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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오전 3시 17분경 용산구에 있는 S 맨션 A 동 3층 거실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가로 60㎝, 세로 30㎝ 크기의 20kg 정도 되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주변에 있던 TV 등 집기가 손상됐다. 콘크리트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 입장에서 사건 개요, 발생기구(매카니즘) 및 고찰에 대하여 기술해 본다.
먼저, 사건 개요로서 해당 아파트는 1970년에 준공, 55년 된 건물로서 안전진단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콘크리트가 떨어진 곳은 창문 쪽 거실 상부 슬라브로서 자칫하면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특이한 사항은 지난 8월 아파트 뒤편 임시 주차장을 짓기 시작하여 4개월 동안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공사 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집이 흔들려 접시들이 서로 부딪혀 달그락거리고, 서랍장이 열렸다 닫히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때쯤부터 뚝뚝 소리와 함께 천정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게 된 매카니즘은 콘크리트 중성화에 의한 철근 부식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즉,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알칼리성인 콘크리트 속에 묻혀있는 철근은 표면에 부동태 피막이 형성되어 녹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 중 CO2, 빗물의 H2CO3(탄산) 등 산에 의해 콘크리트 표면부터 중성화하여 철근까지 도달하면 부동태 피막이 벗겨지면서, 특히 물이 있는 조건에서는 철근에 부식이 발생하여 결국, 구조체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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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 도표에서 x축은 시간이고, y축은 피복두께와 중성화 깊이(철근 부식량)이다. 먼저 콘크리트 표면이라고 하는 곳에서부터 시간이 경과하면(A) 피복두께 부분에 중성화가 이루어지는데, 중성화 진행은 초기에는 많이 진행되나 후기에는 늦어지는 에 비례하여 진행된다.
그러면, 중성화에 의한 건설물의 수명은 어느 시점을 봐야 할 것인가? 먼저 B점인 철근이 있는 위치까지 중성화된 상황인데(중성화에 의한 수명), 아직 철근에 녹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표면상으로도 멀쩡하여 이 시점을 수명으로 본다면 너무 지나치게 안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바람직 하지 않다. 그러면 이번에는 D점의 경우로서 중성화는 철근 위치를 지나가고 있고, 철근에는 부식이 발생하여 내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부식 팽창압으로 피복 콘크리트가 탈락된 상황으로(구조 내력에 의한 수명), 이 경우를 수명으로 본다면 안전을 무시한 위험한 상황이다.
따라서, 콘크리트 학자들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중성화 수명을 C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 시점은 콘크리트의 중성화는 철근의 중심점 전후로서 철근에 부식이 시작되어 그 팽창압으로 콘크리트 표면에 철근 배근 방향으로 균열이 발견되는 시점(균열 발생에 의한 수명)인 것이다. 그렇다면 철근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철근의 팽창압으로 콘크리트의 덩어리가 떨어진 이 상황은 위 도표의 어느 곳인가? 이는 D점 이상에 해당하여, 수명이 지나도 너무 많이 진행된 것이다.
물론 C점에 도달하여 수명을 다한 구조물로 평가되는 경우라도 피복된 균열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철근을 방청처리 한 다음 피복 콘크리트를 다시 시공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한다면 건설물의 수명은 다시 연장될 수 있다.
또한, 건설된지 55년 경과 한 아파트에 철근 부식으로 콘크리트 덩어리거 떨어지는 상황은 적절한 것인가? 현대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면 결함이 너무 빨리 발생한 것으로, 다음 4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첫째로 1970년대의 구조설계에는 내구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점이다. 아마도 설계기준강도 18MPa 정도였다면 30년 정도의 수명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로 설계기준강도를 24MPa 이상으로 설계된 경우였다면 60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는데, 부실시공으로 강도 부족이 되었다면 쉽게 중성화 및 철근 부식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 시 될 수 있다.
셋째로 레미콘 제조 시 해사 사용의 의심이다. 골재 부족 상황에서 바닷모래를 충분히 세척 하지 않고 사용했다면 구조체가 설계한 강도를 발휘했더라도 철근 부식은 빨리 진행되어 이와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로는 위의 3가지 요인의 복합작용이다. 즉, 바닷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아 염화물이 있는 상태에서 강도까지 낮게 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된다.
결론적으로 천정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 문제는 수명이 다 되었을 때 보수하거나 재개발 등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이와같은 조치가 늦어짐에 기인하여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또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진 것과 같이 조기에 열화를 일으킨 원인은 설계기준강도 부족, 부실시공, 염화물 과다, 복합된 열화 등에 의한 것으로, 차후에는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에 더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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