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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간 종전 협상과 중국·북한의 속내, 한국의 지향점은?

기사승인 26-06-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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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타결국면 조성…종전 협상 ‘개점 휴업’→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中·北, ‘군사적 교류’ 강화…해양 연구선, 한반도 주변 해역 수중 조사 지속

한, 확증편향·에코 체임버 극복→복합적 위기 대응 능력(역량) 결집 필요


미-이란 간 종전(終戰)에 관한 양해각서(MOU) 서명이 빠르게 진척 및 타결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예정됐던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의 서명식장은 협상장으로 전환됐지만, 혼란스럽다.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등을 통해 국제유가 하락과 공급망의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이스라엘이 연합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마저 전화(戰禍)에 휩싸였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새롭게 무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종잡기 어려운 수사(rhetoric)가 국제사회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전쟁 종식(終熄)을 모호하게 만드는 트리거(trigger)가 됐다. 결과적으론 MOU 체결과 본격적인 협상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이란은 ‘실리’를 챙겼고, 미국은 ‘정치적 명분과 퇴로’를 확보했다.

한편 한반도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정치·외교·안보·경제(통상)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이 유럽·중동과 시진핑, 트럼프에 관한 분석(평가)에만 몰입돼 있다는 측면에서 염려스럽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동북아(한반도·한반도 주변)의 위기(위험) 현실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북한은 김일성대부터 ‘시계추 외교정책’을 통해 중·러 어느 일방에 기울지 않는 ‘실리(實利)·독자노선’을 추구해왔다. 2024년부터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등을 통해 러시아와 밀착되며, 첨단 군사 기술 거래로 핵·재래식 무기의 현대·정예·고도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으로 지정·지경학, 군사·감정적 측면에서 서로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하 시진핑)은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7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세를 차지하려면,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에서 벗어나, ‘중화체제’로 편입돼야 해서다. 그러나 김정은은 ‘경제적 실리 중심의 선택적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에 접근방식이 다르다. 김정은은 중·러를 상수(常數)보다 변수(變數)로 활용해 ‘핵보유국 위상과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로 눈을 돌리게 만들 수 있어 세습체제 유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정책을 변환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중국의 북한산 석탄·철광석 수입의 전면적 재개 및 방식에 따라 관계 설정에 변동이 예상된다. 중·북은 2016~2017년 발효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후 공해상에서 환적 및 원산지 위조 등을 행해 왔고, 가격은 50%가 넘게 할인돼왔다. 시진핑이 UN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광물을 공식 수입할 경우, 새로운 ‘전면적 전략적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지만, 이전과 유사하면, 대(對)러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시진핑은 △북·러 밀착을 견제 및 관리 △‘신 중화체제’로 편입을 유도 △북·러로부터 ‘두만강 출해권’을 확보해 미국이 지배하는 서태평양의 틈새를 공략하고자 한다. 트럼프가 동맹·우호·적국을 불문하고, 선별적인 강압으로 ‘America First’를 챙기는 가운데 △종전 양해각서(이하 MOU)에도 불구하고, 이란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실 △미국에 대한 불신(不信)이 가중되는 틈새에 중·북·러 연대 및 결속과 이란 관계를 강화해 인-태 전략에 대비 및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우리 통일부에선 시진핑이 평양 방문 간 강조한 ‘군사교류 강화’는 “당장 무기 거래를 확대한다는 말이 아니라 군사 관련 행사의 참관 등 낮은 교류를 시작하는 것이다”고 하지만, 중·북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명확하다.

