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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엿 먹인다

기사승인 25-07-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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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먹인다'란 말은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웃음거리로 만들었을 때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엿이란 국어사전에 의하면 “곡식을 밥으로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겻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끓이고, 그것을 자루에 넣어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든 달고 끈적끈적한 음식”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달고 맛있는 식품을 '엿 먹인다'로 하여 안 좋은 쪽으로 쓰이는 것은 왜일까?

정확한 해답일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강엿의 경우는 이로 깨물게 되면 이에 달라붙어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틀니는 빠질 수도 있어 곤란한 것이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달고 맛있는 것을 주어 잘해주려는 것 같지만,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쩔쩔매는 모습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음에'엿 먹인다'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이런 엿 먹이는 상황이 레미콘에서도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음에 본 고에서는 이를 소개해봄으로써 실무의 현명한 대책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가장 많은 양이 사용되는 재료는 레미콘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레미콘은 공산품으로서 주문한 레미콘이 현장에 도착하게 되면 요구한 품질이 맞는지 인수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품질 특성치가 규정치 범위 내이면 합격으로 하여 구조체에 타설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합격이 되어 반품·폐기처분 하게 된다.
 
 
 
 
이와같은 인수검사에서 일본의 경우는 대략 2~3%가 불합격품이 발생하여 낭비가 크므로 이를 줄이도록 연구·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불합격률이 거의 0%에 가깝게 된다.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레미콘 품질이 완벽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면야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인수검사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면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실무의 레미콘 인수검사과정에서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작용한다. 즉 레미콘 사가 인수검사 담당자에게 로비를 잘하게 되면 약간의 품질결함이 있어도 문제없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트러블이 발생하게 된다. 일 예로 주문한 레미콘의 슬럼프 치가 150mm일 경우 허용범위는 ±25mm로서 125~175의 범위일 때 합격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슬럼프시험을 진행한 결과 120mm가 되었다. 따라서 공사현장 품질 담당자는 레미콘을 반품시켰다. 현장 품질 담당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렇지만 슬럼프 5mm 때문에 적재된 6m3의 레미콘을 반품·폐기하게 되는데, 가격으로는 대략 60만원 정도 한다. 현장에 유동화제를 비치하여 유동성을 높여 부어 넣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인데, 폐기처분 하면 60만원을 버리는 결과가 된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몇 대라면 레미콘 생산자는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레미콘 관계자는 인수검사 담당자가 왜 그러는지도 알고 있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레미콘 관계자도 자기 능력 범위 내에서 보복으로 엿 먹이는 작전이 시작된다. 즉, 대부분 회사의 경우 레미콘 운전기사 간 및 출하실과는 무선통신이 있어 서로 순식간에 연락이 이루어져 그리 큰 문제도 아닌 품질결함으로 반품 레미콘이 발생하면 그 상황이 순식간에 전파된다. 그러면 1분 1초라도 빨리 공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이 현장 상황인데, 까다롭게 품질검사를 하는 그 현장으로는 레미콘이 더 이상 배차되지 않아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된다.

현장관리 담당자는 몸이 달아 레미콘사에 속한 배차를 주문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1시간에 1대 등 도저히 공사가 진행되기 어려운 소위 '엿먹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라고 모를리 없음에 여기에 또 보복이 이루어지면 양쪽 간에는 감정 문제까지 포함되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 된다.

결론적으로 건설공사 현장의 레미콘 인수검사에서 품질검사는 엄격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생사에 융통성이란 단어도 있다. 레미콘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결함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술자라면 약간의 결함은 옳게 수정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한 상태에서 원만한 현장관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레미콘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클레임 상황일지라도 품질결함을 방지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지 보복성의 ‘엿 먹이기’는 건설현장 및 레미콘사 모두를 공멸시킬 수 있는 행위이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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