란 지도자들에 대해 장광설을 쏟아내고, 인간쓰레기·미치광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이란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것 이외 다른 대안(代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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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트럼프의 귀가 얇고, 즉흥·충동적인 성향이 패권국의 지도자다운 진중함과 신뢰를 떨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이란은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쟁 이후 점차 맷집과 자신감을 키우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강화, 미군기지(거점) 타격, 친미 중동국가들의 전략 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때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기조로 미국의 이익이 아닐 땐 개입하지 않았지만, 이익이 되면, 거침없이 군사력을 동원했다.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군사력(총 5회)을 동원했고, 지난해는 예멘-소말리아-시리아-이란-이라크-나이지리아에, 지난 1월엔 마두로 체포 작전, 2월부턴 이란과 전쟁하고 있다.
미 CNN이 보도한 “미국과 이란의 끝없는 보복전이 미국인의 추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거고, 트럼프가 비판하던 ‘영원한 전쟁’처럼 전쟁이라는 만성적 위기에서 벗어나질 못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비대칭 공격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이란 내부에서 대미(對美) 협상에 반대하는 측이 실질적 주체는 아니지만, 전쟁보단 협상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이란 지도부가 ‘영원한 전쟁’을 지속하기엔 지난 40여 년간의 경제제재로 계속 버티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이란의 ‘버티기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피해 복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점은 변수(variable)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공습 목표가 지하기지(거점) 완파(完破)에 두지 않고, 입구를 차단하는 데 집중돼서다. 이로 인해 무기는 대부분 온전하고, 핵심 장비·부품은 지하시설에 비축돼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지상전을 승인하기도 난감한 정국(政局)이다. 국내 물가의 상승과 지지율 하락, 12명의 장병 사망으로 민심의 이반(離反) 현상은 확산 일로다. 여기에 즉흥·충동적인 데다 일부 측근과만 소통하는 폐쇄적 성향, 군사적 ‘복수 모드’에 젖어 있기에 종전(終戰)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미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공습만으론 이란의 협상 태도를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소모전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안보전략(NSS)·국가방위전략(NDS) 즉,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거라는 우려도 커졌다.
특히 ‘에너지 안보’는 국제 질서 확립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미·이란이 해협을 봉쇄·역(逆) 봉쇄하면서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은 ‘해상 자유’라는 국제 규범을 정치적 관계로 변질시켰고,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엔 틈이 생겼다. 결국, 국제 유가 폭등과 식량·에너지 공급망의 위기로 국제 에너지 물류·공급망은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반도 경제·안보정세와도 직결되기에 진중하게 대처할 사안이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수일 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첩보와 암살 관련 가스라이팅에 전쟁을 시작했고, 이젠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을 타격한다며, 전투기와 미사일, 의무 인력 등을 대거(大擧) 배치하고 있다.
‘곡괭이산’은 2020년부터 건설을 시작했지만, 용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미·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고농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확증이 아닌 추정에 불과하다. 네타냐후의 첩보엔 지난해 6월 ‘12일 전쟁’ 이후 원심분리기 등이 옮겨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지만, 트럼프는 해당 시설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도 신정(神政)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다. 미국의 거듭된 공습에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약 440kg을 보유하고 있고, 핵 역량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협상과 강압·군사적 공습이 이란의 대미(對美) 증오심과 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줬다.
이란 전쟁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원하는 전략적 성과를 얻는 데 실패했기에 ‘모두의 패전(敗戰)’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사심(私心)과 오판으로 시작된 전쟁이기에 예견됐던 결과이지만, 기존의 전쟁 방식과 문법에선 찾기 어려운 대환란의 시험대가 돼버린 모양새다. 비대칭전, 첩보·정보전, 항행 자유, 핵 안전 문제, 물류·에너지 공급망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면서 ‘파편화 세계(Fragmented World)’가 돼버렸다.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역사적 해결’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라크 전쟁(2003)의 반복으로 전략적 고려가 부족한 데다 엄청난 재앙과 후과(後果)를 고민하지 않으면서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 브루킹스(The Brookings Institution)·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도 이번 전쟁을 ‘미 패권의 시험대’ 또는 ‘세계 에너지·안보 구조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강압적 방식·이란 최고 지도자의 미 등장으로 외교적 해법을 찾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아직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산발적인 군사적 충돌과 중재국을 통한 협상 패턴이 롤러코스터 현상을 줄일 거라는 게 중론(衆論)이긴 하다. 그러나 전쟁이 종식돼도 국제 규범은 약화할 것이고, 다극·파편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국제 규범’은 미·중·러 간 경쟁 구도가 심화하면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급변하는 안보정세와 호르무즈 해협(홍해)이 봉쇄될 때마다 대응에 고민하기보다 치밀한 전략으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략적 비축분 확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對)유럽·중동 외교의 강화 △에너지 자원 확보 방안 강화 △K-방산·문화·경제·안보(군사)가 결합된 입체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강한 동맹을 유지하되, 자율성은 확보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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