2024년 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운용하는 64척의 해양 연구선 중 80% 이상이 의심스러운 행적을 보이거나,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와 연계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괌 소재의 연구 기관(태평양도서안보센터·Pacific Center for Island Security)은 “연구선 5척이 최근 미국 주도의 지역 방위훈련을 전후한 90여 일간 북서 태평양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미 인터넷 매체(인도태평양방위포럼·IPDF)는 “중국은 지난해 5월에도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불법적으로 해양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 전쟁연구소(ISW)의 ‘중국 및 대만 업데이트(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공산당 소속의 해양 연구선(이하 연구선)들이 대만 해역(海域) 일대에서 수중 지형조사를 벌인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5월엔 대만 남동쪽, 이번 달엔 대만 남서쪽 바다를 조사했고, 연구선 2척은 대만 루손섬 북동쪽의 가과오 해령(Gagua Ridge) 일대에서 수중 지형조사를 진행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이 중국의 연구선 활동은 표면적으론 과학조사이지만, △대만 동부 해역 △바시 해협(대만-필리핀, 한국 원유 등의 주요 자원 수송로) △류큐 열도(일본 규슈 남쪽~대만 북동쪽 1200km) 연결 수역 등에 대한 수중 지형정보를 계속 축적하는 측면이 예사롭지 않다. 관련 보고서는 ‘해저 지형’의 파악 및 ‘유사시에 대비한 잠수함 작전 경로’를 확보할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동쪽에서 접근할 거로 가정해 △해저케이블 위치 확보 및 대만 인터넷망 차단 △미 잠수함 탐지를 위한 수중 음파 센서 설치 등 해상 봉쇄·외부 세력 차단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미-이란이 종전 MOU와 핵 협상 등을 추진하는 순간에도 중국은 동북아(서태평양)에 대한 군사적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미-이란 전쟁에서 세 가지를 학습했다. 첫째, ‘미국의 압박(강압)’을 버티어낸다면,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수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거듭되는 손짓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음은 전략적 침묵(무반응 또는 무시 포함)이 가장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임을 인식한 게 아닌가 싶다.

둘째, ‘핵 무기’는 ‘포기’가 아니라 ‘관리’할 대상임을 일깨워줬다. 미-이란 종전 MOU와 본격적인 협상 논제(agenda)가 ‘비핵화’가 아닌 ‘핵 관리’여서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27일부터 한·미·일은 뉴욕 UN 본부에서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실무보고서(Working Paper)에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며, 북한은 절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보유국 공고화·불퇴(不退)’를 선언했기에 협상 논제로 상정하는 자체가 어려워졌다.

셋째, 이란의 목표는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한 ‘경제 제재 해제’였다. 김정은도 협상의 논제는 ‘체제 안전 보장’에 둘 것이다. 벌써부터 이란과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박한 평가를 받는 트럼프가 북한에 또다시 경제적 인센티브를 내놓는다면, 십중팔구 반응하지 않는 동시에 오히려 ‘경제(돈)<핵보유국 지위 인정·체제 전복 포기’ 논제를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의 요구는 △주한미군 철수(대폭 감축) △한·미동맹 해체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정은은 중·러를 뒷배로 핵·재래식 무기의 정예·고도화,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면서 전략·전술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지만, 우리는 진영 논리(언어)에 묻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너무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트럼프의 관심사는 인-태 지역에 ‘전략 자원의 재배치’일 것이다. 중동에 집중됐던 외교·군사적 역량을 빠르게 전환해 △대만 문제 △희토류 공급망의 안전성 강화 △반도체로 중국의 영향력 통제 △대중(對中) 무역정책 등을 전면·동시·통합적으로 구사할 것이다. 한반도엔 △인-태 전략 동참 압박과 동맹 현대화(전략적 유연성 강화) 요구 및 핵추진잠수함·원자력 협정 개정의 패키지화(의회 통제 강화 병행) △복합적인 통상·안보 요구서 청구 △전작권 전환 시기·조건(정성평가) 등 미국 측의 정밀한 요구안이 제시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수중 지형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북·러로부터 ‘두만강 출해권’을 양해받아 동해에 진출할 경우, 인-태 전략의 차질과 더불어 우리의 국익과 존립은 상당 부분 불안해진다. 이를 해소하려면, △확증편항과 에코-체임버(Echo chamber·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보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말이 진실이라고 느끼는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 결속과 긍정적인 모멘텀(momentum)을 형성해 국가 능력(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인-태 전략에 적절한 수준의 동참이 필요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지소미아+전작권 전환 이후 대비 등 포함)는 강화하며, △중국의 사이버·인지전(Cognitive Warfare)과 강압적 회유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 결속과 자강(自彊) 노력,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하고, 김정은의 회색지대·군사적 도발 책동에 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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