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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한반도 안보 현실의 간극(間隙)

기사승인 26-08-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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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14개 기동훈련 축소, 훈련 진행 이원화

태평양 항모 중동 전환, 안보 공백 현실화…대미 신뢰↓↔중·북·러 연대 완성

한 정부…‘전작권’ 임기 내 환수+‘핵잠’ 건조 사업 추진 속도 등 주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한·미 연합훈련(이하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진행하던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 이하 UFS)’ 훈련이 조기에 종료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과 좋은 관계에 있고, △훈련 비용은 절감해야 하며, △한국이 대(對)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을 거부(No Thanks?)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다.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대미(對美) 투자가 지체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어쨌든 연합훈련이 갑작스레 중지된 사례는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가 창설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미 국방부는 18일(현지 시간) “트럼프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술적 역량을 강화하는 훈련은 계속하되, UFS는 대폭 축소했다”고 밝히면서 “필수적인 대비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되며, 미군의 훈련 목표엔 어떠한 차질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미측의 제안으로 UFS를 21일까지로 축소 및 조정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미군 일부가 CP 탱고(CP Tango, 전시지휘소)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평시 지휘소)로 철수하면서 훈련은 이원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에 관한 평가·검증(완전운용능력·FOC, 2단계)은 1부(방어)에 계획됐고, 가상의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지휘부의 통제 능력을 평가하는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했기에 전작권 회복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연합훈련을 하는 목적의 하나가 한국군이 전시 지휘·통제체계와 연합 지휘권을 넘겨받을 능력을 점검·증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국무회의에서 “전작권의 임기 내 환수는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견고한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서로 필요 충분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동맹이 굳건해야 안보의 근간이 더 튼튼해질 거고, 힘을 키워야 동맹으로의 가치와 필요성도 더 커지게 된다”면서 “보다 건설적이고 굳건한 한·미동맹의 미래를 상징할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님의 메시지는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를 만들려는 고심이 담긴 큰 결정으로 느껴진다”며, “금번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화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연합훈련의 축소가 한·미동맹 약화가 아니라 북·미 대화를 위해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 무게 중심을 뒀고, 북·미 정상외교의 재개를 기대하고 있음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유화적 조치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한국이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그러지 않아도 ‘미국이 더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 돼 간다’는 아시아·유럽의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 같다”며, “한국 내 자체 핵무장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트럼프의 유화적 메시지에도 북한이 십수 발의 미사일로 응답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미 본토와 동맹국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을 시작한 이래 유럽의 동맹국들을 압박해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전쟁을 비판하자 곧바로 주독(駐獨) 미군 5000명을 감축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을 향해선 이란 전쟁 동참에 소극적이라며, 비판하는 와중에 스페인이 이란을 공습하기 위한 목적의 미군 기지 사용을 거절하자 “무역을 단절하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을 방해한다면, ‘오만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조바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위협에 양보하는 동맹국들은 압박하고, 권위주의 국가들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김정은과는 좋은 관계이고, 핵무기가 57개라고 언급하며, ‘핵보유국’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태평양 지역의 미 항공모함은 중동지역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인도-태평양(한반도)의 안보정세가 중·북에 유리하게 조성됨을 부정하기 어렵게 한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서태평양 지배전략’에 유리한 환경이 자연스레 형성돼 트럼프의 럭비공식 안보 공약을 믿지 못하게 된 동북아 국가들이 친중(親中)으로 전환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만든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2018~2021) 때도 연합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했고,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은 폐지했으며, 연합지휘소 연습(CPX)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대체했다. 연합훈련이 계속 축소(취소)될 경우,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는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에서도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반복되며, 최근 미국민의 지지율은 33%로 떨어졌다.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지 못하게 된 동맹국들의 불안감·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 내·외부 정치권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그의 즉흥·충동적 성향을 고려할 때 이번의 연합훈련 축소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후반기에 계획된 ‘아이언 메이스(Iron Mace·철퇴,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 한·미 연합 공중훈련)’ 등도 축소 및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9월에 예정된 ‘쌍룡훈련(Ssangyong Exercise, 한·미 해병대 연합 상륙훈련)’은 이미 취소됐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병력과 전력의 재배치 영향 때문이다.

다만, ‘2026-2차 한·미 해병대 연합보병훈련(이하 KMEP, 7월 7일~8월 7일)’은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 ‘KMEP’는 ‘한·미 해병대가 반기 단위로 실시하는 연합 보병훈련’이다. 한·미 해병대 장병 600여 명과 해군 상륙함(LST, 해상돌격), 미 해병대의 CH-53 대형 수송헬기(공중돌격) 전력 등이 참여해 보병 중심의 전투기술과 전술(Tactics)을 숙달했다. 전장 환경을 상정한 산악전투, 도시지역작전, 실사격·상륙작전 등으로 상호 운용성을 높이면서 대대급 연합작전과 대응능력도 향상했다.

미 CNN은 “한국군이 최근 수년간 세계적 수준의 군사력으로 성장했으며, 미국이나, 중국 수준엔 미치지 못해도 북한의 위협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췄다”면서도 “이번의 축소 결정이 트럼프의 기존 정책 목표와 충돌한다”며, “한국이 더 많은 방위책임을 맡게 하려면, 연합군 지휘능력을 충분히 훈련 및 검증(평가)해야 함에도 핵심훈련은 줄였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경제 제재 및 군사적 억제를 가했지만, 북한발 핵 위협은 2006년의 첫 핵실험, 2016년 시작된 트럼프 1기에 비해 더 커졌다. 트럼프의 결정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자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으로 한반도(對北) 방어를 주도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미군이 한반도 방어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현상(자충수)을 자초했다. 이로 인해 이란·아시아 외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분쟁이 발발해도 미군 전력을 신속하게 투사(投射·Force Projection)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반응하지 않고, 매체 논평이라는 간접 방식을 통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 202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한반도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보장)’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 파병, 무기·탄약 등을 공급하며,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傳受)받고 있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전면적 전략적 협력 관계(군사적 교류 포함)’를 강화해 삼각 연대가 완성됐다.

그간 한·미 관계는 ‘가치동맹’을 추구했지만, 트럼프 2기는 철저히 이익에 기반한 ‘거래·일방적 동맹’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한-미, 남-북, 북-미, 북-중-러 관계는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이번 트럼프의 지시는 단순히 군사적 결정이기보다 중간선거에 대비하고자 △꽉 막힌 이란 전쟁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는 한편 △중·러로부터 북한을 떼어내려는 유화적 메시지이고, △지체되는 대미(對美) 투자에 대한 경고임과 동시에 △대(對)이란 작전 동참을 압박하며, △방위비 확대 분담 등을 요구하는 직접적이고, 복합적인 카드다. “남들이 아는 사실을 자신만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확증편향(確證偏向)에 기반한 정책·제도는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게 됨을 인식해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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